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1] 눈보라 치는 산신각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1] 눈보라 치는 산신각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9.30 03:00 유명 소설 ‘수호전(水滸傳)’의 전반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인물이 임충(林冲)이다. 80만 병력 금위군(禁衛軍)의 우두머리 교관[敎頭]이던 그는 아내가 고위 관리의 아들에게 겁탈당한 뒤 끝내 자결하는 비운을 맞이한다. 그 관리의 음모에 말렸던 임충은 유배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관리는 시골에서 마구간과 건초를 돌보던 그의 목숨까지 넘본다. 몇 명의 킬러들을 유배지로 보내 그의 숙소에 불을 질러 죽이려 한다. 마침 임충은 술을 마시러 외출한다. 돌아와 숙소가 눈에 무너진 모습을 보자 임충은 조금 떨어진 곳의 산신각(山神閣)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그때 킬러들이 숙소에 불을 질렀고, 임충은..

차이나別曲 2022.09.30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0] 대만해협에 부는 바람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10] 대만해협에 부는 바람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9.23 03:00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새바람…. 동서남북(東西南北)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순우리말 표현이다. 듣기에 좋으며 정겹기까지 하다. 우리 기상청에서 분류하는 각종 바람의 이름도 쉽고 편한 표현이어서 역시 듣고 부르기에 좋다. 바람이 없는 상태를 고요, 가벼운 상태를 실바람, 그보다 조금 강하면 남실바람으로 적는다. 이어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으로 차츰 급을 높인다. 중국에서는 이들을 무풍(無風), 연풍(軟風), 경풍(輕風), 미풍(微風), 화풍(和風), 청풍(淸風), 강풍(强風)으로 적는다. 이 정도의 바람이면 우리가 생활하는 데 달리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센바..

차이나別曲 2022.09.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9] 거국적 동원체제의 부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9] 거국적 동원체제의 부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9.16 03:00 /일러스트=박상훈 국가 전역을 일컬을 때 요즘은 보통 전국(全國)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옛사람들의 표현은 그보다 더 다양했다. 성(城)으로 둘러싼 정치 권력의 소재지[朝]와 그 바깥 지역[野]을 통틀어 지칭했던 조야(朝野)가 우선 대표적이다. 경향(京鄕)이라는 말도 그렇다. 통치 권력이 자리를 튼 서울[京]과 시골[鄕]을 병렬해 ‘전국 모든 지역’을 가리킨다. 전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때론 경향각지(京鄕各地)로 적기도 했다. 대한민국 건국 주역인 이승만 대통령이 자주 썼던 말이다. 방방곡곡(坊坊曲曲)이라는 말도 예전에는 쓰임새가 많았다. 성 내부 민간 거주 지역 구획 단위였던 방..

차이나別曲 2022.09.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8] 깊어지는 중국의 가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8] 깊어지는 중국의 가을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9.09 03:00 /일러스트=박상훈 가을[秋]에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색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전통 관념에 따라 가을의 색조를 말할 때는 보통 하얀색, 즉 백(白)이다. 음양오행(陰陽五行)에 따른 인위적 가름에 따르자면 그렇다. 그래서 하얀 가을, 소추(素秋)라고도 한다. 가을은 따스함이 자리를 비키고 쌀쌀함이 찾아오는 큰 길목이다. 따라서 만물이 움을 틔우는 봄과 곧잘 대조를 이룬다. 우리가 맞이했다가 곧 보내는 한 해나 사람의 나이를 춘추(春秋)라고도 적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가을의 형용은 풍부하다. 먼저 방위(方位)로는 서쪽[西]이다. 서늘한 기운이 머문다고 해서 쇠[金]로 여긴다. 소리로는 ..

차이나別曲 2022.09.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6] 심상찮은 시절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6] 심상찮은 시절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8.26 03:00 심상(尋常)이라는 단어는 옛 문헌에 자주 등장한다. 본래는 길이나 면적을 나타내는 글자 둘의 합성이다. 그 길이나 면적 등이 짧거나 좁아서 이 단어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것’을 뜻한다. 범상(凡常), 평상(平常) 등의 단어가 같은 새김이다. 이들 단어 뒤의 ‘상’이라는 글자는 쓰임새가 많다. 바지가 달리 없던 시절 늘 입었던 치마[裙]를 가리켰다. 그 모습 등에 큰 변화가 없어 결국 ‘변치 않는 무엇’을 지칭했다는 설명이 있다. 상도(常道), 상례(常例) 등의 말로 잘 쓰인다. 큰 변화가 닥칠 때 흔히 쓰는 단어가 이상(異常), 비상(非常), 수상(殊常)이다. ‘수상’은 반공(反共)의 기운..

차이나別曲 2022.09.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7] 다시 쌓는 만리장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7] 다시 쌓는 만리장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9.02 03:00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쌓는 담의 대표 지칭은 성(城)이다. 글자는 두 요소의 결합이다. 흙을 가리키는 ‘토(土)’와 무기로써 무언가를 지켜내는 ‘성(成)’의 합성이다. 무기를 쥐고 싸우는 행위에 흙이 따랐다. 전쟁을 상정한 건축이라는 얘기다. 중국은 이런 담과 울타리의 문명을 오래 이어왔다. 그 땅에 들어섰던 왕조는 줄기차게 ‘성’을 쌓았다. 그 종합적 상징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다. 줄여서 장성(長城)이라고도 하는 이 담에 관한 규정은 사실 여럿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베이징(北京) 인근 만리장성은 약 600년 전인 명대(明代)부터 지어졌다. 당초 6300㎞라고 알려졌으나 중국 당국은 2..

차이나別曲 2022.09.02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5] 속임수의 자업자득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5] 속임수의 자업자득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8.19 03:00 상대를 속이고 또 속여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는 싸움 심리는 중국에서 아주 오래전에 빛을 발했다. 우선 2500년 전의 여러 기록이 그 점을 말해준다. “너도 속이고 나도 속인다(爾虞我詐)”는 ‘좌전(左傳)’ 유래의 성어가 대표적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손무(孫武)는 일찍이 “싸움은 곧 속임수(兵者, 詭道也)”라고 단정했다. 뒤를 이은 전국시대(戰國時代) 법가(法家) 한비자(韓非子)도 “싸움에서는 속임수를 마다하지 않는다(兵不厭詐)”고 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상대의 허점을 파고드는 ‘헤아림’에 능할 수밖에 없다. ‘계산(計算)’이라는 속성이다. 마음속으로 헤아리는 일이어서 심계(心計..

차이나別曲 2022.08.19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4] 중국 진면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4] 중국 진면목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8.12 03:00 /일러스트=박상훈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서유기(西遊記)’를 읽을 때 개인적으로 눈에 가장 많이 걸리던 글자는 ‘변(變)’이다. 주인공 손오공(孫悟空)이 서역으로 나아가다 마주친 요괴(妖怪)들을 물리칠 때 늘 외치던 글자다. 더 강한 존재로 변신해 상대인 요괴를 제압하고자 그가 입에 달고 다니던 글자다. 아울러 손오공은 무궁무진한 변신이 가능하다고 해서 그 능력을 ‘72변’으로 부르고, 일행인 저팔계(豬八戒)는 ‘36변’으로 적는다. 요괴들 또한 변신술의 쟁쟁한 실력자들이다. 책에 숱하게 등장하는 이 ‘변’이라는 글자는 풍파(風波) 잦았던 세상의 수많은 변수(變數)를 잘 헤아려야만 했던 ..

차이나別曲 2022.08.12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3] 도마에 오른 고깃덩이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3] 도마에 오른 고깃덩이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8.05 03:00 우리는 보통 ‘도마’라고 풀이하지만 본래는 제기(祭器)였던 물건이 있다. ‘조(俎)’라는 글자로 적는 기물(器物)이다. 제사를 지낼 때 편평한 윗면에 고기를 올려놓도록 한 그릇이다. 나중에는 칼질할 때 밑에 받치는 ‘도마’의 뜻을 얻기도 했다. 그 위에 올린 어육(魚肉)을 ‘조상육(俎上肉)’으로 부른다. 제사상 그릇에 오른 희생(犧牲), 도마에 놓인 물고기나 가축의 신세를 일컫는다. 속뜻은 ‘어쩔 수 없이 남에게 휘둘리는 상황’이다. 자칫 모든 것을 빼앗겨야 하는 처지다. 흐름이 비슷한 성어가 많다. 우선 연못에 갇힌 물고기를 지중어(池中魚)라고 부른다. 작은 새집 속에서 지내는 새는 ..

차이나別曲 2022.08.05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2] 통치의 ‘질서’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02] 통치의 ‘질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2.07.29 03:00 ‘작(爵)’이라는 글자는 본래 복잡하며 우아하게 만든 청동(靑銅) 술잔의 지칭이다. 그런 여러 술잔을 공적 많은 사람에게 내려주면서 생긴 단어가 작위(爵位)다. 과거 공후백자남(公侯伯子男)으로 다섯 등급을 나눠 부여하던 최고위 벼슬 뒤에 붙었던 글자다. ‘질서(秩序)’라는 단어도 흐름이 그렇다. 지금은 순서나 차례 등을 지칭하지만 본래 출발점에서는 벼슬의 높낮이[序]에 따라 곡식[秩]으로 지급하던 봉록(俸祿)을 가리켰다. 따라서 관질(官秩)은 공무원의 서열인 관등(官等), 질미(秩米)는 곧 그들이 받는 봉급(俸給)을 뜻한다. 흔히 녹봉(祿俸)으로 통칭했던 옛 공무원의 급여는 봉질(俸秩), 녹..

차이나別曲 202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