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10/17 상(商)나라 승상이 하인에게 시장을 둘러보라 한 뒤 물었다. “시장에서 무엇을 보았느냐?” “특별한 것은 없었습니다.” “무언가는 보았을 것이다.” “시장 남문밖에 소가 끄는 수레가 많아 겨우 빠져나왔습니다.” “그래, 지금 물은 말을 누구에게도 하지 말라.” 승상은 시장 관리인(市吏)을 불러 야단쳤다. “시장 문밖에 쇠똥이 왜 그렇게 많은가?” 시장 관리인은 승상의 통찰에 놀랐다. 이에 자기 직무를 두려워했다(乃悚懼其所也). 전국시대 법가 사상을 정리한 『한비자(韓非子)』에 실린 ‘송구(悚懼)’의 용례다. 암행 용인술을 말했다. 두려워할 송(悚)은 마음(忄)이 묶인 듯(束) 결박(結縛)당해 두렵다는 뜻이다. 죄를 지으면 두려워 죄송(罪悚)하고, 분에 넘치도록 고마우면 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