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週 漢字 758

[한 週 漢字] 夢(몽)-꿈을 이룰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하며

[한 週 漢字] 夢(몽)-꿈을 이룰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하며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13 00:24 한자 3/13 갑골문에서 夢(몽)은 ‘꿈’을 뜻하는 글자로 평상을 나타내는 爿(장), 그리고 人(인)과 目(목)으로 구성돼 있다. 즉, 침상 위에 누워 자는 사람의 모습을 그리면서도 눈과 눈썹을 특히 강조해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이다. 이는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꿈속의 정황을 주시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금문에 이르러 人의 필획이 길게 늘어나면서 저녁을 나타내는 夕(석)의 형태로 바뀌었고, 소전체에 이르러 눈과 눈썹을 그린 모양이 초艹(초)와 目의 형태로 바뀌었다. 그렇다 해도 그 뜻은 거의 바뀌지 않았는데 『설문해자』에서도 夢은 ‘분명하지 않다’, ‘흐리멍덩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한 週 漢字 2021.03.13

[한 週 漢字] 初(초)-처음 마음 그대로

이주의 한자 2/27‘初’ 자는 옷(衤, 衣)과 칼(刀)로 구성된 글자다. 옷을 ‘만들어’ 입는 일은 인간만이 누리는 것이다. 벌거벗었던 인류가 처음 옷을 입게 된 까닭은 몸의 온도를 유지하고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의복은 문명의 발전과 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천자문』에서도 ‘始制文字 乃服衣裳’(시제문자 내복의상; 비로소 문자를 만들고, 의상을 입었다)라고 해 문자와 의상이 문명과 기술을 상징하는 도구로 나란히 거론된다. 옷을 만들려면 먼저 칼로 옷감을 자르는 것에서 시작했기에 옷과 칼이 결합한 글자는 ‘처음, 시작’이라는 뜻을 가지게 됐다. 서양에서도 가족의 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신랑과 신부가 결혼식 때 문 앞에서 리본을 자르는 전..

한 週 漢字 2021.02.27

[한 週 漢字] 始(시)-재생산과 발전적 계승을 위해

한자 2/6始(시)는 의미를 나타내는 女(녀)와 소리를 나타내는 台(이)로 구성된 글자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허신의 설문해자에서는 始의 본래 뜻을 ‘여자아이가 처음 태어난 것(女之初也)’으로 풀이했다. 고대사회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나 성장해 어른이 되면 출산과 양육을 통해 인류 재생산과 계승이라는 책임을 짊어지게 된다. 그러한 측면을 고려해 본다면 한자 始가 뜻하는 ‘시작’이란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재생산’과 ‘발전적 계승’을 내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始에는 ‘근원’이라는 의미가 있는데 元(원)·原(원)·本(본) 등과 어울려 원시·시원·본시와 같은 단어를 만든다. ‘시작’은 반대 의미인 ‘끝’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서 유래하는 ‘알파와 오메가’라는 표현처럼 시작과 끝을 각..

한 週 漢字 2021.02.06

[한 週 漢字] 元(원)-원점이자 새로운 시작점

한자 1/23원(元)은 본래 ‘머리’를 뜻하는 글자다. 가장 오래된 자형에서 원(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모양이다. 머리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몸이 시작되는 부분이므로 ‘으뜸’, ‘시작’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우리말의 ‘머리’가 ‘시작’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현대 중국에서 원(元) 단독으로는 성씨나 나라 이름 같은 고유명사나 화폐단위로만 사용된다. 한국에서는 ‘원판’, ‘원뿌리’처럼 고유어와 결합해 ‘본래의’, ‘최초의’라는 의미를 가진다. 일본에서는 ‘처음’, ‘시작’, ‘기원’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직책이나 직업 앞에 붙여 ‘전임자’임을 나타낼 때도 사용한다. 한국과 중국에서는 ‘전(前)’을 붙여 ‘전임자’임을 나타내는데, 일본에서 ‘전(前)’은 ‘바로 직전의 전임자’를 뜻..

한 週 漢字 2021.01.23

[한 週 漢字] 新(신)-깨트려야 새로워진다

한자 1/9‘경성대학교 한국한자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 한자문명연구사업단’과 중앙SUNDAY는 한자문명의 가치 재조명을 위해 ‘한 週 漢字’에서 한 개의 한자를 선택해 그것의 어원과 문화적 배경 및 현재, 미래적 가치를 살피는 연재를 시작한다. 이 연재에는 하영삼 단장과 연구소 내 양영매·연규동 교수, 신웅철·이지영·전국조·조정아 연구교수 등이 필진으로 참여한다. 한자는 왜 ‘새롭다’는 뜻을 신(新)으로, ‘한 해’를 연(年)으로 그렸을까? 연(年)은 원래 화(禾)와 인(人)으로 구성돼 볏단을 지고 가는 사람의 모습으로 ‘수확’의 뜻을 그렸다. 365일이 넘는 긴 주기를 측정하기 힘들었을 옛날, 수확에서 수확까지의 주기를 1년이라 했고 그것을 연(年)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신(新)은 조금 복잡하지만..

한 週 漢字 2021.01.09

[漢字, 세상을 말하다] 懲罰<징벌>

한자세상 12/26 세상에 징벌만큼 다양한 것도 드물다. 징벌은 실수나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강제되는 정서적, 육체적, 경제적 처벌이다. 절대 권력일수록 징벌은 혹독했다. 중국 고대의 절대 왕권은 징벌을, 자연 법칙으로 포장하기를 좋아했다. 절대 권력자인 천자(天子)가 내리는 징벌은 자연법칙과 동격이며, 따라서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을 담기 위해서다. 중국이 창안한 자연법칙은 오행(五行)이다. 『사기(史記) 오제본기(五帝本紀)』는 “하늘에 오행이 있으니, 수화금토목(水火金土木)이다. 오행은 때를 나눠 만물을 생육한다”고 설명한다. 『상서(尙書)』, 즉 『書經(서경)』에도 오단(五端), 오례(五禮), 오교(五敎), 오벌(五罰), 오과(五過) 등 오전(五典)이 나온다. 오행의 원리를 준용한 분류다. 자연, 징..

한 週 漢字 2020.12.26

[漢字, 세상을 말하다] 鮮克有終<선극유종>

한자세상 12/12 춘추시대 진(晉) 영공(靈公)은 군주답지 않았다(不君). 많은 세금을 거둬 담장 치장에 썼다. 곰 발바닥 요리가 익지 않았다며 요리사를 죽였다. 멍석에 말은 주검을 부인에게 들고 조정을 지나게 했다. 조돈(趙盾)과 사계(士季)가 시신의 손을 봤다. 영공의 행실을 걱정했다. 조돈이 간언에 나섰다. 사계가 말렸다. “당신이 바른말을 하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뒤이어 간언할 사람이 없소. 내가 먼저 나서겠다.” 사계가 비판하자 영공은 “내 잘못을 안다. 장차 고치겠다”고 했다. 사계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누군들 잘못이 없겠습니까. 잘못을 고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습니다. 『시경(詩經)』에 ‘누구나 시작이 없지 않지만, 끝이 좋은 사람은 드물다(靡不有初 鮮克有終·미불유초선극..

한 週 漢字 2020.12.12

[漢字, 세상을 말하다] 詭辯<궤변>

한자세상 11/28 궤변(詭辯)의 특징은 왜곡(歪曲)이다. 궤변은 우격다짐을 앞세우는 무단(武斷), 황당함이 두드러지는 요언(謠言)과 구별된다. 무단과 요언은 마음을 끌지 못한다. 궤변은 왜곡된 근거를 여럿 동원하기 때문에 미혹하는 힘이 강하다. 인간의 간특(奸慝)을 보여 주는 사례가 성경에 나온다. 불의(不義)한 유대인들은 주장한다. 인간의 불의로 인해 하나님의 의(義)와 영광이 드러났다면, 이는 하나님께 공헌한 것이고, 따라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성경은 타락한 인간의 대표적인 궤변으로 이를 소개한다. 허물을 감추고 징계를 피하기 위해 왜곡된 논리로 대응하는, 교활한 논법이다. 궤변은 얼핏 보기엔 그럴듯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비(是非)가 전도(顚倒)되고, 흑백(黑白)이 섞여 있다. 사람의 마음..

한 週 漢字 2020.11.28

[漢字, 세상을 말하다] 六國論〈육국론〉

신경진 기자 한자세상 11/14 “여섯 나라가 파멸한 것은 칼날이 무뎌서가 아니다. 전쟁을 못해서도 아니다. 폐단은 진(秦)나라에 바친 뇌물이다. 진에 땅을 뇌물로 바쳐 국력이 줄면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六國破滅 非兵不利 戰不善 弊在賂秦. 賂秦而力虧 破滅之道也).” 송(宋)의 대문호 소식(蘇軾)과 소철(蘇轍)의 아버지 소순(蘇洵)이 지은 『육국론(六國論)』의 첫 구절이다. 소순은 진의 굴기(崛起)보다 전국칠웅(戰國七雄) 중 여섯 제후국이 무너진 까닭을 찾았다. 『육국론』은 그 해답이다. 소순이 볼 때 진이 전쟁으로 정복한 땅보다 제후들이 스스로 바친 면적이 100배에 육박했다. 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패권국의 등장에 좌불안석이 된 제후들의 근심 역시 한이 없었다. 평화를 구한다며 선조들이 피땀으로 ..

한 週 漢字 2020.11.14

[漢字, 세상을 말하다] 和睦<화목>

10/31 인도네시아는 300여 종족이 모인 다민족 국가다. 언어도 400종이 넘는다. 국가 통합이 쉬울 리 없다. 어느 종족의 언어도 아닌, 말레이어 계통의 믈라유어(語)를 국가어로 채택한 이유다. 통합과 화목(和睦)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인도네시아 국장(國章)엔 ‘BHINNEKA TUNGGAL IKA(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선언이 쓰인 팻말을 독수리가 움켜쥐고 있다. 화목은 이처럼 건국 및 통치의 핵심 요결이 된다. 화목은 ‘사이좋게 지내며,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고전에 여럿 보인다. 촉(蜀)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에 “진법(陣法)을 조화롭게 운용한다(行陣和睦)”는 대목이 보인다. ‘좌전(左傳)’도 “위아래가 화목하고, 일 처리에 거스름이 없어야 한다(上下和睦 周旋不逆..

한 週 漢字 202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