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7. 권력(權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7. 권력(權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1. 16. 16:29 저울추와 저울대의 모습이다. 저울추는 權(권), 저울대가 衡(형)이다. 힘이 모이는 곳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정치라는 틀이 만들어진 뒤 힘은 한 군데로 더 모였다. 그런 정치적, 또는 물리적인 힘이 모여 있는 상태나 역량 자체를 우리는 보통 권력(權力)이라고 지칭한다. 그 권력이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범위는 매우 크다. ‘권력’을 이루는 앞의 한자 權(권)은 뜯어 볼 필요가 있다. 나무, 또는 그로 만든 지팡이, 나아가 힘 있는 자리 등을 상징하는 木(목)과 황새나 학 등 큰 새를 가리키는 雚(관)의 합성이다. 초기 글자인 갑골문의 형태를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풀이는 다소 엇갈린다. 그러나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6. 위기(危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6. 위기(危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1. 9. 15:04 멀리 화살을 쏘는 쇠뇌의 방아쇠가 機(기)다. 다음 상황으로 번지는 길목을 가리켰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위기(危機)다. 살아가면서 누구라도 한 번 이상은 맞는 상황이다. 어려움이 닥치는 경우다. 그를 이기지 못할 경우 좌절해서 넘어진다. 인생의 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아서 우리는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그런 위기를 잘 살펴야 한다. 한자의 세계에서 그런 위기를 감지하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등장하는 말은 제법 많다. 바람과 비를 일컫는 풍우(風雨)라는 낱말에 깃든 위기의 예감 등은 좋은 사례다. 앞으로 닥칠 불길한 그 무엇을 이 풍우, 풍상(風霜), 풍운(風雲), 풍파(風波), 풍랑(風浪) 등으..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5. 망언(忘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5. 망언(忘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1. 2. 15:08 중국 전원파 시의 서막을 연 도연명. '음주'라는 시에서 망언(忘言)의 경계를 노래했다. 다섯 말의 쌀(五斗米)에 허리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품고 전원으로 돌아온 도연명(陶淵明)은 이런 소회를 읊는다. “사람들 사는 곳에 집을 지었지만, 수레소리 말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다. 왜 그렇다고 할까? 마음 멀어지면 사는 곳도 으슥해지는 법이지….” 이 글의 마지막 구절은 한자로 ‘心遠地自偏(심원지자편)’이다. 풀이는 사실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세속의 명리(名利)를 떠난 마음의 경지는 그런 번잡함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몸을 돌리게 만든다. 그런 마음의 경계를 도연명은 이 같은 표현으로 적었다. 도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4. 내시(內侍)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4. 내시(內侍)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0. 26. 15:04 중국 청나라 말 내시였다고 알려진 사람의 사진. 내시는 최고 권력자 주변의 잡무를 맡아 처리했던 사람이다. 남성의 성을 없애는 일, 즉 거세(去勢)를 거쳐 관직에 오른 사람이 내시(內侍)다. 과거 동양 왕조 시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존재다. 본래는 거세와 관련이 없었다. 임금의 주변, 권력 최고 상층부의 안쪽 잡무 등을 관리하는 일종의 관직 이름이었다. 조선에 들어서면서 내시의 의미는 매우 확실해졌다. 거세한 남성으로서 왕궁의 내부 일인 청소, 문서 수발, 음식을 비롯한 생활 속의 잡무를 관리하는 신분이었다. 보통은 宦(환)이라는 글자가 따른다. 이 宦(환)은 집을 가리키는 宀(면)이라는 부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3. 진경(秦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3. 진경(秦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0. 19. 14:23 한(漢)을 세운 고조 유방의 상이다. 그는 진시황으로부터 진귀한 보물 '진경(秦鏡)'을 입수한 일화를 남겼다. 거울 이야기는 한자 세계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런 거울 이야기 중에 특별한 거울 하나가 있으니 바로 진경(秦鏡)이다. 중국 판도를 최초로 통일했던 진시황(秦始皇)이 그 물주(物主)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마법(魔法)의 거울이다. 사람이 그 앞에 서면 거꾸로 비춰진다. 손으로 가슴을 쓰다듬으면 오장육부(五臟六腑)가 훤히 드러난다. 다시 손을 가슴에 대면 사람의 마음마저 나타난다. 몸에 지닌 질병, 마음이 지닌 착함과 삿됨의 선악(善惡)을 비췄다고 하니 거울은 최고의 보물임에 틀림이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2. 편지(便紙)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2. 편지(便紙)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0. 12. 14:23 하늘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 떼는 궁금한 소식의 전령, 편지라는 의미를 얻은 동물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차츰 없어져가는 편지(便紙)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주고받는 메일이 편의성에서는 워낙 뛰어나 글을 써서 봉투에 넣은 뒤 우표까지 붙여 보내는 편지가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손수 적은 글을 정성껏 봉투에 담아 보내는 편지의 정서적 크기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왜 便紙(편지)라고 했을까. 구성이 조금은 의아하다. 그저 사람 편(便)에 보내는 글(紙) 정도로 풀 수 있다. 오랜 한자어로는 보이지 않는다. 글자의 조합도 세련미와는 거리가 멀다. 동양에서 편지를 가리키는 단어는 퍽 많은 편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1. 추색(秋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1. 추색(秋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0. 5. 13:45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온 산이 물든다. 남쪽 해역에 닥친 태풍 지나면 가을의 기운은 바야흐로 깊어진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 정취가 이제 곧 우리 눈에 가득 들어올 테다. 가을을 표현하는 말은 퍽 많이 발달했다. 온 산을 물들이는 붉은 잎사귀는 그 많은 표현 중의 극히 작은 하나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 좋아한다. ‘한 밤 중 오동나무 잎사귀에 떨어지는 비’다. 한자로는 ‘梧桐葉上三更雨(오동엽상삼경우)’다. 여러 시인들이 즐겨 썼던 말이다. 보통은 오동나무 잎사귀와 밤중에 내리는 비를 병렬하는 경우가 많다. 오동은 잎이 매우 크다. 그래서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는 유독 크게 들린다. 가을비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0. 고질(痼疾)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70. 고질(痼疾)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9. 28. 13:29 백악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우리사회 정치 중심지인 청와대. 단단해지면서 어지간한 약물 등에 항력(抗力)까지 지녀 고칠 수 없는 증세로 자리를 잡은 병이 고질(痼疾)이다. 처음에는 쉽게 보았다가 차츰 깊어지는가 싶더니 사람의 힘으로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까지 확산한 병이다. 우선 떠오르는 성어가 ‘병입고황(病入膏肓)’이다. 춘추시대 진(晋)나라 경공(景公)의 이야기다. 그가 어느 날 중병에 들어 용하다는 진(秦) 나라 의사를 불렀다. 의사가 진맥하기 위해 부리나케 이동하고 있을 무렵 경공은 꿈을 꿨다. 그 꿈에 두 아이가 등장해 나누는 대화내용은 대강 이랬다. “이 번에 오는 의사가 매우 용..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9. 국화(菊花)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9. 국화(菊花)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9. 21. 14:04 가을을 대표하는 꽃 국화. 서리에도 잎을 떨어뜨리지 않아 기개와 절조의 상징으로도 꼽힌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는 국민 대부분이 즐겨 암송했던 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머릿속으로 한 번씩은 떠올려보는 글이다. 말이 아름답고 의미 또한 깊으며 그윽하다. 국화(菊花)라는 가을꽃에 드리우는 사람들의 뜻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8. 살풍경(殺風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8. 살풍경(殺風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9. 7. 15:04 도심에 가득 스모그가 낀 베이징 시내 모습이다. 일종의 현대판 살풍경이다.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만져 소개한다. 스산하면서 어딘가 숨을 꽉 막히게 하는 모습을 일컬을 때 살풍경(殺風景)이라는 단어를 쓴다. 좋은 경치 죽인다는 엮음이다. 사전적인 뜻에 따르면, 좋고 훌륭한 경치를 망가뜨리는 어떤 모습이다. 소설가 심훈은 작품 ‘영원의 미소’에서 “여러 해를 두고 갉아 먹은 산과 언덕이 살풍경을 면하기는 앞으로…”라고 썼다. 메마르고 볼품없는 풍경을 말한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광기가 어린 살풍경은 귀신이라도 잡을 듯했다”(이기영ㆍ고향)는 표현도 나온다. 살기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