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7. 사간(司諫)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7. 사간(司諫)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31. 16:19 외국의 한 신문사 편집국 모습이다. 정론과 직필로 옛 왕조 시절 사간(司諫)의 역할을 하는 곳이 현대 언론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史劇)에 사간(司諫)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간관(諫官) 또는 언관(言官)이라는 직함으로도 나온다. 정무 일반을 감찰하는 사헌부(司憲府)의 대관(臺官)과 함께 병칭해 대간(臺諫)으로도 불렸다. 살피고 경계하는 직무를 지닌 사람이다. 한자 초기 바탕에서 司(사)는 일정한 권한을 지닌 채 주술적인 행위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로부터 무엇인가를 관장하다, 또는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의 뜻을 얻었다. 다음 글자 諫(간)은 사람의 언어에서 무엇인가를 가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6. 무성(無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6. 무성(無聲)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24. 15:32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유명 작품 '비파행'의 정취를 묘사한 중국 옛 그림. 영화관에서 은막과 소리가 합쳐진 시점은 퍽 오래 전이다. 그 전에는 무성(無聲) 영화가 주류를 이뤘다. 소리 없는 은막에 때로 ‘비’가 내릴 적도 있었다. 흑백의 잔영으로 소리 없이 흘러 넘어가는 장면은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나름 큰 상상력의 공간으로도 작용했다. 그 소리 없음의 무성(無聲)을 떠올리면서 쓴 글이다. 예전에 이미 적었던 내용을 다시 만져 소개한다. 816년 가을이었다. 지금의 중국 장시(江西)성으로 좌천해 사마(司馬)라는 미관말직에 있던 당(唐)의 천재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비파행(琵琶行)’이라는 명시를..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5. 담박(淡泊)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5. 담박(淡泊)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17. 15:52 공자가 뜰을 지나가던 자신의 아들 공리를 불러 가르침을 줬다는 일화를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공자의 아들 공리(孔鯉)는 아버지가 서 있는 뜰을 지나다 두 번 혼난 적이 있다. 어른이 있으므로 고개를 수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공자는 아들을 불러 세운 뒤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시(詩)는 제대로 익혔느냐” “예(禮)는 잘 배웠느냐”는 질문.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두 가지를 꼭 배워 익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제대로 못 했습니다…”며 말끝을 흐리는 공리에게는 그 시간이 힘겨웠을 법하다. 부모가 집에서 자식을 깨우친다는 뜻의 ‘정훈(庭訓)’이라는 말은 예서 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4. 혹서(酷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4. 혹서(酷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8. 10. 15:16 중국 신장 위구르 지역의 드넓은 평원에서 바라본 톈산(天山)이다. 시원한 설산의 풍경이 여름의 무더움을 가셔준다. 아주 무덥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올해 여름 더위가 특별하다. 그러니 혹서(酷暑)라는 말이 자연스레 따른다. 지독한 더위를 보이는 여름이라는 뜻이다. 두 글자 연원을 좇아보면 제법 흥미가 인다. 앞의 酷(혹)은 과거의 제례(祭禮)와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술을 가리키는 酉(유) 부수에 제사 지낼 때의 동작을 지칭하는 告(고)가 합쳐졌다. 따라서 ‘제사에 올리는 술’이라는 의미를 얻었다는 설명이 있다. 제사에 올리는 술은 순도(純度)가 높다. 알코올 함량도 따라서 높았을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3. 징비(懲毖)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7. 27. 16:29 1950년 8월 운명의 낙동강 전선 최고 격전, 다부동 전투 당시의 백선엽 국군 1사단장(왼쪽). 예전의 잘못을 제대로 다스려(懲) 뒤에 닥칠 우환을 경계하다(毖)는 뜻의 징비(懲毖)라는 단어는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의 재상 유성룡(柳成龍)의 책 이름으로 너무 잘 알려져 있다. 이미 나타난 착오와 오류, 잘못 등에서 교훈을 이끌어내 미래에 대비하자는 취지다. 과거와 미래가 등장하는 틀의 성어는 적지 않다. 우선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다. 옛 것을 익혀 앞에 닥칠 것을 미리 안다는 뜻의 성어다. 단지, 뒤돌아보는 대상이 잘못과 과오 등이 아니라 성현의 말씀이라는 점이 다르다. 같은 맥락의 성어로는 계왕개래(繼往開來)도 있다. 옛 것을 이어받아 새로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2. 정신(精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2. 정신(精神)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7. 20. 14:20 애국충절의 남송 때 시인 육유다. 산궁수진(山窮水盡)의 성어를 낳은 시로 유명하다. 마음이나 의지, 뜻이나 생각을 일컫는 한자가 정신(精神)이다. 자주 쓰는 말이어서 달리 풀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러나 글자의 조합을 따지는 일은 간단치 않다. 앞의 精(정)은 아주 미세한 것이라는 새김과 함께 가장 빼어난 그 무엇을 가리킨다. 뒤의 神(신)은 영혼을 가리키는 맥락의 새김과 함께 마음, 의지, 뜻을 담은 글자다. 따라서 정신(精神)은 사람이 품고 있는 가장 중요한 생각이나 마음 등을 의미하는 글자 조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신이 글러먹었어”라며 끌탕을 칠 때가 그런 경우다. 좋아서 자주 새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1. 경치(景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7. 13. 15:20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이다. 이름 경복(景福)도 우리가 탐구해 볼 대상이다. 산에 들에, 바다에 강에 사람의 발길이 무수히 닿는 요즘이다. 한여름의 무더움을 피하기 위한 행렬이다. 그럴 즈음에 많이 사용하는 말이 경치(景致)다. “아, 정말 경치 좋다~”라는 감탄에 자주 드는 말이다. 무심코 쓰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 속내는 제법 복잡하다. 景(경)은 의미가 뚜렷하다. 해를 가리키는 日(일)이 있고, 그 밑에 높은 누각인 京(경)이 붙었다. 풀이는 다소 엇갈리는 면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래의 글꼴로부터 ‘높은 누각에 내리쬐는 햇빛’, ‘눈에 잘 드러나는 모습’ 등의 뜻을 우선 얻었다고 본다. 이어 크고 우람함, 우뚝하며 대단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0. 회심(回心)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60. 회심(回心)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7. 6. 17:11 잘못을 뉘우쳐 옳은 길에 들어서라는 내용의 회심곡(回心曲)으로도 유명한 임진왜란 때 승장(僧將)이다. 길을 가다가 옳은 길이 아니라고 여겨진다면 발길을 돌려야 마땅하다. 그 길이 사느냐 죽느냐를 가르는 전쟁터라면 더욱 그렇다. 살벌한 싸움의 마당에서 병력을 이뤄 생사(生死)의 갈림길에 자주 서는 군대가 가던 길 멈추고 돌아서는 일은 회군(回軍)이다. 회심(回心)은 가던 길에서 되돌아서려는 그런 마음을 가리킨다. 우리는 회심을 이야기할 때 곧잘 省(성)이라는 글자를 쓴다. 반성(反省)이 그렇고, 성찰(省察)도 마찬가지다. 공자의 제자이자 손자이기도 한 증삼(曾參)은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는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9. 음란(淫亂)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9. 음란(淫亂)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6. 29. 16:19 전국시대의 사상가 맹자의 초상이다. 욕망에 굴하지 않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설파했다. 우리는 흔히 남녀 사이의 어지러운 성(性) 관계를 일컬을 때 이 음란(淫亂)이라는 말을 쓴다. 그러나 남녀 사이의 어둡고 칙칙한 관계만을 염두에 두고 이 단어를 쓰기에는 원래의 뜻이 퍽 넓다. 우선 淫(음)이라는 글자가 그렇다. 이 글자의 초기 형태를 푸는 일은 쉽지 않다. 꼴과 의미 모두 분명치 않아서다. 따라서 이 글자를 연역해 사용한 후대의 용례를 보는 편이 낫다. 우선은 어떤 흐름을 좇아 묻히거나 흘러가며 이어지는 상태나 행위를 가리켰다. 초기 자전(字典)인 의 뜻풀이에 따르는 경우다. 옷감 등에 물을 들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8. 친근(親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58. 친근(親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6. 22. 17:19 강가에 있는 마을의 여름 고요와 평화를 시작으로 잘 표현한 천재 시인이다. 곧 닥칠 장마철이다. 여름의 기세가 잠시 자리를 비키려나. 그럼에도 무더움의 대명사, 여름에 떠올리는 시가 하나 있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의 ‘강촌(江村)’이다. 전란의 폐허를 떠돌다가 4년 만에 찾은 평화와 고요를 여름의 풍경과 함께 멋지게 그려낸 작품이다. 淸江一曲抱村流 맑은 강 한 굽이 마을 안아 흐르니, 長夏江村事事幽 긴 여름 강 마을은 일마다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 절로 오고 가는 들보 위의 제비들, 相親相近水中鷗 서로 가깝고 친한 물가의 갈매기들. 老妻畵紙爲碁局 늙은 아내는 종이에 장기판을 그리고, 稚子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