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5045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91> 머리와 다리 ; 생명체 모양

심심풀이 땅콩이랑 같이 마른 오징어를 먹을 때 가장 맛없는 부위는? ①머리 ②몸통 ③다리. 만일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①번이라고 대답하기 쉽다. 가운데 두툼한 몸통은 살이 부드러워 맛있고 아래쪽 다리는 질겨도 그런대로 씹는 맛이 난다. 하지만 위쪽 머리 부위는 억세고 퍽퍽하며 별맛이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오징어라는 생명체를 전혀 모르고 낸 잘못된 문제다. 문제 자체가 오류다. 오징어 문어 낙지 등은 두족류(頭足類)다. 머리(頭) 아래 다리(足)가 달려서다. 사람은 몸통 아래 다리가 있지만 오징어는 머리 아래 다리가 있다. 즉 오징어는 위로부터 지느러미-몸통-머리-다리의 순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오징어 머리라고 하면서 맛없게 먹었던 부위는 실은 머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다. 지느러미 아래로 내장과 항..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18] 응답하라 에트루리아!

[김대식의 메타버스 사피엔스] [18] 응답하라 에트루리아!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입력 2022.12.06 03:00 미국 SF 작가 필립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라는 작품에서는 미국보다 핵무기를 먼저 개발한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대체 역사를 그려본다. 독일과 일본은 미국 영토를 반으로 나눠 갖고, 조선은 결국 독립하지 못한다. 더 끔찍한 상상도 가능하겠다. 만약 일제강점기가 수백 년 계속 유지되고, 수백만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정착했다면? 아마 한국인의 역사와 기억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비슷한 일이 20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다. 로마가 세상을 정복하기 전 이탈리아 반도 최고의 문명은 에트루리아였다. 토스카나 지역을 중심으로 찬란한 문명을 창시했던 그들..

[이동규의 두줄칼럼] [67] 협상의 기술

[이동규의 두줄칼럼] [67] 협상의 기술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2.12.09 03:00 “협상이란 마음에 안 드는 파트너와 춤추는 방법이다 언제나 준비된 자가 이긴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영화 ‘대부’의 명대사다. 협상학의 세계 최강 미국은 우선 관계와 문제를 철저히 분리한다. 가장 중요한 건 사전에 내가 최종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고수들은 상대의 ‘진짜 의도(hidden spot)’를 알아내기 위해 협상을 바로 깨버리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인의 협상이란 한마디로 “갈 데까지 가자”였다. 이런 실력으론 결국 얼마 못 가 꼬리를 내리게 된다. 협상 결렬 때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대안(BATNA·(Best Alternative to Neg..

[이동규의 두줄칼럼] [66] 팀(TEAM)

[이동규의 두줄칼럼] [66] 팀(TEAM)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 2022.12.02 03:00 “예상을 깨뜨려라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인류가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다. 이 두 종목 모두 4강에 들어간 희귀한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가 솔로는 강하나 집단은 약하다는 통념을 뒤엎는 결과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팀이란 원래 동양식 협력과 서양식 경쟁이란 두 마리 토끼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모델이다. 경영이건 시합이건 원맨쇼는 오래 가지 못한다. 혹자는 앞글자를 따서 ‘Together Everybody Accomplish More’로 풀어내기도 한다. 팀워크(teamwork)란 팀이 일한다는 뜻으로 훌륭한 팀워크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최고의 아군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

[차현진의 돈과 세상] [100] 최종 대부자

[차현진의 돈과 세상] [100] 최종 대부자 차현진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2022.12.07 00:40 영국의 새 총리 리시 수낙은 인도계다. 영국 사회의 비주류라는 점에서 벤저민 디즈레일리 총리와 비교된다. 디즈레일리는 유대계였으며, 이름(Disraeli)의 앞뒤 철자를 빼면 이스라엘이라는 글자가 나온다. 42세에 총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수낙은 로버트 젠킨슨과 닮은꼴이다. 젠킨슨은 15년을 재임한, 최장수 총리다. 혈기왕성한 탓인지 유난히 전쟁을 많이 치렀다. 1812년 취임 열흘 만에 미국과 전쟁을 시작했다. 그때 영국군은 식민지에서 이탈한 미국을 혼내주려고 대통령 관저를 불태웠다. 미국인들은 그것을 복구한 다음 흰 페인트를 칠하고 백악관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젠킨슨은 나폴레옹과도 오랫동안 전쟁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1] 순간의 선택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1] 순간의 선택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2.12.09 03:00 /일러스트=양진경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사람은 늘 착잡하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짧은 시간을 푸념하는 표현이 발달했을 듯하다. 순식(瞬息)이 우선 그렇다. 눈 한 번 깜빡이고[瞬], 숨 한 차례 쉬는[息] 시간이다. ‘순식간(間)’, 또는 줄여서 ‘순간(瞬間)’으로 적는다. 눈동자 한 번 굴리는 일은 전순(轉瞬)이자 별안(瞥眼)이다. 우리는 ‘별안간(間)’이라는 말을 곧잘 사용한다. 손가락 한 차례 튕기는 시간이라는 뜻에서 탄지(彈指)라고 적을 때도 있다. 모두 짧은 시간의 형용이다. 가장 짧은 시간은 찰나(刹那)라고 한다. 중국에 전해진 불교의 영향으로 한자(漢字) 권역에 자리를 잡..

차이나別曲 2022.12.09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0]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20]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2.12.02 03:00 /일러스트=김성규 성을 내지 않고 속으로 마음 다잡는 일을 우리는 보통 ‘참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그 의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한자는 ‘인(忍)’이다. 그러나 그 초기 글자꼴은 참 사납다. 날카로운 칼날[刃]이 사람 심장[心]을 후벼파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 맥락을 고스란히 반영한 단어가 잔인(殘忍)이다. 본래는 창[戈] 두 개가 엇갈려 싸움이 벌어지는 현장을 가리켰던 앞 글자 ‘잔’과 심장을 도려내는 칼날의 ‘인’이 합쳐진 단어다. 싸움의 그악함, 심각한 폭력성 등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뒤의 글자 ‘인’은 살이 잘리는 아픔까지 견뎌야 한다는 뜻을 키우다가 마침내 ‘참다’라는 새..

차이나別曲 2022.12.09

[이한우의 간신열전] [164] 이재명다움

[이한우의 간신열전] [164] 이재명다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12.08 03:00 공자가 ‘논어’에서 사람을 살펴보는 잣대로 제시한 것은 덕(德), 예(禮), 인(仁) 세 가지이다. 덕(德)이란 우리말로 ‘답다’ 혹은 ‘다움’이다. 공자가 말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가 바로 임금다움, 신하다움, 부모다움, 자식다움을 말하는 덕(德)의 개념이다. 특히 공자가 말한 덕(德)이란 군군신신의 공덕(公德)이다. 사덕(私德)이란 ‘동그란 사각형’처럼 일종의 형용 모순이라 쓰이지 않는다. 예(禮)란 일의 이치[事理]를 말한다. 주희처럼 예법에 한정되는 개념이 아니다. 그래서 공자는 지례(知禮)라는 말을 쓴다. 이는 사리를 안다는 뜻이다. 공자는 인(仁)이란 다른 사람을 사랑..

간신열전 2022.12.09

[이한우의 간신열전] [163] 현대판 이임보(李林甫)

[이한우의 간신열전] [163] 현대판 이임보(李林甫)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12.01 03:00 당나라 간신들 중에 최악은 이임보(李林甫·?~752년)다. 아첨을 일삼으며 뛰어난 신하들을 배척해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을 낳은 장본인이다.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지만 뱃속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집권 전반기 ‘개원의 치(治)’를 이룩한 현종을 후반기 혼란으로 몰아넣어 ‘천보난치(天寶亂治)’라는 역사적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나라 쇠망이 이임보에게서 비롯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요즘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행태를 보면서 이임보를 떠올린다. 그는 얼마 전 한 기고를 통해 같은 당에 속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간신열전 2022.12.09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동아일보|오피니언 파격의 추모[이준식의 한시 한 수]〈190〉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08:44 기녀를 데리고 동토산에 올라, 슬픔에 잠긴 채 사안(謝安)을 애도하다. 오늘 내 기녀는 꽃처럼 달처럼 이쁘건만, 저 기녀 옛 무덤엔 마른풀만 싸늘하다. 꿈에서 흰 닭을 본 후 세상 뜬 지 삼백 년, 그대에게 술 뿌리니 우리 함께 즐겨 봅시다. 취한 김에 제멋대로 추는 청해무(靑海舞), 자줏빛 비단 모자가 가을바람에 날아간다. 그대는 그대대로 한세상, 나는 나대로 또 한세상. 거대한 물결처럼 흐르는 세월, 새삼 신기해할 게 뭐 있겠소? (攜妓東土山, 悵然悲謝安. 我妓今朝如花月, 他妓古墳荒草寒. 白雞夢後三百歲, 灑酒澆君同所歡. 酣來自作靑海舞, 秋風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