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5045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동아일보|오피니언 안쓰러운 인정세태[이준식의 한시 한 수]〈189〉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12-02 03:00업데이트 2022-12-02 05:10 내가 돈이 많으면 마누라와 아이는 내게 참 잘하지. 옷 벗으면 날 위해 차곡차곡 개주고, 돈 벌러 나가면 큰길까지 배웅해주지. 돈 벌어 집에 돌아오면 날 보고 함박웃음 지으며, 내 주변을 비둘기처럼 맴돌며 앵무새처럼 조잘대지. 어쩌다 한순간 가난해지면 날 보고는 금방 싫은 내색. 사람은 아주 가난하기도, 또 부유해지기도 하는 법이거늘, 재물만 탐하고 사람은 돌보지 않는다면, 장차 어떻게 될지 두고 볼 수밖에. (吾富有錢時, 婦兒看我好. 我若脫衣裳, 與吾疊袍오. 吾出經求去, 送吾卽上道. 將錢入舍來, 見吾滿面笑. 繞吾白합旋, 恰似鸚鵡鳥. 邂逅暫..

[고전 속 정치이야기] 미미지악(靡靡之樂)

오피니언 칼럼 [고전 속 정치이야기] 미미지악(靡靡之樂) 천지일보 승인 2022-12-08 17:56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위령공(衛靈公)은 초평왕에게 사기궁(虒祁宮) 낙성식에 참석하라는 명을 받았다. 도중에 복수(濮水)가의 역사에 묵었다. 밤이 깊자 멀리서 금(琴)을 타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가늘었지만 청아해 또렷하게 들렸다. 위령공은 연(涓)이라는 음악가를 데리고 다녔다. “저 소리를 들어 보라! 그 소리가 마치 귀신 소리와 비슷하지 않는가?” “하루 더 묵으며 다시 들을 수 있다면 연주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 날 밤에 그 음악 소리가 다시 들렸다. 사연은 모두 습득했다. 영공이 하례를 마치자 평왕은 사기궁에서 영공을 접대했다. 술이 몇 순 배 돌고 자리가 무르익자 평왕이 말했다. “위나라에..

[고전 속 정치이야기] 과잉포장(過剩包裝)

오피니언 칼럼 [고전 속 정치이야기] 과잉포장(過剩包裝) 천지일보 승인 2022-12-01 18:06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오스트리아의 건축가 로사는 기능주의 건축학의 대표작 ‘장식과 죄악’에서 지나친 장식을 노동력과 돈과 재료를 낭비하는 죄악이며, 문화적 진보는 장식을 제거한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지적했다. 신기능주의를 대표하는 독일의 한 설계사는 제품을 설계할 때 미적인 요소에만 관심을 기울이면 가식적이고 허망한 제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으므로, 설계자는 자신이 예술가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능주의 운동가는 ‘적은 것이 많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적은 것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머지 많은 것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묵자의 생각도 같았다. 묵자와 2천년 후..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6> 당나라 시인 맹교가 저물녘 낙양교를 바라보며 읊은 시

달 밝아 눈 덮인 숭산 바로 환히 보이네 - 月明直見嵩山雪·월명직견숭산설 천진교 다리 아래엔 첫얼음이 얼고(天津橋下冰初結·천진교하빙초결) 낙양성 거리에는 사람들 발길 끊어졌네.(洛陽陌上人行絶·낙양맥상인행절) 느릅나무 버드나무 잎 지고 누각 한적한데(榆柳蕭疏樓閣閒·유류소소누각한)달 밝아 눈 덮인 숭산 바로 환히 보이네.(月明直見嵩山雪·월명직견숭산설) 위 시는 맹교(孟郊·751~814)의 ‘洛橋晩望’(낙교만망·저물녘에 낙양교를 바라보며)으로, 그의 문집인 ‘맹동야시집(孟東野詩集)’에 실려 있다. 소동파는 맹교의 시풍에 대해 ‘차다(寒)’고 하였고, 한유는 율양현위(凓陽縣尉)가 되어 떠나는 회재불우(懷才不遇·뛰어난 재주를 품고 있지만 때를 만나지 못함)한 벗인 맹교를 위해 쓴 글인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5> 북제(北齊)의 문신 조홍훈이 양휴에게 보낸 편지

부귀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 何必富貴乎?·하필부귀호? 만약 불현듯이 (관직을 그만두고) 맑고 고아해지고 싶어 관대(官帶)를 풀고 머리비녀를 뽑으실 수 있다면 저는 여기에 산장을 준비할 수 있으리이다. 문득 한 번 팔짱을 끼고 숲에 들어가 수건을 걸고 나뭇가지를 드리우고 술병을 든 채 산봉우리에 올라서는 평평한 곳에 자리를 깔지요. 그리고 소박한 뜻을 이야기하고, 옛정에 관해 말하며, 단법(丹法)에 대해 문의하고, 현서(玄書)에 관해 논한다면 이 또한 즐거우리니 구태여 부귀를 추구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若能飜然淸尙, 解佩損簮, 則吾於玆, 山莊可辦; 一得把臂入林, 掛巾垂枝, 携酒登獻, 舒席平山, 道素志, 論舊款, 訪丹法, 語玄書, 斯亦樂矣, 何必富貴乎?(약능번연청상, 해패손잠, 즉오어자, 산장가판;..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4> 고려 때 귀화한 위구르인 설손의 시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밤새도록 산속에 비가 내리는데(一夜山中雨·일야산중우)/ 지붕 위에 엮어놓은 띠가 바람에 날리네.(風吹屋上茅·풍취옥상모)/ 계곡물 불어난 건 알지 못하여도(不知溪水長·부지계수장)/ 낚싯배 높아진 건 알아차리겠네.(只覺釣船高·지각조선고) 위 시는 중국에서 귀화한 설손(偰遜·?~1360)의 시 ‘山中雨’(산중우·산속에 내리는 비)로, 그의 저서인 ‘근사재일고(近思齋逸藁)’에 실려 있다. 산속의 띠집에 밤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볼품없는 초가지붕마저 날려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조마조마하며 밤을 지새우고, 아침에 긴장한 채로 방문을 뻐거덕 연다. 저 앞 숲에서는 여전히 빗방울이 두둑거리는 것 같다. 계곡도 그대로인 듯하다. 다시 ..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3> ‘고려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지춘추관사 김종서 등이 새로 편찬한 ‘고려사’를 바치니 (知春秋館事金宗瑞等, 進新撰高麗史·지춘추관사김종서등, 진신찬고려사) 지춘추관사 김종서 등이 새로 편찬한 ‘고려사’를 바치니, 세가 46권, 지 39권, 연표 2권, 열전 50권, 목록 2권으로 되어 있었다. 전문을 올렸는데, 그 전문은 이러하였다. “ … 편간(編簡)을 엮어 감히 임금께 드립니다. … 그 범례는 모두 사마천의 ‘사기’를 본받았으며 … 본기를 피하고 세가로 한 것은 명분의 중함을 보인 것이요 …. ” 知春秋館事金宗瑞等, 進新撰高麗史, 世家四十六卷, 志三十九卷, 年表二卷, 列傳五十卷, 目錄二卷, 其進箋曰: “ … 玆紬編簡, 敢瀆冕旒. … 凡例皆法於遷史, … 避本紀爲世家, 所以示名分之重 ….(지춘주관사김종서등, 진신찬고려사, 세가사십육권,..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2> 칠언율시의 4연 모두를 대구로 읊은 두보 시 ‘登高(등고)’

한평생 많은 병 얻어 홀로 높은 대에 오르네- 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바람 세차고 하늘은 높아 원숭이 울음소리 슬픈데(風急天高猿嘯哀·풍급천고원소애)/ 물가는 맑고 모래는 흰데 새는 날아 선회하네.(渚淸沙白鳥飛廻·저청사백조비회)/ 끝없이 펼쳐진 나뭇잎 쓸쓸히 떨어져 흩어지고(無邊落木蕭蕭下·무변락목소소하)/ 끝없이 흐르는 장강은 소용돌이치며 흩어 이어지고 있구나.(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래)/ 고향 떠나 만리 밖 딴나라에서 가을 만나 변함없는 언제나 나그네 신세(萬里悲秋常作客·만리비추상작객)/ 한평생 많은 병 얻어 홀로 높은 대에 오르네.(百年多病獨登臺·백년다병독등대)/ 온갖 어려움 몹시 한스러워 하얀 서리 맞은 머리(艱難苦恨繁霜鬢·간난고한번상빈)/ 늙고 쇠약해져 시름 덜 탁주마저 끊어야 하네.(潦倒..

[차현진의 돈과 세상] [99] 수출의 날

오피니언전문가칼럼 [차현진의 돈과 세상] [99] 수출의 날 차현진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2022.11.30 00:10 1946년 1월 발표된 미 군정청의 대외 무역 규칙은 무역을 면허제로 선언했다. 1948년 제정된 헌법(제87조)은 “대외무역은 국가의 통제하에 둔다”고 했다. 기술은 없고 물자는 부족하니 수입을 막아야 적자가 줄어든다는, 패배감의 산물이다. 실제로 1950년대가 끝날 때까지 무역수지는 만성 적자였고 수출품의 90%는 농수산물과 지하자원이 차지했다. 수입은 더 한심했다. 우리 정부가 GARIOA, ECA, SEC, CRIK, UNKRA, AID, ICA, PL480 등 온갖 국제기구와 미국 정부부처에서 ‘심청이가 동냥젖 얻어먹듯’ 받아온 원조품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1961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