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영국 酒幕 조선일보 입력 2001.12.23 19:12 런던 교외 한적한 큰 길가에 투박한 술잔이 그려진 돌출광고를 한 퍼브를 찾아든 적이 있다. 벽난로를 중심으로 중세풍의 낡은 탁자와 의자들이 산재해 있고, 한쪽에는 당구대와 화살 던지기 과녁이 붙어있었다. 프런트에는 주인 할머니가 그릇을 닦고 있고 주인 할아버지는 자신이 팬 장작을 들고와 벽난로 앞에 부려놓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인근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트랙터를 몰고온 농부가 옷에서 검불을 떼며 들어왔고, 채권장사처럼 손가방을 든 사나이가 들어왔다. 퍼스트 네임을 다정하게 부르며 맥주 한 잔씩 시켜 들고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았다. 한 마을에 사는 이웃들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이 주막에 들러 감자튀김과 한 대포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