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29>선물(膳物)과 뇌물(賂物)

[동아일보] 膳은 月과 善으로 이루어졌는데, 善은 소리부도 겸한다. 月은 원래 잘라놓은 고깃덩어리를 그렸다. 善은 갑골문에서 양의 눈을 그렸고, 금문(왼쪽 그림)에서는 羊과 .(말 다툴 경)의 결합으로, 말다툼과 같은 분쟁을 羊의 신통력으로 판단해 준다는 상징으로부터 옳고 선한 의미를 형상화했다. 그러므로 膳은 좋은(善) 일에 쓰이는 고기(肉)를 말한다. 고대사회에서 제일 중요하고 좋은 일이 제사였으므로, 膳은 그 ‘제사에 쓰이는 고기’를 말했다. 제사를 위한 고기는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것을 쓰기에, 평소에 고기를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당시 제사 후 나누어 먹는 고기는 대단한 膳物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먹을 것이 풍부하여 명절이나 제사 음식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지만, 먹을 것이 귀하던 시..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28>권력(權力)과 권위(權威)

[동아일보] 현대 사회에서 權力이란 종종 부정적인 어휘로 읽힌다. ‘權力’에서 우리는 평등보다는 억압을, 사회의 수평적 관계보다는 수직적 관계를, 합의나 협상보다는 명령에 대한 무조건적 순종을 떠올린다. 하지만 權力의 뿌리는 저울에서 출발했다. 權은 의미부인 木(나무 목)과 소리부인 i으로 구성되었는데, i은 갑골문에서 볏이 나고 눈이 크게 그려진 왜가리의 모습을 그렸다. 權은 처음에는 노란 꽃이 피는 黃華木(황화목)을 지칭했으나 이후 양쪽의 평형을 잡아 무게를 재는 기구인 저울의 추를 뜻하게 되었다. 力은 쟁기의 모습으로써 ‘힘’이라는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威는 금문에서 女와 戌로 구성되었는데, 女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앉은 여인을, 戌은 날이 둥근 큰 도끼를 그렸다. 도끼는 중국에서 사람을..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27>목욕(沐浴)

[동아일보] ‘설문해자’에는 ‘관리가 된 사람은 닷새째에는 쉬면서 沐浴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것은 서양 기독교 달력의 범례를 따르는 오늘날과는 달리 고대 중국에서 휴일은 곧 목욕하는 날(沐日·목일)이요, 목욕은 곧 휴식을 의미했다. 휴일을 沐日로 규정한 옛 습관은 우선 몸의 위생의 중요성을 알리고, 몸의 청결을 정신의 청결 즉 각성된 정신 상태나 修道(수도)와 연결시켜 사고했음을 보여준다. 沐浴의 沐과 浴에서 木(나무 목)과 谷은 각각 소리부와 의미부를 겸한다. 谷의 경우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윗부분은 물이 흐르는 모양을, 아랫부분은 샘의 입구(口·구)를 그려 산 속의 샘에서 물이 나와 흐르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谷에 골짜기의 뜻이 생겼다. 골짜기는 노자의 표현처럼 텅 비어 무엇이든 담을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26>책임(責任)

[동아일보] 선택이란 다른 수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던가.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보듯, 결단이 위기를 부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결단에는 언제나 큰 責任이 따른다. 責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자와 貝(조개 패)로 이루어졌는데, 자는 소리부도 겸한다. 자는 원래 화살처럼 하늘로 솟은 나무(木·목) 모양에 양쪽으로 가시가 그려진 모습이며 이로써 ‘가시나무’를 형상화 했다. 그래서 자가 가로로 둘 합쳐진 棘(가시나무 극)은 탱자나무처럼 옆으로 우거져 자라는 가시나무의 특성을, 세로로 둘 합쳐진 棗(대추나무 조)는 하늘을 향해 높이 자라는 가시를 가진 키 큰 대추나무의 특성을 반영해 만든 글자다. 그리고 칼(刀·도)과 가시(자)의 속성이 합쳐진 刺(찌를 자)에서 보듯, 가시는 아픔과 어려움과..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25>비평(批評)과 평론(評論)

[동아일보] 批는 手(손 수)와 比로 이루어졌는데 比는 소리부도 겸한다. 手는 손의 형상을 그렸고, 比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몸을 굽히고 손을 위로 받든 두 사람이 나란히 선 모습에서 ‘나열하다’나 ‘견주다’의 뜻을 그려 냈다. 評은 言(말씀 언)과 平의 합성자인데 平 역시 소리부를 겸한다. 言은 갑골문에서 혀(舌·설)에다 추상부호인 가로획(一)이 더해진 모습으로, 혀에 의해 만들어지는 ‘말’을 형상화했다. 平의 금문(오른쪽 그림) 자형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자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설문해자’는 ‘말이 고르게 퍼지는(八) 것’을, 혹자는 나무를 평평하게 깎는 손도끼를, 또 다른 이는 저울을 그렸다고도 하지만 모두 자형과 그다지 일치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서 批評은 물건 등을 손(手)으로 나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24>민족(民族)

[동아일보] 베네딕트 앤더슨은 民族을 ‘상상의 공동체’라고 했다. 이 주장은 민족을 혈연이나 지연 공동체로 간주하던 전통적인 관점을 뒤집어 놓았다. 그러면 한자의 자원으로 본 民族의 개념은 어떤 것일까? 民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예리한 침 같은 것에 한쪽 눈이 찔린 사람의 모습이다. 옛날 전쟁에서 포로를 잡을 경우, 남자이면 한쪽 눈을 찔러 노동력은 보존하되 반항능력은 줄여 노예로 삼았다. 이러한 모습은 臧(착할 장)이나 童(아이 동)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民의 원래 뜻은 노예이며, 이후 지배자의 통치를 받는 계층이라는 의미에서 ‘백성’이라는 뜻이 나왔고, 다시 ‘사람’이라는 일반적 의미로 확장되었다. 族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깃대 아래에 사람(大·대)이나 화살(矢)이 놓인 모습..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23>균형(均衡)

[동아일보] 국가의 均衡 발전이 선진사회로 가기 위한 화두임에는 틀림없다. 중국도 최근 개혁개방 과정에서 소외된 동북과 서북지역의 均衡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均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土(흙 토)와 勻으로 구성되었는데, 勻은 소리부도 겸한다. 勻은 포(쌀 포)와 두 점(二·이)으로 구성되었지만 금문에서는 손(又·우)과 두 점(二)으로 되었다. 又는 손동작을 뜻하고 二는 동등함을 상징하는 지사부호이다. 따라서 勻은 ‘손(又)으로 똑같은 비율로 나누는(二) 것’을 의미하고, 그로부터 均分(균분·고르게 나누다)의 뜻이 나왔으며, 나누면 원래의 양보다 줄기 때문에 ‘적다’는 의미도 나왔다. 土는 흙을 뭉쳐 땅 위에 세워 놓은 모습을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均은 흙(土)을 높고 낮음이 없도록 고르는(勻)..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22>관습(慣習)

[동아일보] 慣習法(관습법)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慣習은 한 사회에서 ‘오랫동안 습관이 되어 익숙해진 질서나 규칙’을 말하고, 慣習法은 그러한 ‘사회적 관습이 사회적 규범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성문법과는 구별된다. 慣은 心(마음 심)과 貫으로 이루어졌는데, 貫은 소리부도 겸한다. 貫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貝(조개 패)가 빠진 …으로 써, 끈이나 꼬챙이로 어떤 물건을 꿰어 놓은 모습을 하였는데, 소전체에 들면서 꿰어 놓은 것이 조개(貝)임을 구체화시켜 지금의 貫이 되었다. 그래서 貫은 꿰다는 뜻을 가지며, 이로부터 貫通(관통)의 의미가, 다시 習慣의 뜻이 나왔다. 꿰어 놓은 것은 보통 같은 물건이었기에 ‘동일함’의 뜻도 생겼다. 고대 중국은 집성촌을 중심으로 마을이 발달했기에 貫은 자신 및 가족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21>항공(航空)

[동아일보] 내일은 航空의 날이다. 하늘을 난다는 것은 인류가 가장 이루고 싶어 했던 오랜 꿈이었다. 지금은 민간인의 우주여행도 가능한 시대에 진입했다. 인간은 일찍이 자신이 살고 있는 땅위를 이동할 수 있는 기물을 발명했고, 다시 주위의 강이나 바다를 航海(항해)할 수 있는 배를 발명했다. 하지만 하늘을 나는 기술은 극히 최근에 들어서야 발전했다. 중국인들은 하늘을 나는 기계 역시 배를 바다에 띄우는 것과 유사한 기술에서 나왔다고 생각한 탓일까. 航海와 航空에서의 航은 동일한 글자를 쓴다. 航은 舟와 亢으로 구성되었는데, 亢은 소리부도 겸한다. 舟는 바닥이 평평하고 이물과 고물이 직선을 이루는 독특한 구조의 중국 고유의 平底船(평저선)을 본뜬 글자이다. 亢의 갑골문(왼쪽 그림)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지만..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20>저장(貯)과 축적(蓄)

[동아일보]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 나오는 김정은의 커다란 핑크 돼지 貯金筒(저금통)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지대하다고 한다. 동전을 집에 쌓아 놓아 유통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동전을 찍어내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가게 한 것이 첫째요, 그 동전을 바꾸는데 드는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둘째 이유란다. 貯는 원래 저로 썼는데, 지금의 자형에서는 면(집 면)과 丁(넷째천간 정)으로 구성되었지만 사실은 면과 가로획(一)으로 이루어졌던 것이 잘못 변한 글자이다. 저는 갑골문에서 궤짝 속에 어떤 물건(一)이 들어 있는 모습인데, 어떤 경우(왼쪽 그림)에는 조개(貝·패)를 그려 넣어 그것이 조개임을 구체화했다. 금문에 들면서 貝가 궤짝 바깥으로 나와 아래쪽에 위치했고 소전체에서 다시 좌우구조로 되었다가,..

漢字 이야기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