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19>법(法)과 정의(正義)

[동아일보] 사람들은 法과 正義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자면 法과 正義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法은 水(물 수)와 去(갈 거)로 이루어져 물(水)의 흐르는(去) 속성을 강조했다.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는 항상성을 지닌다. 이는 法이 보편성과 일관성과 형평성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法의 자형을 역추적하여 금문(왼쪽 그림)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에는 치(해태 치)가 덧붙여져 있다. 해태는 옳지 않은 사람을 자신의 뿔로 받아 죽여 버린다는 전설의 동물이다. 해태의 존재는 法에 기초한 통치가 확립되기 이전 징벌의 형태를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이후 치가 생략됨으로써 法이 징벌의 의미를 넘어 물의 흐름이 지니는 항상성과 보편성처럼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되어야만 하는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8>주변(周邊)

[동아일보] 周의 갑골문(왼쪽 그림) 형체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어떤 이는 砂金(사금)을 채취하는 뜰채를 그렸다고 하며 어떤 이는 물체에 稠密(조밀)하게 조각해 놓은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稠나 凋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이는 밭(田·전)에다 곡식을 빼곡히 심어 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곡식을 밭에 빼곡히 심어 놓은 것처럼 ‘稠密하다’가 周의 원래 뜻이었는데, 이후 나라이름으로 쓰이게 되자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禾(벼 화)를 더한 稠로 분화함으로써 그것이 곡식임을 구체화했다. 또 빙(얼음 빙)이 더해진 凋는 빼곡히 자란 곡식(周)이 얼음(빙) 같은 서리를 맞아 시들어가는 모습으로부터 ‘시들다’의 뜻을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또 周나라는 그 시조를 ‘곡식(稷·직)의 신(后·후)’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7>초점(焦點)

[동아일보] 焦는 금문(왼쪽 그림)에서 추와 火(불 화)로 구성되어 새(추)를 불(火)에 굽고 있는 모습으로부터 ‘굽다’는 의미를 그려냈다. 이후 굽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부터 ‘황흑색’이나 ‘파삭파삭하다’ 등의 뜻이 나왔다. 새는 돼지나 닭 등 다른 가축과는 달리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한눈을 팔았다가는 모두 태워먹기 십상이다. 그래서 焦에는 불을 크게 피웠다 새를 다 태워버릴까 안절부절 조바심을 내다는 뜻에서 焦燥(초조)의 뜻이 나왔다. 따라서 焦에는 절대 한눈팔지 말고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가 스며있다. 點은 의미부인 黑과 소리부인 占으로 이루어졌는데, 黑은 갑골문에서 墨刑(묵형·이마에 먹물을 들이던 고대의 형벌)을 한 모습으로 ‘검다’는 뜻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占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卜..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6>체육(體育)

[동아일보] 體는 의미부인 骨과 소리부인 豊으로 이루어졌는데, 豊은 의미의 결정에도 관여한다. 骨은 W와 月(肉·고기 육)으로 구성되었는데, W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살점을 발라낸 뼈가 서로 연이어진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 骨은 처음에는 換骨奪胎(환골탈태·뼈대를 바꾸어 끼우고 태를 달리 쓴 것처럼 모습을 완전히 바꿈)에서처럼 ‘뼈대’를 뜻했으나 이후 살이 붙은 뼈까지 지칭하게 되었고, 뼈대가 사람의 풍모를 결정하므로 風骨(풍골·풍채와 골격)에서와 같이 품격이나 기개라는 뜻을 담게 되었다. 豊은 원래 풍과 같은 데서 나온 글자다. 豊이나 풍은 갑골문에서 장식이 달린 북(Y·주)과 玉(옥)으로 구성되었는데, 북과 옥은 고대 중국에서 제사에 쓰이던 음악과 禮玉(예옥)의 상징이다. 신에게 제사를 드리던 절차..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5>금식(禁食)

[동아일보] 이슬람 국가들은 라마단(Ramadan)이라는 훌륭한 전통을 갖고 있다. 그들은 이 기간 중 禁食을 의무화함으로써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것을 남에게 베푸는 절제와 선행을 실천한다. 禁은 林(수풀 림)과 示(보일 시)로 구성되어 숲(林)에 대한 제사(示)를 형상화 했다. 숲은 산신이 사는 곳이라 하여 제사의 대상이 되기도 했겠지만, 이 글자가 秦(진)나라 때의 죽간에서부터 나타나고 당시의 산림 보호에 관한 법률을 참고한다면 이는 산림의 남벌이나 숲 속에 사는 짐승들의 남획을 ‘禁止(금지)’하기 위해 산림(林)을 신성시하였던(示) 전통을 반영한 글자일 가능성이 높다. 진나라의 법률은 대단히 엄격하고 자세하게 규정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5년 중국 호북성의 睡虎地(수호지)에서 출..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4>영화(映畵)

[동아일보] 부산의 가을은 온통 映畵 열기로 물결치고 있다. 映은 日(날 일)과 央으로 구성되었는데, 央은 소리부도 겸한다. 央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의 정면 모습과 목에 형틀의 하나인 칼을 쓴 꼴이다. 그래서 央은 칼을 쓴 사람의 모습에서 ‘재앙’이라는 뜻이, 칼의 한가운데 목이 위치함으로 해서 다시 ‘중앙’이나 ‘핵심’이라는 뜻이 나왔다. 그래서 央으로 구성된 글자는 이 두 가지 의미를 중심으로 확장해 나왔다. 예컨대 (대,알)(부서진 뼈 알)이 더해진 殃은 죄를 받은 ‘재앙’을, 心(마음 심)이 더해진 怏은 재앙의 심리적 상태인 원망을 말한다. 그리고 앙(가슴걸이 앙)은 쟁기질 때 소의 목에 거는 가죽(革·혁)으로 만든 가슴걸이를 말하는 것으로 칼을 쓴 꼴인 央의 원래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하..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3>문(文)과 자(字)

[동아일보] 文字는 지금 한 단어로 쓰이지만 文과 字는 원래 서로 다른 뜻이다. 文은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 기초자를, 字는 기초자인 文이 둘 이상 합쳐진 합성자를 말한다. 文은 지금은 글자를, 그리고 글자가 모여 글이 되기에 文章(문장)을 뜻하지만, 최초에는 ‘무늬’를 뜻했다. 文은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의 가슴 부위에 칼집을 새겨 넣은 모습이다. 무슨 목적으로 몸에다 칼집을 내었던 것일까? 그 대상은 산 사람이었을까 죽은 사람이었을까? 원시 수렵시절, 하늘로부터 받은 수명을 다하여 죽는 자연사보다는 수렵이나 전쟁 과정에서 죽는 사고사가 훨씬 많았을 것이다. 원시인들은 사고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동료를 보면서 몸속에 든 영혼이 피를 타고 나와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바람에 죽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2>도살(屠殺)

[동아일보] 屠는 尸와 者로 구성되었는데, 者는 소리부도 겸한다. 尸는 ‘주검’을 뜻하고 者는 煮(삶을 자)의 본래 글자로 짐승을 잡아 ‘삶다’는 뜻을 갖기 때문이다. 尸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의 다리를 구부린 모습인데, 이를 두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모습이라거나 꼬부리고 누운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주검’과 연계되는지 쉬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고대 문헌에서는 尸가 동이족을 말하는 夷(오랑캐 이)와 같은 뜻으로 자주 쓰이는데 그 이유도 해석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尸가 시체를 묻는 방식의 하나인 굽혀묻기(屈葬·굴장)를 형상화 한 것이라 생각한다. 굽혀묻기는 우리나라 남부지역의 돌무덤에서 자주 발견되는 매장 방식의 하나이며 그것은 시신을 태어날 때 태아의 모습으로 되..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뿌리읽기]<111>시계(時計)

[동아일보] 時 때 시 寺 절 사·내시 시 之 갈 지 持 가질 지 侍 모실 시 計 꾀 계 시간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시간은 주기적으로 떴다가 지는 해나 차고 이지러지는 달, 수확에서 다음 수확까지의 시간이나 연어가 바다로 나갔다가 되돌아오기까지의 기간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관찰되는 반복적 주기를 문자나 숫자의 형태로 객관화하고 표준화한 것이라 말해진다. 고대 중국의 경우 달(月·월)은 달의 주기에서, 年(해 년)이나 歲(해 세)는 수확의 주기에서 그 개념을 가져왔지만, 하루의 시간은 주로 태양의 운행으로 형상화했다. 그래서 시간을 뜻하는 時는 지금의 자형에서는 의미부인 日(날 일)과 소리부인 寺로 구성되었지만, 이전의 갑골문(왼쪽 그림)과 금문에서는 日과 之로 구성되어 ‘태양(日)의 운행(之)’이라..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10>개천(開天)

[동아일보] 開는 고문(왼쪽 그림)에서 두 손(공·공)으로 대문(門)의 빗장(一)을 여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열다’는 뜻이, 문을 밖으로 열어젖힌다는 의미에서 開放(개방)의 뜻이, 다시 開闢에서처럼 시작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開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한자들은 대단히 많다. 예컨대 開와 대칭적 의미를 가지는 閉는 금문에서 門(문 문)과 나무 자물쇠를 걸어 둔 모습으로 문을 ‘잠그다’는 의미를 형상화했으며, 關은 문(門)에다 빗장을 걸고 다시 실(요·요)로 묶어 둔 모습을 그렸다. 闢은 의미부인 門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벽,피)(임금 벽)으로 이루어졌는데, (벽,피)은 원래 형벌 칼(辛·신)로 몸(尸·시)의 살점을 도려낸 모습으로 사형의 의미를 그렸다. 그러한 형벌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

漢字 이야기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