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59>口(입 구)

[동아일보] 口는 벌린 입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口는 먹고 말하는 인간과 동물의 신체기관은 물론 집의 入口(입구)나 기물의 아가리까지 지칭하는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었다. 첫째, ‘먹다’는 행위에 관련된 글자로, 味(맛 미)는 입(口) 속에 느껴지는 갖가지(未·미) 맛을, 呑(삼킬 탄)은 입(口)으로 삼킴을 말한다. 둘째, ‘말’과 관련된 글자로, 名(이름 명)은 캄캄한 밤(夕·석)에 입(口)으로 부르는 ‘이름’을, 告는 희생 소(牛·우)를 바치고 기도하는(口) 모습에서 ‘알리다’의 뜻을, 否(아닐 부)는 아니다(不·불)고 말함(口)을, 占(점칠 점)은 점괘(卜)를 해석함(口)을 말한다. 또 吝(아낄 린)에는, 아름다운(文·문) 말(口)이란 ‘아껴야’ 한다는 고대 중국인들의 음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들..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8>又(또 우)

[동아일보] 又는 갑골문에서 오른손을 그렸는데, 다섯 손가락이 셋으로 줄었을 뿐 팔목까지 그대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又는 取(취할 취)나 受(받을 수)와 같이 주로 손의 동작을 나타낸다. 형체가 조금 변했지만 秉(잡을 병)이나 筆(붓 필)에도 又의 변형된 모습이 들어 있다. 又는 이후 ‘또’라는 의미로 가차되어 지금은 이 뜻으로 더 자주 쓰인다. 叉(깍지 낄 차)는 손가락(又) 사이로 무엇인가 끼워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또 及(미칠 급)은 사람(人·인)의 뒤쪽을 손(又)으로 잡은 모습에서 ‘잡다’의 뜻이, 다시 어떤 목표에 ‘이르다’의 뜻이 생겼다. 요즘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는 ‘미쳐야 미친다’는 ‘不狂不及(불광불급·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을 우리말로 멋지게 풀어 낸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7>(기슭 엄)

[동아일보] (엄,한)은 갑골문에서 깎아지른 바위 언덕을 그렸다. 금문에서는 소리부인 干(방패 간)을 더해 2(굴바위집 엄)으로 쓰기도 했는데, 이는 이후 山(뫼 산)을 더한 岸(언덕 안)으로 분화했다. 북경 원인이 살던 周口店(주구점)을 보면, 바위언덕에 만들어진 동굴이 초기의 훌륭한 거주지였음을 알 수 있다. ‘설문해자’에서 (엄,한)을 ‘사람이 살 수 있는 바위 언덕’이라 풀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엄,한)은 바위(돌), 깎아지른 절벽, 집 등을 뜻한다. 예컨대 厓(언덕 애)는 (엄,한)과 圭(홀 규)의 결합인데, 圭는 높이 쌓은 흙(土·토)과 그 그림자를 그려 ‘높다’는 뜻을 그려낸 글자다. 그래서 厓는 ‘높은 언덕’을 말하며, 그 뒤 산에 생긴 언덕은 崖(벼랑 애)로, 강이나 물가에 생..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6>절(병부 절)

[동아일보] 절(절)은 갑골문에서 꿇어앉은 사람의 모습이다. 예컨대 印(도장 인)은 손(爪·조)으로 꿇어앉은 사람을 눌러 굴복시키는 모습을 그렸다. 도장은 손으로 눌러 찍기도 하고 그 자체가 사람을 복종시키는 권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래서 印에 도장의 뜻이, 초기의 印刷(인쇄)가 도장처럼 눌러 이루어졌기에 ‘찍다’는 뜻도 생겼다. 또 卽(곧 즉)은 음식 그릇(艮·간) 앞에 앉은 사람을 그려 ‘곧’ 식사하려는 모습을 나타냈다. 여기에 식사를 ‘끝내고’ 머리를 뒤로 홱 돌린 모습이 旣(이미 기)이며, 식기를 중앙에 두고 마주 앉은 모습이 卿(벼슬 경)이다. 겸상은 손님이 왔을 때 차리기에 卿에는 ‘손님’이라는 뜻이 생겼고, 다시 상대를 높여 부르는 글자로, 급기야 卿大夫(경대부)에서처럼 ‘벼슬’의 뜻까지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5>卜(점 복)

[동아일보] 상나라 때에는 거북딱지에 홈을 파고 이를 불로 지져 갈라지는 모습으로 길흉을 점치던 거북점이 유행했는데 卜은 그 갈라진 모습이다. 그래서 卜에 ‘점치다’는 뜻이 생겼고 그 흔적은 단단한 거북딱지의 특성 때문에 직선으로 곧게 나타나기에 ‘곧다’는 의미도 생겼다. 하필이면 거북딱지로 점을 쳤는가에 대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거북은 1000년을 산다는 장수의 동물이자 몇 년을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는 신비의 동물이기에 어느 동물보다 신의 뜻을 잘 전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을 것이다. 또 亞(버금 아)자 형을 한 거북의 배가 상나라 사람들이 생각했던 땅의 모습이어서 땅 위의 모든 일을 계시해 줄 수 있다는 생각도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점은 신의 힘을 빌..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4>力(힘 력)

[동아일보] 力은 갑골문에서 쟁기를 그렸다. 동물이 쟁기를 끌기 전에는 사람이 직접 끌었기에 力에는 ‘體力(체력)’이나 ‘힘’의 뜻이, 다시 능력이나 위력, 나아가 강제하다는 의미가 생겼다. 밭(田·전)에 나가 쟁기(力)를 끄는 것은 전통적으로 남자(男·남)의 몫이었고, 그런 힘은 남성의 상징이었다. 이후 男은 남성의 존칭으로 쓰여, 고대 중국에서는 公(공)·侯(후)·伯(백)·子(자)와 함께 주요 지배계급의 하나를 뜻하기도 했다. 원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시절, 쟁기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끌었을 것이다. 쟁기(力)가 여럿 모인 모습이 협(힘 합할 협)이다. 여럿이 함께 쟁기질을 하려면 구령이나 노래가 필요했을 것이다. 바로 협의 아래쪽에 口(입 구)가 더해진 글자가 協(맞을 협)의 옛 형태인데, 구령..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3>刀(칼 도)

[동아일보] 刀는 칼의 모습을 그렸다. 칼은 적을 찌르는 무기이자 물건을 자르고 약속부호를 새기던 도구이기도 했다. 刃은 칼(刀)에 ‘날’이 있는 쪽을 가리키는 부호(주)가 더해진 글자로, 忍(참을 인)은 칼날(刃)의 아픔을 견디는 마음(心·심)을, 認(알 인)은 말(言·언)이 칼날(刃)처럼 마음 속(心)에 각인되는 것을 말한다. 初(처음 초)는 칼(刀)로 옷감(衣·의)을 마름질하는 모습으로부터 ‘처음’의 의미를, 制(마를 제)는 원래 칼(刀)로 나뭇가지(末)를 정리하는 모습을 그렸다. 이에 비해 則(법칙 칙)의 刀는 칼을 직접 지칭한다. 則은 원래 鼎(솥 정)과 刀로 이루어져 청동기물의 대표인 鼎과 무기의 대표인 刀를 만들 때 그 용도에 따라 엄격히 지켜져야 할 합금 비율을 말한 데서 ‘법칙’의 뜻이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2>入(들 입)

[동아일보] 入의 자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땅 속에 박아 놓은 막대나 뾰족한 물건을 그렸다고들 하지만 동굴 집으로 들어가는 굴의 입구라는 것이 자형과 실제 상황에 가장 근접해 보인다. 동굴 집은 초기 중국인들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였기에 入에 出入(출입)에서처럼 동굴 집으로 ‘들어가다’는 뜻이 생겼다. 內(안 내)는 지금의 자형에서 멱(덮을 멱)과 入으로 이루어져 덮개(멱) 속에 든(入) 어떤 물건을 형상화하였지만, 옛날 글자에는 면(집 면)과 入으로 구성되어 집으로(면) 들어가는(入) 것이 바로 안쪽(內)임을 더욱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內는 內心(내심)에서처럼 모든 것의 ‘안쪽’이라는 의미로 확대되었다. 예컨대 納(바칠 납)은 주머니((멱,사)·멱) 안으로 넣는(內) 것을, 訥(말 더듬을..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1>빙(얼음 빙)

[동아일보] 빙은 갑골문에서는 두 개의 얼음덩어리를, 금문에서는 얼음이 될 때 부피가 불어나 위로 부풀어 오른 모습을 형상적으로 그렸다. 이후 얼음이 물에서 만들어짐을 강조하기 위해 水(물 수)를 더한 빙(얼음 빙)이 되었고, 다시 줄어 氷이 되었다. 물이 얼어 얼음이 되는 것, 즉 액체가 고체로 변하는 현상은 대단히 신비한 발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반응을 표현할 글자가 필요했는데, 凝固(응고)에서의 凝(엉길 응)이 그것이다. 凝은 빙이 의미부이고 疑(의심할 의)로 구성되었는데, 疑는 갑골문에서 머리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으로부터 疑心(의심)의 의미를 담아 낸 글자다. 그래서 凝은 물인지 얼음(빙)인지 아직 의심(疑)이 가는 結氷(결빙)의 진행 단계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얼음은 물에..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50>人(사람 인)

[동아일보] 인은 원래 사람의 측면을 그린 人(사람 인)과 같은 글자였으나 이후의 합성자에서 주로 글자의 아래쪽에 쓰여 형체를 조금 바꾸어 분화된 글자이다. 그래서 인은 人과 같은 뜻을 가지고 모두 ‘사람’과 의미적 관련을 맺는다. 예컨대 元(으뜸 원)은 갑골문에서 사람의 측면 모습에 머리를 크게 키워 그렸고, 머리가 사람의 가장 위쪽에 위치함으로 해서 ‘으뜸’이나 ‘처음’의 뜻이 생겼다. 이와 같은 자원을 가진 兀(우뚝할 올)도 같은 이치에서 ‘우뚝하다’는 뜻을 가졌다. 또 兄(맏 형)은 입(口·구)을 벌리고 꿇어앉은 사람으로, 제단에서 축원하는 모습을 그렸다. 제사를 드려 축원하는 사람은 장자의 몫이었기에 ‘형’이라는 뜻이 생겼다. 그러자 원래 뜻은 示(제사 시)를 더한 祝(빌 축)으로 분화했다. 이..

漢字 이야기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