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09>지체(遲滯)와 정체(停滯)

[동아일보] 歸鄕(귀향)의 즐거움도 잠시, 歸京(귀경)길의 遲滯와 停滯는 가히 교통지옥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도시화와 근대화의 빠른 물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遲滯와 停滯가 야기하는 ‘느림’은 짜증보다 오히려 미학에 가까워 보인다. 遲는 의미부인 착(쉬엄쉬엄 갈 착)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犀로 구성되어, 무소가 느릿느릿 걷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전 갑골문(왼쪽 그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업고 가는(척·척) 모습으로써 혼자 걸을 때보다 ‘더딘’ 모습을 그렸다. 금문에 들면서 척에 止(발 지)가 더해져 착이 되었고, 소전체에서 사람을 업은 모습이 무소(犀)로 대체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이처럼 더디고 무거운 걸음에서 느릿느릿 한가로운 걸음으로 변한 遲의 자형에는 느리고 더딤에서 오는 짜증스러움은..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8>중추(仲秋)

[동아일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은 한가위가 주는 넉넉함과 풍요로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한가위를 중국어로는 ‘중추(仲秋)’라 하는데, 가을(秋)의 한가운데(仲)에 놓인 때의 명절이라는 뜻이다. 仲은 人(사람 인)과 中으로 구성되어 항렬에서 가운데(中)에 해당하는 사람(人)을 말하며, 이후 가운데라는 일반적인 의미로도 확장되었다. 그래서 中은 소리부도 겸한다. 中은 갑골문에서 동그라미(○)에 세로획(곤)이 더해졌는데, 금문(왼쪽 그림)에서는 세로획의 아래위로 같은 방향으로 나부끼는 깃발이나 장식용 술이 더해져 이것이 깃대를 그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중간의 동그라미는 깃대를 꽂아놓은 어떤 영역을 상징하는 부호일 것이다. 옛날 부족이나 씨족 집단에서 중대사가 있을 경우,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7>기도(企圖)

[동아일보] 企圖는 어떤 일을 이루려 꾀하는 것을 말한다. 企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사람(人·인)과 발(止)의 모습을 그려, 발꿈치를 들고 멀리 바라보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시켰다. 이로부터 ‘바라다보다’나 ‘희망하다’의 뜻이 생겼다. 圖는 금문(오른쪽 그림)에서부터 출현하는데, 국과 P로 구성되었다. 국은 사방이 성으로 둘러싸인 모습으로부터 都邑(도읍)을, 도읍이 나라의 중심된 성이라는 뜻에서 다시 나라라는 의미로 확장된 글자이다. P는 곡식창고가 세워진 지역을 나타내는 글자로, 곡식창고는 주로 성의 변두리에 만들어졌기에 주로 바깥쪽에 위치한 ‘마을’을 뜻했으며, 이로부터 변방이라는 의미가 나왔다. 이후 변방의 마을임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 읍(邑)을 더하여 鄙가 되었다. 그래서 鄙는 500 집을 단..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6>위험(危)과 기회(機)

[동아일보] 危機가 機會(기회)라는 말처럼, 危機를 機會로 바꾸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危는 소전체에서 O와 절로 구성되었는데, O는 바위((엄,한)) 위에 선 사람(人·인)의 위태함을 그렸다. 그 뒤 사람의 앉은 모습을 그린 절이 더해져 지금의 危가 되었다. 하지만 갑골문(왼쪽 그림)의 危는 소전체와 다른 모습이다. 이에 관한 풀이는 다양하지만, 의器(의기·균형을 살필 수 있도록 설계된 고대 중국의 기물)를 그렸다는 설이 통용되고 있다. 한때 공자가 노나라 환공을 모신 사당에서 의器를 보고서 사당 관리인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가 그것은 앉은 자리 곁에 두는 기물이라고 하자 공자는 “나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속이 비면 기울어지고, 적당하면 바르게 되고, 가득 차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5>철도(鐵道)

[동아일보] 내일은 鐵道의 날이다. 鐵은 금문(왼쪽 그림)에서부터 나타나는데 鐵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왼쪽의 네모꼴은 鐵을 鍛造(단조·금속을 두들기거나 눌러서 필요한 형체를 만드는 방법)할 때 쓰는 받침, 즉 모루를 그렸고 오른쪽의 戈(창 과)는 철로 만든 무기를 대표한다. 그것은 철이 청동에 비해 鍛造가 가능하다는 커다란 장점을 부각시킨 모습이다. 이후 이에 쇠를 뜻하는 金이 더해지고 기물을 만들 철을 주조할 때 필요로 하는 흙을 뜻하는 土(흙 토)가 더해져 자형이 조금 변해 지금의 鐵로 변했다. 그것은 鐵器(철기)의 제작이 처음에는 철을 불에 달구어 모루 위에 올려놓고 두드려 만들던 鍛造에 의하던 것이 나중에는 용광로에 넣고 녹여 거푸집에 부어서 만드는 鑄鐵法(주철법)으로 이행되는 과정을 반영..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4>높음(尊)과 낮음(卑)

[동아일보] 尊은 갑골문에서 두 손으로 술독(酉·유)을 받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술독을 그린 酉가 酋(두목 추)로 두 손이 한 손(寸)으로 변하여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아마도 조상신에게 술독(酉·酋)을 올리며 제사를 지내는 모습으로 추정된다. 그로부터 드리다와 받들다는 뜻이, 다시 ‘높다’는 뜻이 나왔다. 이후 樽(술통 준)이나 준(술두루미 준)이 만들어졌는데 모두 술통을 뜻하며, 나무(木·목)로 만든 것은 樽, 도기(缶·부)로 만든 것은 준이라 구분하여 불렀다. 또 遵은 尊과 착(쉬엄쉬엄 갈 착)으로 구성되었는데, 높은 사람(尊)을 따른다(착)는 의미에서 遵守(준수)하다는 뜻이 생겼다. 卑의 자원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금문(오른쪽 그림)의 자형을 田(밭 전)과 복(복·칠 복)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3>곤궁(困窮)

[동아일보] 困窮은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困難(곤란)이 窮極(궁극)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困은 갑골문(왼쪽)에서 국(둘러쌀 위·나라 국)와 木(나무 목)으로 구성되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간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국는 문의 네모 틀이고 木은 문빗장을 그려 문 속에 갇힌 모습을 그려 곤란함의 의미를 나타냈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국는 문을, 木은 문지방을 상징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제한함을 형상화했고 그로부터 어려움의 의미가 나왔다고 풀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설문해자’에서 困의 원래 뜻을 ‘낡은 오두막집(故廬·고려)’이라고 풀이한 것을 고려해 보면, 국는 벽으로 둘러쳐진 집을 말하고 木은 집안에 덩그러니 남은 나무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즉 집이 낡아 주인마저 떠나 버리고 시렁이나..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2>질(質)과 양(量)

[동아일보] 質은 전국문자부터 등장하는데 대체로 소전체의 형체와 비슷하며, L과 貝(조개 패)로 구성되었다. 貝는 갑골문에서 조가비의 모습이고, 조가비는 옛날에 화폐로 쓰였기에 다시 돈이나 재물이나 재산 등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L은 도끼를 그린 斤(도끼 근)이 둘 모여서 모탕, 즉 나무를 패거나 자를 때 받쳐 놓는 나무토막을 말한다. 그래서 質은 모탕처럼 ‘돈(貝)과 같이 가치 있는 것의 밑받침(L)이나 바탕이 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에서 처음에는 ‘抵當(저당·담보로 잡힘)’의 뜻으로 쓰였다. 그래서 ‘質이 좋다’나 ‘質이 나쁘다’의 쓰임에서처럼 質에는 질 좋은 원자재가 나중에 실제 쓰일 수 있는 물건으로 가공되었을 때 화폐가치가 높은 잠재성을 가진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質자가 전국시대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1>봉사(奉仕)

[동아일보] 奉은 금문에서 모나 어린 묘목을 두 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아마도 농경을 중심으로 살았던 고대 중국사회에서 농작물을 신에게 바쳐 한 해의 풍작을 비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로부터 ‘받들다’는 뜻이, 다시 奉獻(봉헌)에서처럼 ‘바치다’는 뜻이 생겼다. 그러자 원래의 의미를 나타낼 때에는 手(손 수)를 더하여 捧으로 분화했다. 仕는 人(사람 인)이 의미부이고 士가 소리부이다. 人은 서 있는 사람의 측면 모습을 그렸음을 쉽게 알 수 있지만, 士의 자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사람은 士가 工(장인 공)과 같은 도구를 그렸다고 하기도 하며, 또 어떤 학자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맞잡은 채 단정하게 앉은 법관의 모습을 그렸으며 그로부터 선비라는 뜻이 나왔고 다시 남성..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100>백로(白露)

[동아일보] 들녘의 농작물에 흰(白) 이슬(露)이 맺히며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다는 白露, 백로는 더위를 처분한다는 處暑(처서)와 가을을 전후 둘로 나눈다는 秋分(추분)의 가운데 위치한, 한 해 중에서 기후가 가장 좋은 때이다. 白은 갑골문에서부터 나타나지만 그 당시 이미 희다는 추상적 의미로 쓰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의 자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白이 껍질을 벗긴 쌀을 그렸다거나 태양(日·일)이 뜰 때 비추는 햇빛을 그렸다는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엄지손가락을 그렸다는 곽말약의 설이 가장 통용되고 있다. 그의 해설에 의하면, 엄지손가락은 손가락 중에서 가장 크고 첫째 손가락이기 때문에 엄지손가락을 그린 白은 ‘첫째’나 ‘맏이’가 원래 뜻이고, ‘희다’는 의미는 가차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것은 伯이..

漢字 이야기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