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歸鄕(귀향)의 즐거움도 잠시, 歸京(귀경)길의 遲滯와 停滯는 가히 교통지옥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도시화와 근대화의 빠른 물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遲滯와 停滯가 야기하는 ‘느림’은 짜증보다 오히려 미학에 가까워 보인다. 遲는 의미부인 착(쉬엄쉬엄 갈 착)과 소리부 겸 의미부인 犀로 구성되어, 무소가 느릿느릿 걷는 모습을 형상화 했다. 그전 갑골문(왼쪽 그림)에서는 사람이 사람을 업고 가는(척·척) 모습으로써 혼자 걸을 때보다 ‘더딘’ 모습을 그렸다. 금문에 들면서 척에 止(발 지)가 더해져 착이 되었고, 소전체에서 사람을 업은 모습이 무소(犀)로 대체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이처럼 더디고 무거운 걸음에서 느릿느릿 한가로운 걸음으로 변한 遲의 자형에는 느리고 더딤에서 오는 짜증스러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