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99>터(基)와 주춧돌(礎)

[동아일보] 基는 의미부인 土(흙 토)와 소리부인 其가 결합된 것으로, 其는 의미부도 겸한다. 基는 집이나 담을 세울 수 있는 터를 말한다. 황허 지역의 황토 평원에서는 흙을 다져 담이나 성을 쌓는 版築法(판축법)이 일찍부터 유행했다. 그곳의 진흙은 대단히 찰지기 때문에 단단히 다지면 높고 큰 건물도 지을 수 있었다. 허난(河南)성의 성도인 鄭州(정저우)에 가면 지금도 상나라 초기 때 판축법으로 쌓은 10여m 높이의 성벽이 7km 이상 남아 있다. 흙을 다져 만들었는데도 무려 3500년 이상이나 원형을 보존해 온 것이다. 基에서 其는 터를 다지기 위해 흙을 담아 나르던 도구를 형상한 글자로 보인다. 원래 其는 갑골문에서 곡식을 까부는데 쓰이는 ‘키’의 모습을 그렸다. 갑골문에서는 其가 밭에 거름을 내거나..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8>하늘(乾)과 땅(坤)

[동아일보] 乾과 坤은 八卦(팔괘)의 괘 이름으로, 乾은 하늘을 坤은 땅을 상징하여 天地(천지)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하늘과 땅의 속성처럼 乾은 양을 뜻하여 강건함의 대명사가, 坤은 음을 뜻하여 부드러움의 대명사가 되었다. 乾은 소전체에서 乙(새 을)과 G(해 돋을 간)으로 구성되었는데, ‘설문해자’에서 乙은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G은 태양(日·일)이 숲 사이 솟아오를 때 빛이 온 사방으로 뻗는 모습을 그렸다고 했다. 그래서 乾은 초목이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 坤은 의미부인 土(흙 토)와 소리부인 申으로 이루어졌는데, 申은 의미부도 겸한다. 坤은 땅을 뜻하기 때문에 의미부로 土가 채택된 것은 쉽게 이해되지만 申이 소리부이자 의미부로 채택된 연유는 좀 더 깊은 관..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7> 태풍(颱風)

[동아일보] 颱風은 남중국해에서 부는 큰 바람을 뜻하는 영어 ‘타이푼(typhoon)’의 음역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typhoon’이 중국어에서 건너간 음역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typhoon’은 서양문헌에는 16세기에 처음 나타나지만 중국인들은 그 이전부터 이를 大風(대풍·큰 바람)이라 불렀으며, 大風의 광둥식 발음이 서구로 들어가 ‘typhoon’으로 번역된 것이다. 이후 ‘typhoon’이 중국으로 역수입되면서 臺風으로 번역되었는데 이는 臺灣(대만)의 큰 바람이라는 뜻이었다. 그 뒤 臺가 약자인 台로 바뀌어 台風이 되었는데 일본에서는 아직도 台風이라 쓴다. 台는 다시 의미의 구체화를 위해 風을 더해 颱가 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颱는 의미부인 風과 소리부인 台로 이루어졌지만..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6>진보(進步)

[동아일보] 進步보다 좋은 말이 있을까? 사람은 언제나 앞서 나가길 원하며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이르길 바라는 존재가 아니었던가? 進은 금문에서 새(추)가 걸어가는(착) 모습을 형상화했다. 새가 걸어가는 특징은 무엇일까? 새를 자세히 살피면 앞으로만 걸어가지 뒤로는 걷지 못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進은 오로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비록 걸음이 느리기는 하지만 뒤로 가지 않고 오직 앞으로만 전진하는 새의 걸음을 형상화한 것이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은 새의 걸음처럼 빠르지도 못하면서 한편으로는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는 뒤돌아보거나 딴 곳을 쳐다보지 않고 하나의 일에만 매진하는 것이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하고 때로는 미련해 보이는 일이지만 그것이 앞서 나가는 일이라는 의미..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5>비뚦(歪)과 꽃대(不)

[동아일보] 어느 시대든 역사의 歪曲(왜곡)은 있어왔지만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갑자기 다가온 주변국들의 역사 歪曲은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 歪는 소전체부터 출현하는 비교적 늦게 만들어진 글자이다. 뜻은 글자 그대로 ‘바른 것(正)이 아님(不)’을 말한다. 正은 갑골문에서 성(국·국)과 발(止)을 그려 성을 치러 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성곽을 그린 국이 가로획(一)으로 변해 正이 되었으며, 征伐(정벌)이 원래 뜻이다. 정벌은 그 옛날에도 최후의 수단이어야 했고 언제나 정의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正에 ‘바르다’는 뜻이 나왔다. 그러자 원래의 征伐을 나타낼 때에는 척(조금 걸을 척)을 더하여 征(칠 정)으로 분화했다. 不의 자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문해..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4>규범(規範)

[동아일보] 規範의 자원을 풀어 달라는 독자의 요청이 있었다. 規範은 인간이 행동하거나 판단할 때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가치판단의 기준을 말한다. 한자가 만들어질 당시 그러한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規는 소전체에서 夫와 見으로 구성되었는데, 夫는 사람의 정면 모습(大·대)에 비녀를 꽂은 모습을 그려 ‘성인이 된 남자’를 나타냈고, 見은 사람(인·인)과 눈(目·목)을 그려 눈을 크게 뜨고 사물을 관찰하는 모습에서 ‘보다’는 뜻을 형상화했다. 그래서 規는 글자 그대로 성인 남자(夫)가 보는(見) 것을 말한다. 여기서 성인 남자는 결혼한 남자를 뜻한다. 결혼하지 못한 남자는 성인 대우를 받지 못했을 것이고, 결혼은 충동적인 젊은 남자를 판단력 있고 책임감 있는 성숙한 남자로 만든다. 이처럼 고대 중국에서는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3>아전(雅典)

[동아일보] 아테네의 열기가 한껏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아테네를 한자로는 ‘雅典’이라 옮기고 현대 중국어로는 ‘야뎬’으로 읽는다. 雅는 추가 의미부이고 牙가 소리부인데 추는 갑골문에서 목이 짧은 새의 모습을 그렸고 牙는 어금니를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雅는 까마귀가 원래 뜻이다. 지금의 까마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지만 옛날에는 상당히 신비한 새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고구려 벽화에는 태양을 상징하는 발이 셋 달린 까마귀(三足烏·삼족오)가 그려졌고 ‘삼국사기’ 등에는 사람이 해야 할 바를 알려 주거나 일어날 일을 예고해 주는 영험한 새로 그려지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붉은색이나 황금색을 한 까마귀는 태양의 상징이자 孝鳥(효조·효성스러운 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에서는 신들의..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2>축구(蹴球)

[동아일보] 아마도 가장 세계적인 스포츠는 蹴球가 아닐까 생각된다. 특히 중국의 蹴球는 최근 들어 國技(국기·한 나라의 대표적인 운동)에 가까울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1978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한국의 축구를 이기지 못한 ‘恐韓症(공한증)’의 징크스를 갖고 있다. 蹴은 足(발 족)과 就로 이루어졌는데, 就는 발음부도 겸한다. 就는 소전에서 京(서울 경)과 尤(더욱 우)로 구성되었는데, 京은 원래 기단 위에 높다랗게 지어진 집을 그려 의미부로 쓰였고 특이함을 뜻하는 尤는 소리부로 쓰였다. 그래서 就는 높은 곳(京)으로 ‘나아가다’가 원래 뜻이다. 이로부터 成就(성취)나 就業(취업)처럼 어떤 결과를 ‘이루다’는 뜻도 생겼는데, 이후에 생겨난 의미가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그러자 원래의 ‘나아가다’는 뜻을..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1>광복(光復)

[동아일보] 光復은 주권을 되찾음을 말한다. 光은 갑골문에서 불(火·화)이 사람(人·인) 위에 놓인 꼴인데, 奴僕(노복·종)이 등불이나 횃불을 받쳐 든 모습을 그렸다. 사람의 모습으로 등잔 받침대를 만든 고대 중국의 많은 청동 기물들이 이러한 사실을 실물로 증명해 주고 있다. 그래서 光은 ‘불을 밝히다’나 光明(광명)처럼 빛을 뜻한다. 이후 빛이 있어야 어떤 모습도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風光(풍광·경치)라는 뜻이, 다시 光陰(광음)처럼 시간이라는 뜻이 생겼다. 復은 척(조금 걸을 척)과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90>세계운동회(世界運動會)

[동아일보] 올림픽(olympic)을 중국어로는 世界運動會(세계운동회)라고 하며 줄여서 ‘스윈(世運)’이라 한다. 마찬가지로 아시아경기는 亞洲運動會(아주운동회)라 하고 줄여서 ‘야윈(亞運)’이라 한다. 世는 갑골문에서 매듭을 지은 세 가닥의 줄을 이어 놓은 모습이다. 이는 새끼매듭, 즉 結繩(결승)의 모습인데, 結繩은 문자가 탄생하기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던 기억의 보조 수단의 하나로 새끼에 여러 가지의 매듭을 지어 갖가지 의미를 나타내던 방식이다. 그림에서처럼 매듭이 지어진 한 가닥은 10을 상징하며, 이가 셋 모인 世는 30을 뜻한다. 그래서 世는 30년을 뜻하며, 이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한 世代(세대)의 상징이었다. 이후 世는 世代라는 뜻으로부터 一生(일생)의 뜻이, 다시 末世(말세)..

漢字 이야기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