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142] 함께 일할 사람 고르기

[이한우의 간신열전] [142] 함께 일할 사람 고르기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7.07 03:00 “더불어 함께 말할 사람인데 그 사람과 더불어 말하지 않는다면 이는 사람을 잃는 것[失人]이고, 더불어 함께 말할 사람이 아닌데 그 사람과 더불어 말한다면 이는 말을 잃는 것[失言]이다.” 공자의 이 말은 인사권자라면 반드시 새겨야 할 원칙이다. 그런데 “더불어 함께 말할 사람”이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공사(公私) 구분도 없이 공자의 말을 풀이하다 보면 옆길로 빠지게 된다. 이때 말한다[言=語]는 것은 공사(公事)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뜻이니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공직을 맡긴다는 뜻이다. 같은 뜻으로 ‘논어’에서는 여어(與語), 여언(與言)뿐만 아니라 여의(與議), 여립(與立)..

간신열전 2022.07.07

[이한우의 간신열전] [141] 공수신퇴

[이한우의 간신열전] [141] 공수신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6.30 03:00 “공로를 세웠으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과도 같은 도리이다”라는 말은 ‘노자(老子)’에 나온다. 노자는 흔히 무위(無爲)를 강조한 은둔사상가로 여겨지지만, 실은 현실 속에서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사상가로 읽히기도 한다. 즉 역설(逆說)의 가치를 강조한 사상가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현실과 무관치 않은 사상이라 하겠다. 노자는 또 공로와 관련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일을 했다고 해서 자부하지 말고[不恃] 공로를 이루고서 그 자리에 남아 있지 말라. 무릇 남아 있지 않아야만 이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다.” 이 문제에 관한 한 공자 쪽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논어’에..

간신열전 2022.06.30

[이한우의 간신열전] [140] 조짐 혹은 기미

[이한우의 간신열전] [140] 조짐 혹은 기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6.23 03:00 공자가 주역을 풀이하는 글 ‘계사전(繫辭傳)’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미나 조짐을 안다[知幾]는 것은 아마도 신묘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군자는 위와 사귐에 있어 아첨하지 않고[不諂] 아래와 사귐에 있어 함부로 하지 않으니[不瀆] 아마도 (이렇게 처신하기 때문에) 기미나 조짐을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미나 조짐[幾=幾微=兆朕]이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임에 있어서의 은미함[微=隱微]이자 길함(이나 흉함)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다. 군자는 기미를 보고서 일어나지 하루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줄여서 말하면 겸손한 마음으로 일의 진행 상황을 깊이 살펴보면 그 일의 성패를 어..

간신열전 2022.06.23

[이한우의 간신열전] [139] 일식과 지진

[이한우의 간신열전] [139] 일식과 지진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6.16 03:00 고대 중국에서는 일식은 역사에 기록해도 월식은 거의 기록하지 않았다. 그것은 천문 현상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인사(人事)에 대한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일식(日蝕)을 옛 기록에서는 일식(日食)이라고도 했다. 이때 식(食)은 수동태로 ‘먹힌다’는 뜻이다. 해는 당연히 임금이나 제왕의 상징이다. 그러면 누가 해를 먹는가? 황후와 후궁들, 외척, 환관 그리고 강한 신하[强臣] 순이고 저 끝쯤에 아첨꾼[諂諛]들이 자리한다. 우리는 고대사를 읽으며 고대 사람들의 과학 인식 수준이 낮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일식과 임금이 휘둘리는 일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모든 일식을 다 기록한 것이 아니라 ..

간신열전 2022.06.16

[이한우의 간신열전] [138]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한마디 말

[이한우의 간신열전] [138] 나라를 망하게 하는 한마디 말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6.09 03:00 공자가 오늘날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에 해당하는 대사구(大司寇)라는 고위직에 오른 일이 있었다. 그를 등용한 임금은 노나라 정공(定公)이다. 그래서인지 그후 공자는 애공(哀公)이 정사에 대해 질문을 하면 대충 답을 해주는 반면, 정공이 질문을 하면 곡진하게 답을 했다. ‘논어’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정공과 공자의 대화다. 정공이 물었다. “한마디 말로써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공자가 말했다. “말로써 이와 같이 기약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는 ‘임금 노릇 하기가 어렵고 신하 노릇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으니 만일 임금..

간신열전 2022.06.09

[이한우의 간신열전] [137] 동이불화에서 화이부동으로

[이한우의 간신열전] [137] 동이불화에서 화이부동으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6.02 03:00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이다. ‘논어’에는 그밖에도 “군자는 이러하고 소인은 저러하다”는 구절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 읽어야 현실적 의미를 갖는다. 즉 군자와 소인이 정해져 있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말이라기보다는 이러하면 군자이고 저러하면 소인이라고 읽을 때 자기만 옳다는 위선에서 벗어나 열린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화이부동은 무엇이고 동이불화는 무엇인가? 이 구절 바로 다음다음에 그 풀이가 나와 있다. 즉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운 반면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

간신열전 2022.06.02

[이한우의 간신열전] [136] 천명미상(天命靡常)

[이한우의 간신열전] [136] 천명미상(天命靡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5.26 03:00 고대 중국에선 천명은 일정하지 않아[天命靡常] 선한 이에게로 옮겨가고 선하지 못한 이로부터 떠나간다는 믿음이 있었다. 은나라 명재상 이윤(伊尹)은 탕왕 손자 태갑(太甲)이 제위에 올라 탕왕의 법도를 어기고 포악함을 일삼자, 그를 동궁(桐宮)으로 내쫓고 3년 동안 직접 정사를 담당했다. 그 후 태갑이 잘못을 뉘우치자 정권을 돌려주면서 함유일덕(咸有一德)이라는 글을 지어 태갑을 경계시켰다. 함유일덕이란 임금과 신하 모두 같은 다움을 갖추고서 정사에 임하자는 말이다. “아! 하늘을 믿기 어려운 까닭은 천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임금다움을 일정하게 하면 그 지위를 보존하고, ..

간신열전 2022.05.27

[이한우의 간신열전] [135] 찬물에 손 적시고 뜨거운 것 만져야

[이한우의 간신열전] [135] 찬물에 손 적시고 뜨거운 것 만져야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5.19 03:00 ‘주역’은 일의 형세[事勢=命], ‘시경’은 일의 이치[事理=禮]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공자는 아들 이(鯉)에게 “시를 공부했느냐”고 물었고 이가 “아직 못 했습니다”라고 하자 “시를 배우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이치에 맞게)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로서는 오히려 어려울 수 있는 ‘시경’이 옛날에는 공자 학문으로 들어가는 입문서였다. 일의 이치를 배운 다음에 일의 형세를 배우는 것이다. 나이 50에 공자가 이르렀다는 지천명(知天命)은 자기 팔자를 알게 됐다는 뜻이 아니라 일에 있어 이치를 넘어선 형세를 보는 눈이 생겼다는 뜻이다. 일의 이치 하나 배..

간신열전 2022.05.19

[이한우의 간신열전] [134] 거난(擧難)

[이한우의 간신열전] [134] 거난(擧難)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5.12 03:00 거난(擧難)이란 사람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고대 중국 사상가이자 정치가 여불위(呂不韋)가 지은 ‘여씨춘추’ 거난(擧難) 편에는 새로 취임한 ‘인사권자’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새겨 읽어야 할 구절이 실려 있다. “사물이란 본래 완전무결할 수 없으므로 완전함을 척도로 사람을 쓰기란 본래 어려운 것이 사물의 실상이다. 사람들은 요임금이 자애롭지 못했다고 헐뜯고, 순임금이 아버지를 업신여겼다고 헐뜯고, 우왕이 임금 자리를 탐낸 의도가 있었다고 헐뜯고, 은나라를 세운 탕왕과 주나라를 세운 무왕은 천자를 내치고 죽인 모의를 했다고 헐뜯는다. 이런 사례를 감안할 때 사람이 어..

간신열전 2022.05.12

[이한우의 간신열전] [133] ‘오얏나무’ 속담에 대한 오해

[이한우의 간신열전] [133] ‘오얏나무’ 속담에 대한 오해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5.05 03:00 이틀 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있었다. 예상대로 파행으로 끝났다. 다른 후보자와 달리 정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에서조차 법적 문제를 떠나 자녀의 편입학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 후보자는 요지부동이다. 본인 문제로 임명권자인 윤석열 당선인 지지율까지 떨어지는데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오히려 법적으로뿐만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다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거센 반발을 샀다. 그런데도 억울하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으며 이런 말을 했다.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 내용을..

간신열전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