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152] 군자가 이기는 법

[이한우의 간신열전] [152] 군자가 이기는 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9.15 03:00 “군자는 다투는 바가 없으나 반드시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 상대방에게 읍하고 사양하며 올라갔다가 내려와 술을 마시니 이러한 다툼이 군자다운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인데 약간의 보충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남을 이기려는 자가 소인이다. 그런데 군자가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고 했지만 그 또한 공자 말을 하나 더 들어보아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주나라 때) 활쏘기는 가죽 뚫기로 승부를 가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힘이 사람마다 다 달랐기 때문이다. 이것이 옛날의 활 쏘는 예법이다.” 즉 힘으로 가죽을 몇 장 뚫어내느냐로 승부를 가린 것이 아니라 정곡(正鵠)에 화살이 가서..

간신열전 2022.09.27

[이한우의 간신열전] [151] 대통령 부인 표절 논란

[이한우의 간신열전] [151] 대통령 부인 표절 논란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9.08 03:00 신문사 현직에 있을 때 다른 부서에서 유명 인사 표절 폭로 기획을 한 적이 있다. 한 여배우는 석사 논문 논란이 생기자 석사 자격을 스스로 반납했고 한 유명 강사는 그 일로 약간 타격을 입었지만 지금은 다른 분야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국내 대학들 학위 관리는 입에 올리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석사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학자들이 얼마나 할 일이 없는지 이름도 거창한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 검증단 대국민 보고회’라는 행사를 열어 김 여사가 대통령과 결혼하기 5년 전인 2007년 국민대 테..

간신열전 2022.09.27

[이한우의 간신열전] [150] 정도와 중도

[이한우의 간신열전] [150] 정도와 중도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9.01 03:00 평시에는 정도(正道)를 쓰되 비상시에는 권도(權道), 즉 중도(中道)를 쓰는 것은 예부터 오랜 지혜였다. 중도(中道)에서 중(中)은 ‘가운데 중’이 아니라 ‘적중할 중’이다. 화살이 과녁 한복판을 뚫는 모습이다. “공자 왈 맹자 왈”이라는 비아냥에는 정도만을 고집하는 시대착오적 뉘앙스가 들어 있다. 그러나 맹자는 모르겠지만 공자는 비상시에는 중도를 발휘해야 함을 누구보다 강조한 사람이다. 제자 자공이나 자로 모두, 제나라 재상 관중(管仲)은 자기가 모시던 공자 규를 버리고 환공에게 투항했으니 어질지 못한 자[不仁]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한 공자 답변은 분명하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 제후들..

간신열전 2022.09.01

[이한우의 간신열전] [149] 주역으로 읽는 이준석 사태

[이한우의 간신열전] [149] 주역으로 읽는 이준석 사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8.25 03:00 공자는 ‘주역’ 활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평소에는 괘(卦)의 차례를 짚어보다가 일이 터지면 효(爻)를 음미해 일을 풀어가라.” 그대로 해본다. 64괘 중에서 지금 상황에 해당하는 괘는 둘이다. 하나는 서합괘(噬嗑卦)이고 또 하나는 대축괘(大畜卦)다. 서합괘는 6효 전체를 한꺼번에 보는데 밑에서 넷째 양효가 바로 입안에 있는 방해물 모습이다. 참고로 입과 턱을 뜻하는 이괘(頤卦)는 괘 모양이 이다. 서합괘를 위아래로 나눠보면 ☲는 이괘(離卦)로 명(明)을 뜻하고 ☳는 진괘(震卦)로 동(動)을 뜻한다. 형벌을 쓰되 밝은 도리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는 이준석 반대 진영에..

간신열전 2022.08.25

[이한우의 간신열전] [148] 예와 명

[이한우의 간신열전] [148] 예와 명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8.18 03:00 공자는 ‘논어’에서 서른에 이립(而立)하라고 했고 마흔에 불혹(不惑)하라고 했다. 이립은 압축어인데 복원하면 입기이례이입인이례(立己以禮而立人以禮)이다. 먼저 예로써 자기를 세운 다음에 남도 예로써 세워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군신(君臣) 모두에게 해당되는 덕목이다. 그래서 공자는, 신하는 임금에게 진례(盡禮), 즉 예를 다해야 하고 임금은 신하에게 예대(禮待), 즉 예로써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공자에게 예란 넓은 의미에서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다. 그래서 간언을 할 때 지나치게 임금의 잘못을 정면으로 지적해서도 안 되지만 아예 임금의 잘못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진례(盡..

간신열전 2022.08.18

[이한우의 간신열전] [147] 서울 수해의 책임

[이한우의 간신열전] [147] 서울 수해의 책임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8.11 03:00 중국 한나라 때 명재상 병길(丙吉)은 ‘병길문우천’(丙吉問牛喘) 일화의 주인공이다. 우천(牛喘)이란 ‘소가 숨을 헐떡이다’라는 뜻이다. 병길이 외출을 나갔는데 길거리에서 패싸움이 일어나 무수한 사상자가 생긴 것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조금 더 가서 소가 헐떡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소 주인에게 다가가 몇 리를 몰고 왔는지를 물었다. 병길을 수행하던 관리가 의아해 물었다. “어째서 사람이 죽고 다친 것은 무심하게 지나치시더니 소가 헐떡이는 것은 걱정하십니까?” 이에 병길이 답했다. “길거리에서 사람이 싸우다 죽고 다친 것은 경조윤(京兆尹·서울시장)의 직책이다. 하지만 날씨가 ..

간신열전 2022.08.12

[이한우의 간신열전] [146]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

[이한우의 간신열전] [146] 3년 동안 날지도 울지도 않은 새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8.04 03:00 먼저 사마천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제나라 위왕(威王)이 수수께끼를 좋아하고 밤새 술 마시기를 즐겨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신하들에게 맡겨버렸다. 이에 문무백관들은 문란해지고 제후들은 서로 제나라를 넘보며 침략하니 나라 존망이 위태롭게 되었다. 주변 신하 가운데 감히 간언하는 자가 없었다. 순우곤(淳于髡)이라는 자가 수수께끼를 핑계로 간언을 했다. “나라 안에 큰 새가 있는데 대궐 뜰에 있으면서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떤 새인지 아시겠습니까?” “그 새가 날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날았다 하면 하늘을 덮고, 울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간신열전 2022.08.04

[이한우의 간신열전] [145] 부직, 불밀 그리고 불명

[이한우의 간신열전] [145] 부직, 불밀 그리고 불명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7.28 03:00 ‘논어’에 나오는 첫 구절을 풀면 “문(文)을 배워서 늘 그것을 몸에 익히기를 정말로 즐거워해야”가 된다. 이는 눈 밝은 임금, 즉 명군(明君)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다움[人文]을 배워 익혀야 한다는 말이다. 세 번째 구절,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속으로조차 서운해하지 않아야 진실로 군자가 아니겠는가?”는 마음 곧은 신하[直臣]가 되려면 자랑하려는 마음을 품지 말아야 한다[不伐]는 뜻이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가장 바람직한 상하 관계는 명군(明君), 직신(直臣)이다. 이틀 전 윤석열 대통령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포착돼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의 부적절함..

간신열전 2022.07.28

[이한우의 간신열전] [144] 군일신다(君一臣多)

[이한우의 간신열전] [144] 군일신다(君一臣多)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7.21 03:00 유소(劉邵)는 중국 삼국 시대 위(魏)나라 조조 휘하에 있던 정치 사상가로 ‘인물지(人物志)’를 지어 훗날 인물 감별론에 큰 영향을 남겼다. ‘논어’를 기반으로 하면서 사람의 본성, 정감, 재능을 정확히 분별해 적재적소에 쓰는 매우 구체적인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여기서 유소는 임금과 신하는 근본적으로 하는 일이 다르다고 말한다. 신하는 이런 저런 재능을 갖추고서 쓰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임금은 그런 재능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신하는 스스로 어떤 일을 떠맡는 것을 능력으로 삼지만 임금은 사람을 잘 쓰는 것을 능력으로 삼는다. 신하는 말 잘하는 것을 능력..

간신열전 2022.07.21

[이한우의 간신열전] [143] 제대로 무리 짓는 법

[이한우의 간신열전] [143] 제대로 무리 짓는 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7.14 03:00 공자는 ‘시경(詩經)’을 읽게 되면 공도(公道)를 향한 뜻을 제대로 일으킬 수 있고[可以興], 일과 사람을 제대로 살필 수 있게 해주며[可以觀], 제대로 무리를 지을 수 있게 해주고[可以群], 제대로 원망할 수 있게 해준다[可以怨]고 했다. 공자에게 시란 음풍농월이 아니라 공적인 생활을 위한 기본 훈련서였다. 또 공자는 아들 리(鯉)에게 “시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조직에서 제대로 사람을 알아보고, 제대로 된 사람과 말을 주고받으며, 제대로 함께할 사람과 무리를 짓고, 제대로 미워할 사람은 미워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지침이 바로 공자가 말하는 시(詩) 공..

간신열전 2022.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