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122] 자랑하고픈 마음

[이한우의 간신열전] [122] 자랑하고픈 마음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2.17 03:00 공자가 제자들에게 공부하는 목표가 무엇이냐 묻자 수제자 안회(顏回)는 “제가 잘한 일이 있더라도 내세워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願無伐善]”라고 답했다. 이때 벌(伐)은 ‘치다’나 ‘베다’라는 뜻이 아니라 ‘자랑하다’라는 뜻이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내세우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군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논어’ 편집자가 첫머리에 “남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속으로조차 서운해하지 않아야 진실로 군자가 아니겠는가”라는 구절을 배치한 까닭도 그 때문일 것이다. 공자는 누구보다 위선(僞善)을 경계했다. “누가 미생고에 대해 곧다[直]고 말했는가? 어떤 사람이 미생고에게 식..

간신열전 2022.02.17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이한우의 간신열전] [121] 비녀를 도둑질한 신하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2.10 03:00 ‘논어’에는 군자형 군주와 소인형 군주를 구별하는 명확한 원칙이 나온다. 먼저 공자의 말이다. “군자는 섬기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려우니, 기쁘게 하기를 도리로써 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아니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그 그릇에 맞게 부린다. (반면에)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쉬우니 기쁘게 하기를 비록 도리로써 하지 않아도 기뻐하고, 사람을 부리면서도 아랫사람 한 명에게 모든 능력이 완비되기를 요구한다.” 군자나 소인 모두에게 “섬기기도”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군자와 소인은 단순히 공인과 사인이 아니라 군자형 리더와 소인형 리더를 뜻한다. 후한 시대 학자..

간신열전 2022.02.10

[이한우의 간신열전] [120] 사직단에 숨은 쥐

[이한우의 간신열전] [120] 사직단에 숨은 쥐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2.03 03:00 성호사서(城狐社鼠)란 성곽에 숨어든 여우나 사직단에 숨어 사는 쥐를 가리킨다. 성곽에 숨은 여우를 꺼내려고 물을 채워 넣다가는 성이 무너질 수 있고, 사직단 후미진 곳에 숨어든 쥐를 잡기 위해 연기를 피우려고 불을 피웠다가 자칫 사직단에 불이 날 수도 있다. 유향의 ‘설원’에는 맹상군(孟嘗君) 식객 한 사람이 맹상군과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맹상군이 그를 제나라 임금에게 천거했으나 임금은 3년 동안 그를 쓰지 않았다. 이에 식객이 맹상군 탓을 하며 제대로 천거를 안 해서 자기가 중용되지 못했다니까 맹상군은 식객 자신의 무능을 탓했다. 이에 식객은 성호사서를 끌어들여 이렇게 말한..

간신열전 2022.02.05

[이한우의 간신열전] [118]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은 까닭

[이한우의 간신열전] [118] 괴력난신을 말하지 않은 까닭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1.20 03:00 흔히 공자의 건강한 합리주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논어’에 나오는 말, 즉 “공자는 괴력난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는 대목을 자주 인용한다. 이 점에서 애당초 공자는 종교나 미신 영역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는 그저 공자 개인의 인생관을 표현한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자는 오직 정치로 세상을 구제해 보려 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이는 정치하려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괴력난신은 한 단어가 아니라 네 가지 사항을 가리킨다. ‘논어’ 문맥을 보면 이 네 가지에 빠져 있었던 제자가 바로 자로(子路)다. 이런 데 빠지는 것이 바로 혹(惑)이다...

간신열전 2022.01.20

[이한우의 간신열전] [117] 아홉 가지 군주 유형

[이한우의 간신열전] [117] 아홉 가지 군주 유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1.13 03:00 은나라를 세운 탕왕은 이윤(伊尹)이라는 뛰어난 인물을 재상으로 모시기 위해 다섯 번이나 찾아갔다가 다섯 번 거절당하고서야 마침내 정사를 맡길 수 있었다고 한다. 마침내 탕왕을 찾아온 이윤이 가장 먼저 탕왕에게 한 이야기는 구주(九主)였다고 사마천 ‘사기’는 전하고 있다. 구주란 아홉 가지 군주 유형이다. 한나라 학자 유향 풀이에 따르면 법군(法君)은 진시황처럼 모든 것을 법으로 다스리는 군주다. 전군(專君)은 자기 혼자서 다 하느라 신하들에게는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 군주다. 한나라 선제(宣帝)가 이런 유형이다. 반대로 수군(授君)은 스스로 다스릴 능력이 없어 정사를 신하에게 다 맡..

간신열전 2022.01.13

[이한우의 간신열전] [116] 정도전과 하륜

[이한우의 간신열전] [116] 정도전과 하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9D%B4%ED%95%9C%EC%9A%B0%EC%9D%98%20%EA%B0%84%EC%8B%A0%EC%97%B4%EC%A0%84 www.chosun.com 입력 2022.01.06 03:00 조선 초 임금을 도운 경세가를 꼽자면 정도전과 하륜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두 사람이 자기 임금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랐다. 실록에 따르면, 정도전은 개국할 즈음에 종종 취기를 빌려 말했다. “한 고조가 장자방을 쓴 것이 아니라 장자방이 마침내 한 고조를 쓴 것이다.” 그러면서 실록은 정도전에 대해 “임금을 도울 만한 것은 모의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므로 마침내 ..

간신열전 2022.01.06

[이한우의 간신열전] [115] 네 가지 신하 유형

[이한우의 간신열전] [115] 네 가지 신하 유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12.30 03:00 확실히 맹자보다 순자가 현실주의에 가까워서인지 ‘임금은 이래야 한다’는 고담준론 혹은 공리공담을 논한 맹자보다 현실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 ‘순자’라는 책에 임금의 도리에 이어 신하의 도리를 다룬 것도 그중 하나다. 순자는 크게 네 가지 신하 유형을 제시했다. 태신(態臣), 찬신(簒臣), 공신(功臣), 성신(聖臣)이 그것이다. 태신은 백성들을 통합시키지 못하고 밖으로는 환난을 막아내지 못하는데 교묘히 아첨해서 임금 총애를 얻는 부류다. 찬신은 임금에게 충성하지는 못하면서 아래로는 백성들에게 명성을 얻고 공정한 길을 거들떠보지 않은 채 붕당을 이루며 임금을 가까이해 개인의 이익을 도..

간신열전 2021.12.30

[이한우의 간신열전] [114] 태공의 쓴소리

[이한우의 간신열전] [114] 태공의 쓴소리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12.23 03:00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한창 천하를 차지하려 애쓸 무렵 스승 같은 신하 태공에게 물었다. “뛰어난 이를 들어 썼는데도 나라가 위태롭거나 망하게 되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뛰어난 이를 불러다만 놓고 그의 능력을 제대로 쓰지 않아 뛰어난 이를 모았다는 이름만 있고 그 뛰어난 이를 실제로 썼다는 실질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잘못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입니까?” “소선(小善)을 좋아할 뿐 진짜로 뛰어난 이를 얻지 못한 때문입니다.” “소선을 좋아한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임금이 자기를 칭찬하는 소리만 듣고 싶어 하고 자기를 비판하는 말을 듣지 않으면 뛰어나지 못한 자를 뛰어나다고 여기고 좋..

간신열전 2021.12.23

[이한우의 간신열전] [113] 사리와 사세

[이한우의 간신열전] [113] 사리와 사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12.16 03:00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교묘한 거짓으로 법망을 피해왔는지, 권력을 가진 자들이 어떤 특혜와 엄호를 베풀었는지, 범죄와 연루된 것 등을 철저하게 밝히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고 언론의 책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 말을 듣는 순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말로 여길 것이다. 그의 후임 추미애 전 장관은 이 말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배우자를 향해 던지고 있다. 말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이다. 이를 사리(事理), 즉 일의 이치라고 한다. 물론 윤 후보 배우자의 석연치 않은 경력 부풀리기는 명백한 잘못이다. 이 또한 사리다. 그런데 사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간신열전 2021.12.16

[이한우의 간신열전] [112] 염량세태

[이한우의 간신열전] [112] 염량세태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1.12.09 03:00 배신의 계절이다. 이익 앞에서는 신의도 없고 동지도 없다. 여야 할 것 없이 이합집산이 한창이다. 배신은 오래된 역사 현상의 하나다. 사마천의 ‘사기’ 맹상군(孟嘗君) 열전에는 전국시대 제나라 실력자 맹상군이 겪은 쓰라린 배신 이야기가 실려 있다. 원래 맹상군은 찾아오는 선비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잘해주었기에 빈객이 3000명에 이르기도 했다. 제나라 왕은 맹상군의 명성과 위세가 너무 커지자 그를 내쫓았다. 세월이 지나 제나라 왕은 잘못을 뉘우치고 맹상군을 불러들여 재상에 앉혔다. 그러자 떠났던 식객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몰려들었다. 당연히 화가 난 맹상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일..

간신열전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