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132] 성인·우인·군자·소인

[이한우의 간신열전] [132] 성인·우인·군자·소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4.28 03:00 중국의 대표적인 편년체 역사서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쓴 송나라 정치가이자 대학자 사마광(司馬光)은 책 서두에서 사람을 네 가지로 나눠 풀이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그가 역사 속 인물들을 평가하는 일관된 잣대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에도 상당한 유효성을 갖는다. 그는 다움[德]과 재주[才]의 유무(有無)를 들어 네 가지 유형을 추출해냈다. 먼저 그는 다움과 재주를 이렇게 풀이한다. “무릇 귀 밝고 일을 잘 살피며 강하고 강건함[聰察彊毅]을 일러 재주라 하고, 바르고 곧으며 도리에 적중해 조화를 이루어냄[正直中和]을 일러 다움이라고 한다. 재주란 다움의 밑천이요, 다움은 재주의 통솔자..

간신열전 2022.04.28

[이한우의 간신열전] [131] 사무송(使無訟)이 정치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131] 사무송(使無訟)이 정치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4.21 03:00 | 수정 2022.04.21 03:00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검찰총장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 ‘논어’에 있다. 안연(顏淵) 편에 나오는 두 구절이다. 먼저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도 안 되는 말로 판결을 내려도 사람들이 믿고 따르게 할 수 있는 자는 아마도 자로일 것이다. 자로는 일단 말로 내뱉으면 묵혀두는 일이 없었다.” 오늘날로 치자면 유능한 법률가라 하겠다. 그런데 바로 이어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송사를 듣고서 결단을 내리는 일은 나 자신이 한다 해도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정작 내 관심은 ..

간신열전 2022.04.21

[이한우의 간신열전] [130] 불구(不苟)와 중례(中禮)

[이한우의 간신열전] [130] 불구(不苟)와 중례(中禮)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4.14 03:00 공자가 말한 예(禮)는 예법이나 에티켓이 아니라 일을 이치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예기(禮記)’라는 책에서 예란 치사(治事), 즉 일을 제대로 다스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예를 예법이나 에티켓 정도로 축소시킨 사람은 주희이고, 그 악영향이 조선 중후기 300년을 지배했다. 공자는 일의 이치를 어기는 것을 ‘구차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중례(中禮), 즉 일의 이치에 적중한다는 말은 불구(不苟)가 된다. 불구란 구차하지 않다는 뜻이다. 구차함을 필자는 그래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어떻게든 하려 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어떻게든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간신열전 2022.04.14

[이한우의 간신열전] [129] 공(公)이 명군(明君)을 낳는다

[이한우의 간신열전] [129] 공(公)이 명군(明君)을 낳는다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4.07 03:00 윤석열 당선인은 ‘공정과 상식’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했다. 대체로 이 말은 법 집행에 적용돼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은 무엇보다 인사를 통해 드러나야 한다. 지금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가 한창이다. 이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원칙이 바로 ‘서경’에서 말한 불편부당(不偏不黨) 왕도탕탕(王道蕩蕩)일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당파를 이루지 않는다면 임금다운 도리가 널리 펼쳐질 것이라는 말이다. 이를 한나라 유학자 유향(劉向)은 지공(至公), 즉 지극한 공정함이라고 풀이했다. 구색 갖추기식 새로움이야 이미 식상한 정치 행위라 기대하지 ..

간신열전 2022.04.07

[이한우의 간신열전] [128] 이장폐천(以掌蔽天)

[이한우의 간신열전] [128] 이장폐천(以掌蔽天)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31 03:00 대통령 부인 옷과 액세서리 논란이 청와대 측의 앞뒤 맞지 않는 해명으로 국민 의구심만 더 커지고 있다. 이달 초 대통령 부인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이 있었지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유는 “국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것이었다. 글쎄 이때 든 생각은 사비로 장만했다면 ‘그게 왜 국익을 해치지?’였다. 그러면서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법원에서는 분명히 “국익을 해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납득할 만한 변명거리를 못 찾았는지 국민 의혹은 커져 가는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을 침묵으로 보낸 청와대가 29일에야 처음 해명이라고 내놓았다. “임기 중 의류 구입 목적으로 특활비..

간신열전 2022.03.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27] 아침 파리, 저녁 모기

[이한우의 간신열전] [127] 아침 파리, 저녁 모기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24 03:00 권력에는 군자뿐만 아니라 소인도 몰려든다. 형세상 아무래도 군자보다는 소인이 더 몰려들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5년 전 권력을 잡은 초기에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특히 정권을 빼앗긴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 정권 몰락을 가져온 소인이 누구인지는 쉽게 꼽을 수 있다. 첫머리에 조국 및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름이 오르리라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다음 자리에 박범계 현 법무부 장관도 이름을 올릴 것이 분명하고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또한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 대선 패배를 당한 이들 입에서 자기 진영 사람들을 향한 반성의 발언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조국 전 장관은 ..

간신열전 2022.03.24

[이한우의 간신열전] [126] 신시경종

[이한우의 간신열전] [126] 신시경종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17 03:00 신시경종(愼始敬終)은 이미 ‘춘추좌씨전’에서부터 등장한다. 임금의 마음가짐은 시작함을 신중하게 하고 끝마침을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마침내 곤경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당나라 명신 위징(魏徵)이 당 태종에게 올린 글에서도 “처음에 시작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만 능히 끝을 잘 마치는 자는 거의 없습니다”라며 “나태하고 게을러질까 두려울 때는 반드시 일의 시작을 신중히 하고 일의 끝을 잘 삼가야 한다는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라고 했다. 우리 역사에서는 한명회가 세상을 떠나며 전 사위이기도 했던 성종에게 유언처럼 당부한 말이 바로 신시경종이다. 이때 조심하라는 것은 다름 아닌 간신배들..

간신열전 2022.03.17

[이한우의 간신열전] [125] 간신 없는 세상을 꿈꾸며

[이한우의 간신열전] [125] 간신 없는 세상을 꿈꾸며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10 03:00 오늘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새 대통령이 새 사람들과 새 정부를 꾸려갈 것이다. 두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선거 공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중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단임제 5년 대통령 선거제도는 구조적으로 선거 공신을 배출해 왔다. 그러나 예로부터 공신과 사직지신(社稷之臣)을 분간하지 못하면 국정은 한순간에 엉망이 되었다. 공신은 공로를 기반으로 자기 지분을 요구하는 사(私)일 뿐이다. 이들에 대한 대처법 또한 옛날부터 나와 있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이 그것이다. 이 말을 잘 음미해야 한다. 공신에게는 그 공로를 논해서 상을 주라는 말인데 실은 이 말의 깊은 뜻은 자리를..

간신열전 2022.03.10

[이한우의 간신열전] [124] 유세 잘하는 법

[이한우의 간신열전] [124] 유세 잘하는 법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3.03 03:00 공자는 ‘논어’에서 일과 말에 초점을 맞췄다. 언행(言行)이란 공적인 영역에서 말하기와 일하기[行事]이다. 즉 사사로운 공간에선 일을 할 리가 없고 말 또한 훨씬 자유롭게 해도 된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 들어가면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공자는 “주도면밀하게 일하고 조심해서 말하라[敏於事而愼於言]” 했고 또 “말은 어눌하게 하려고 애쓰고 일을 행할 때는 주도면밀하게 하라[欲訥於言而敏於行]”고 했다. 이를 보아도 행(行)은 행사(行事)이지 사사로운 공간의 행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향당 편에는 공자가 몸소 공과 사를 구분해 처신하는 모습이 나온다. “공자께서 고향 마을에 ..

간신열전 2022.03.03

[이한우의 간신열전] [123] 설야(泄冶)의 길, 조기(曹羈)의 길

[이한우의 간신열전] [123] 설야(泄冶)의 길, 조기(曹羈)의 길 이한우 경제사회연구원 사회문화센터장 입력 2022.02.24 03:00 진(陳)나라 영공(靈公)은 신하의 아내 하희(夏姬)와 간통을 하는 등 행실이 엉망이었다. 게다가 신하들과 하희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이에 충직한 대부 설야(泄冶)가 직간을 올렸다. “절개 없는 과부를 두고서 신하들과 함께 음탕한 짓을 하고 있으니 어쩌시렵니까? 덕행을 쌓아 나라를 보존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설야는 영공이 방치하는 상황에서 함께 간통했던 신하들이 보낸 자객 손에 피살됐다. 반면 조나라 사람 조기(曹羈)는 그 임금이 황음(荒淫)을 일삼자 세 번 간언을 올렸고 들어주지 않자 다른 나라로 떠나버렸다. 간언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정간(正諫),..

간신열전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