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2>회계지치(會稽之恥)

會: 모일 회 稽: 머무를 계 之: 어조사 지 恥: 부끄러울 치 ‘치(恥)’자는 ‘치(치)’로도 쓰며, 가슴에 치욕을 품고 살아간 월왕 구천(句踐)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말로 원전은 “너는 회계산에서의 치욕을 잊었는가(女忘會稽之恥邪)”(사기 ‘월왕구천세가’ 편)이다. 먼저 월나라를 공격한 자는 오왕 합려(闔閭)였다. 그는 구천의 아버지 윤상(允常)이 세상을 떠나자 상사를 이용해 공격했으나 구천의 용병에 의해 오히려 전투에서 상처를 입고 죽게 돼 “월나라를 절대 잊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아들 부차(夫差)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부차는 유언을 받들어 오자서(伍子胥)와 백비를 임용하고 섶 위에서 잠을 자는 ‘와신(臥薪)’ 끝에 회계산의 싸움에서 월나라를 쳐부수고 구천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부차는 오자서가 “지금..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3>약법삼장(約法三章)

約: 맺을 약 法: 법 법 三: 석 삼 章: 조목 장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세 조목이면 된다는 의미로, 규정은 간단명료하고 단순할수록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간단히 ‘법삼장(法三章)’이라고도 한다. 기원전 206년 유방(劉邦)은 진나라 군대를 쳐부수고 패왕(覇王)이 되었다. 유방은 진나라의 수도 함양에 입성하여 궁궐로 들어갔다. 그 궁궐은 호화스럽기 그지없었으며, 재물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후궁들도 수천 명이었다. 유방은 그곳에 계속 머물고 싶었다. 유방의 이런 마음을 눈치 챈 장수 번쾌(樊쾌)는 궁궐보다는 야영을 하라고 건의하면서 재물과 후궁이야말로 진나라 멸망의 근본원인이라고 말했다. 유방이 난색을 표하자 모사 장량(張良)이 간언했다. “지금 왕께서 이곳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진나라가 무도했기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4>미생지신(尾生之信)

尾: 꼬리 미 生: 날 생 之: 어조사 지 信: 믿을 신 약속은 약속이라는 말로 약속을 굳게 지키는 사람을 가리킨다. 세상의 이치를 알지 못하고 융통성이 전혀 없는 사람을 비판하는 말이기도 하다. 춘추시대 노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남자가 살았다. 하루는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약속한 시간에 그 다리 밑으로 갔지만 여인은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은 조금만 기다리면 오리라고 생각하여 계속 그녀를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개울물이 점점 불어 오르기 시작했다. 물이 처음에는 미생의 발등에도 닿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물이 차올랐으나 미생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다리 기둥을 붙들고 물살에 휩쓸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급속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5>대의멸친(大義滅親)

大: 큰 대 義: 옳을 의 滅: 멸할 멸 親: 친할 친 ‘대의(大義)’란 정의(正義)요 정도(正道)다. ‘친(親)’은 ‘친속(親屬)’이다. 국가나 사회를 위해 친속 등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말로, 춘추좌씨전 ‘은공(隱公)’ 4년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시대 위(衛)나라 장공(莊公)에게는 희완(姬完)과 희진(姬晉) 그리고 후궁 소생의 막내 주우(州우) 등 세 아들이 있었다. 주우는 유약한 성격의 희완과 달리 과격하고 거침이 없었다. 당시 강직한 대부 석작(石작)은 근심 어린 얼굴로 장공에게 말했다. “만일 전하께서 자식을 아끼신다면 의로움(義)을 가르쳐 사악한 길로 빠지지 않게 하십시오. 지금 주우가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것은 전하의 총애가 도를 넘기 때문입니다.” 장공은 석작의 간언을 귀담아듣지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6>권토중래(捲土重來)

捲: 말아 올릴 권 土: 흙 토 重: 다시 중 來: 올 래 패배했더라도 다시 세력을 규합해 쳐들어온다는 의미로 어떤 일이든 실패하더라도 힘을 쌓아 일에 착수하는 것을 말한다.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이 ‘제오강정(題烏江亭)’이란 시에서 노래한 시구에서 나온 것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전쟁에서 기약할 수 없는데/치욕을 안고 견디는 것이 사나이다/강동의 자제들 중에는 인재가 많으니/흙을 말아 올려 다시 오는 날을 아직 알지 못한다(勝敗兵家不可期, 包着忍恥是男兒, 江東子弟才俊多, 捲土重來未不知). 두목의 푸념은 권토중래하지 못하고 단 한 번의 패배에 자신의 목숨마저 내던진 항우의 심약한 모습에 대한 서글픈 감회의 표출인 것이다. 사기 ‘항우본기’에 따르면 야심 많고 세상사에 거침없던 항우는 이름이 항적(項籍..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7>홍곡지지(鴻鵠之志)

鴻: 큰기러기 홍 鵠: 고니 곡 之: 어조사 지 志: 뜻 지 ‘홍곡’이란 큰기러기와 고니로서 원대한 포부를 지닌 큰 인물 즉, 대인(大人)을 의미하며, 제비와 참새를 가리키는 연작(燕雀)과 상대되는 말이다. 사기 ‘진섭세가’에 따르면 진섭(진승·陳勝)이 젊었을 때 머슴살이를 한 적이 있는데, 소작농들과 밭두렁에서 일하다 이렇게 말했다. “부귀하게 된다면 서로 잊지 말기로 하지.” 그러자 다른 이들이 비웃으며 “너는 고용당해 밭갈이를 하는데 무슨 부귀란 말인가”라고 놀렸다. 그때 한탄하며 한 말이 바로 “제비와 참새가 어찌 큰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燕雀安知鴻鵠之志)”였다. 시간이 흘러 진시황의 뒤를 이은 진2세 호해(胡亥)가 즉위했다. 호해는 진시황제와 달리 재목감이 못 돼 환관 조고(趙高)의 손아귀..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8>구맹주산(狗猛酒酸)

狗: 개 구 猛: 사나울 맹 酒: 술 주 酸: 실 산 간신이 있으면 주변에 사람이 모이지 않는다는 말로, 관계가 없을 법한데 긴밀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을 비유한다. 한비자 외저설우하(外儲說右下) 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는 군주가 아첨배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훌륭한 인물이 등용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송(宋)나라 사람으로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술을 팔 때 속이지 않았고 손님을 공손하게 대우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도 뛰어났다. 그런데 주막이란 깃발을 높이 내걸었으나 술을 사가는 사람이 없어 술은 늘 시큼해졌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 어른 양천에게 이유를 묻자 그 어른이 하는 말이 개가 사납냐는 것이었다. 술집 주인은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9>선시어외(先始於외)

先: 먼저 선 始: 비롯할 시 於: 어조사 어 외: 험할 외 가까이 있는 사람이나 말을 꺼낸 자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인재를 어떻게 예우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초래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외(외)는 곽외(郭외)라는 자다. 전국책(戰國策)의 연책(燕策) 소왕(昭王) 편에서 나온 말이다. 연나라 소왕이 왕위에 오를 무렵, 연나라는 국내적으로는 내분이 일어나 혼란스러웠고, 국외적으로는 제(齊)나라에 영토의 많은 부분을 빼앗겨 국력이 쇠약해졌다. 소왕은 곤경에 처한 연나라를 일으키기 위해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하루는 곽외라는 자를 만나 잃은 영토를 회복할 만한 인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곽외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옛날에 어떤 왕이 천리마를 구하려고 했지만 3년이 지..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80>나작굴서(羅雀掘鼠)

羅: 새그물 라 雀: 참새 작 掘: 팔 굴 鼠: 쥐 서 어찌할 방법(方法)이 없는 최악(最惡)의 상태(狀態)를 비유하는 말로 ‘참새를 그물질하고 땅을 파 쥐를 잡아먹는 지경에 이른다’는 의미다. 당(唐)나라 천보(天寶) 말기 사람 장순은 충직한 신하였을 뿐만 아니라 재주도 많고 담력 또한 남달랐다. 안녹산(安祿山)의 반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그는 허원일(許遠一)이라는 자와 함께 수양(휴陽)의 성을 수비하고 있었다. 757년 안녹산의 아들 안경서(安慶緖)가 대장군 윤자기(尹子奇)를 보내 수양성을 공격했다. 장순을 따라 성을 지키던 군사는 겨우 3000여 명에 불과해 10만 명이 넘는 반란군을 대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순은 비록 수적으로는 열세를 면치 못했지만 죽음을 각오하고 성을 지키려 했다. 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81>위인강의(爲人剛毅)

爲: 할 위 人: 사람 인 剛: 굳셀 강 毅: 굳셀 의 사마천이 사기 ‘여태후본기’에서 여태후를 평한 말이다. 천하에서 가장 독한 여자로 꼽히는 그녀의 이름은 여치(呂雉)다. 효혜제(孝惠帝)와 딸 노원태후(魯元太后)를 낳았으며, 건달 출신의 유방을 그림자처럼 도왔으니, 여후는 유방과 금슬이 좋아 늘 전장을 누비며 유방의 든든한 동지가 되어 주었다. 한때는 항우에게 붙잡혀 시아버지, 심이기 등과 함께 갇혀 2년 반이나 인고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여태후는 유방이 민심을 등에 업고 함양으로 들어가 갖은 난관 끝에 패공이 되고, 다시 항우와의 지루한 전쟁 끝에 천하를 거머쥐게 한 조강지처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방이 그녀를 내팽개치고 척희(戚姬)라는 희첩에게 마음을 주자, 그녀는 인간과 세상에 독을 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