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1>천도시야비야(天道是邪非邪)

天: 하늘 천 道: 길 도 是: 옳을 시 邪: 어조사 야 非: 아닐 비 邪: 어조사 야 천도, 즉 하늘의 이치가 옳은지 그른지 헷갈린다는 뜻으로 얄궂은 세상의 이치를 한탄하는 말이다. 삶의 정도를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이 오히려 벌을 받고 그렇지 못한 자들이 별 탈 없이 살 수도 있다는 불공정한 세태를 비판한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한 말인데, 사마천이 예로 든 자들은 공자의 제자 안연(顔淵)과 극악무도한 도적으로 알려진 도척(盜척)이었다. 청빈한 삶 속에서 스승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고 학문의 즐거움을 몸소 실천해 현자(賢者)로 불린 안연은 이른 나이에 요절한 반면 사람의 간을 회로 먹고 온갖 몹쓸 짓을 한 도척은 천수를 누렸다. 사마천 자신 역시 사관으로서 나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2>갈택이어(竭澤而漁)

竭: 다할 갈 澤: 못 택 而: 말 이을 이 漁: 고기 잡을 어 연못을 말려 고기를 얻는다는 말로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먼 앞날은 생각하지 않음을 가리킨다. 숲(풀)을 다 태워 사냥을 한다는 의미의 분림이전(焚林而田) 혹은 분수이전(焚藪而田)과 같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문공(文公)이 성복(城복)이라는 곳에서 초(楚)나라와 일대 접전을 벌이던 때의 일이다. 워낙 초나라 군사가 진나라 군사보다 많고 병력 또한 막강해서 문공은 도저히 이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승리할 방법을 모색하다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초나라의 병력은 많고 우리 병력은 적으니 이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할 방법이 없겠소?” “예절을 중시하는 자는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움에 능한 자는 속임수를 쓰는 것을 싫어하지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3>무용지용(無用之用)

無: 없을 무 用: 쓸 용 之: 어조사 지 用: 쓸 용 세속적 안목으로는 별 쓰임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게 도리어 큰 쓰임이 있다는 뜻이다. “산에 있는 나무는 사람들에게 쓰이기 때문에 잘려 제 몸에 화를 미치고, 기름불의 기름은 밝기 때문에 불타는 몸이 된다. 계피는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무는 베이고, 옻나무는 그 칠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잘리거나 찍힌다. 사람들은 쓸모 있는 것의 쓰임만을 알 뿐 쓸모없는 것의 쓰임을 알지 못한다.”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의 이 말은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란 자가 공자가 머물던 문 밖에서 비꼰 말로 알려져 있다. 이 우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판단 기준이 나무의 입장과는 판이한 것을 말한다. 어설픈 지식으로 사물을 재단하는 편협함을 꼬집은 것이다. 물론 장자 역..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4>불규어유, 가이지천도(不窺於, 可以知天道)

不: 아닐 불 窺: 엿볼 규 於: 어조사 어 : 창 유 可: 옳을 가 以: 써 이 知: 알 지 天: 하늘 천 道: 길 도 한비자 ‘유로’ 편에 나오는 말로 “문을 나서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不出於戶, 可以知天下)”는 말과 호응관계를 이루는 말로, 천하의 이치를 터득하는 통찰력을 말한다. 한비는 이 편에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왕수(王壽)란 자가 책을 짊어지고 가다가 주(周)나라 땅에서 서풍(徐馮)을 만나게 됐다. 서풍이 말했다. “일이란 실행하는 것이고, 실행 결과는 때에 따라서 나타나는데 그 상황은 항상 같지는 않다. 책은 옛 사람의 말을 기록한 것이고, 말은 지혜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자는 책을 소장하지 않는다. 지금 그대는 어찌해서 책을 짊어지고 가는가?” 이에 왕수는 그 책..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5>신인즉제어인(信人則制於人)

信: 믿을 신 人: 사람 인 則: 곧 즉 制: 제어할 제 於: 어조사 어 人: 사람 인 다른 사람을 함부로 믿지 말라는 말로, ‘군주의 우환은 남을 믿는 데서 비롯된다(人主之患在於信人·한비자 비내(備內)편)는 구절 뒤에 나온다. 한비는 이 편에서 이런 비유를 들었다. “수레를 만드는 사람은 수레를 만들면서 남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며, 관을 짜는 사람은 관을 만들면서 남들이 요절해 죽기를 바랄 것이다(輿人成輿, 則欲人之富貴, 匠人成棺, 則欲人之夭死也). 한비의 이 말은 수레를 만드는 사람이 인자한 것도 아니고, 관을 만드는 사람이 악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이들은 이익이라는 목표를 향해 추구하는 방법이 다를 뿐이다. 후비나 부인이 자신 슬하의 자식이 군주가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자신들이 세운 군주를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6>대공무사(大公無私)

大: 큰 대 公: 공평할 공 無: 없을 무 私: 사사로울 사 공평하고 정직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공무사(至公無私) 공평무사(公平無私) 사기위공(捨己爲公) 흑백분명(黑白分明)과 유사한 말이고 반대말은 대사무공(大私無公) 가공제사(假公濟私) 자사자리(自私自利) 등이다. 여씨춘추 거사(去私)편을 보면 어떤 편협함도 없는 천지(天地), 사사로움이 없이 그저 베풀어 만물을 성장하도록 하는 일월(日月)과 사시(四時·네 계절)는 대공무사의 전형이라며 이런 비유를 들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祁黃羊)에게 물었다. “남양현에 장(長) 자리가 비어 있는데 누구를 보내면 좋겠소?” 기황양은 주저없이 대답했다. “해호(解狐)를 보내면 반드시 훌륭하게 임무를 해낼 것입니다.” 평..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7>각자위정(各自爲政)

各: 각각 각 自: 스스로 자 爲: 할 위 政: 정사 정 여러 사람이 각자 제멋대로 행동하여 전체적인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원전 722년부터 기원전 481년까지를 다룬 역사서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선공(宣公)’ 2년에 따르면,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왕(莊王)은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동맹국인 정(鄭)나라에 송(宋)나라를 치도록 했다. 정나라 목공(穆公)은 즉시 출병했다. 결전을 하루 앞둔 날 밤, 송나라의 화원(華元)은 특별히 양고기를 준비하여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며 싸움에 대비하였다. 그런데 화원의 수레를 모는 양짐(羊斟)만은 양고기를 먹지 않았다. 까닭을 묻자 그는 이렇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까지 양고기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수레꾼하고 전쟁은 관계가 없다고..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8>돈견(豚犬)

豚: 돼지 돈 犬: 개 견 돼지와 개라는 말로 어리석은 자식 혹은 자기 자식을 겸칭하여 쓰기도 한다. ‘돈자(豚子)’, ‘돈어(豚魚)’, ‘돈독(豚犢)’과 같은 말이며, ‘돈견지재(豚犬之才)’라고도 한다. 중국 고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십팔사략(十八史略)의 ‘동한(東漢)’편에 나오는 말이다. 삼국시대 오나라 군주 손권(孫權)에게는 수군도독 주유(周瑜)와 그 휘하에 맹장 황개(黃蓋)가 있었다. 황개는 성품이 강인했지만, 병사들을 잘 보살피고 전략과 전술에도 뛰어난 장수였다. 208년 저 유명한 적벽대전에서 황개는 주유를 수행하여 조조 군과 싸우게 되었다. 당시 북방 출신인 조조의 군대는 북쪽 장강에서 등나무로 배들을 묶어 두고 있었다. 그러자 황개는 주유에게 화공(火攻)을 제안했다. 그러고는 공격용 쾌..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9>도룡기(屠龍技)

屠: 죽일 도 龍: 용 룡 技: 재주 기 ‘도룡’의 기술은 재주가 제아무리 높은 수준이라도 쓸데없다는 말로서 ‘도룡지술(屠龍之術)’이라고도 한다. ‘장자(莊子)’ ‘열어구(列禦寇)’ 편에 나오는 말인데 장자가 지인(至人)과 성인을 설명하는 가운데서 유래된 말로서, 장자는 “도를 알기는 쉬우나 말하지 않기란 어렵다. 도를 알면서도 말하지 않음은 하늘을 좇는 것이고, 알면서 말하는 것은 인위(人爲)의 경지로 가는 것이다. 옛날 지인들은 하늘을 좇고 인위로 가지 않았다”고 하고는 바로 “주평만(朱평漫)이라는 사람은 용을 죽이는 방법을 지리익(支離益)에게 배우느라 천금이나 되는 가산을 탕진하여 삼 년 만에 그 재주를 이루었지만 쓸 데가 없었다(朱평漫學屠龍於支離益,單千金之家, 三年技成而無所用其巧)”고 했다. 장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71>와각지쟁(蝸角之爭)

蝸: 달팽이 와 角: 뿔 각 之: 어조사 지 爭: 다툴 쟁 명분도 없는 부질없는 싸움이나 별 성과가 없는 전쟁을 비유한다.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의 준말이며 와각상쟁(蝸角相爭) 와우지쟁(蝸牛之爭)과 같다. 장자 ‘칙양(則陽)’편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전국시대 위(魏)나라 혜왕(惠王)이 제나라 위왕(威王)과 맹약을 했으나 위왕이 배반하자 혜왕은 노여워하여 자객을 보내 그를 찔러 죽이려고 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공손연(公孫衍)이 만승의 군주가 필부를 보내 원수를 갚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므로 군사를 일으켜 정당하게 공격하라고 하였다. 계자(季子)라는 자는 전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손연의 의견에 반대했고, 화자(華子) 역시 공손연과 계자의 의견이 모두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의 논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