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의 땅의 歷史 138

[박종인의 땅의 歷史] 서산 소나무 숲 속에는 봄이 아득하였다

255. 이 땅을 물들인 세 가지 봄 풍경 봄에는 꽃을 즐긴다. 그리고 가을에 열매를 거둔다 - 서산 유기방 고택 수선화./박종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4.14 03:00 실용주의 학자 홍만선(1643~1715)이 봄을 즐기는 방법은 냉정했다. 그에게 꽃과 봄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다. ‘땅에 맞게 나무를 두루 많이 심는다(隨地所宜 雜植樹木·수지소의 잡식수목). 그러면 봄에는 꽃을 즐기고 여름에는 그늘을 즐기며 가을에는 그 열매를 먹는다. 또 나무가 크게 자라 재목이 되고 쓰임이 되니 꽃과 그늘과 열매와 재목이 모두 여기에서 나온다(春則賞花 夏則蔭涼 秋則食實 以至材木器用 亦皆取資於是·춘즉상화 하즉음량 추즉식실 이지재목기용 역개취자어시).(홍만선, ‘산림경제’2 나무심기(種樹·종수)) ‘잡식..

[박종인의 땅의 歷史]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도모하겠노라”

256. 광화문광장 100년 이야기 ①광무제 고종의 한성 개조사업 대한제국 초대황제 광무제 고종이 만든 경운궁 석조전.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4.21 03:00 서울 광화문광장에 공사가 한창이다. 명분은 ‘일제에 의해 왜곡된' 북한산~관악산 국가 상징축과 역시 일제에 의해 왜곡된 광화문 육조거리 복원이다. ‘국가 상징축’ 위에 있는 한강대교 가운데 노들섬에는 이미 공연장인 라이브하우스가 들어섰다. 남대문에서 용산으로 가는 한강대로에는 미래를 상징하는 국가상징거리 조성이 예정돼 있다. 대한제국 황궁 덕수궁 또한 복원 작업이 한창이다. 과연 광화문광장은 원래대로 복원 중인가. 과연 한강대로는 미래를 상징하는가. 과연 덕수궁과 대한제국은 제대로 복원 중인가. 100년 전 그때로 한번 돌아가서 과거와..

‘국가 상징 거리’ 만든다더니, 일제가 만든 길 그대로…

[박종인의 땅의 歷史] 257. 광화문광장 100년 이야기 ②국가 상징축과 광화문광장 1945년 9월 4일 미군 선발대가 촬영한 서울 용산. 가운데 전투기 꼬리 부분에 총독부가 보이고, 일본군 병영 한가운데 직선도로가 보인다. 이 길이 조선 왕조 내내 백성이 사용했던 옛길이다. 국방홍보원 앞에서 현재 미군 20번 게이트로 막혀 있다. 이 길 오른편 산등성이로 조선통신사들이 걸어갔던 또 다른 길이 나 있다. 정부에서 ‘국가상징축 미래 발전 도약 공간’으로 조성 중인 한강대로는 이 병영 왼쪽, 철길 옆에 있다. 일본군이 건설한 도로다.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중인 광화문광장, 국가상징거리 조성 사업의 모순을 보여주는 사진이다. /국사편찬위 전자사료관(원출처: 미국립문서보관청(NARA))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

[박종인의 땅의 歷史] 400살 먹은 회화나무, 조급한 역사복원에 쫓겨난다

[박종인의 땅의 歷史] 258. 돈덕전 앞 회화나무의 비애 100년 전 덕수궁 돈덕전. 정면에 거대한 회화나무가 보인다. 덕수궁(경운궁)을 지키는 가장 늙고 가장 거대한 생명체다. 사진에서는 왼쪽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5.12 03:00 258. 광화문광장 100년 이야기 3/끝: 돈덕전 앞 회화나무의 비애 1. 광무제 고종의 한성 개조사업 : “낡은 것을 없애고 새로운 것을 도모하겠노라” 2. 국가 상징축과 광화문광장 : ‘국가 상징 거리’ 만든다더니, 일제가 만든 길 그대로… ‘국가상징축’ 회복을 위한 광화문광장 건설 공사는 덕수궁 복원 계획과 연결된다. 일제에 의해 훼손된 상징축을 복원하는 작업이 광화문광장 공사이고, 덕수궁 복원 사업 또한 ‘일제강점기 동안 훼손, ..

텅빈 육조거리였다더니 유물 줄줄이… 엉터리 ‘국가상징축’ 주장

유물 쏟아지는 육조거리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5.12 10:09 지난 1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에서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고 발표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외국군과 맞섰던 흥선대원군 시절 합참본부 ‘삼군부’ 청사도 실체를 드러냈다. 삼군부가 사라지고 처음 있는 일이다. 광화문광장 복원을 주도한 前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은 2009년 이렇게 주장했다. “육조거리 위치를 정확히 찾으면 세종문화회관 쪽에 붙게 되는데 이러면 서울의 정확한 옛 축을 볼 수 있다.”(2009년 8월 25일 ‘경향신문’) 2019년 1월 28일 광화문광장 공모 당선작 발표회에서도 심사위원장인 그가 말했다. “육조가로로 쓰였던 곳인 만큼 가운데가 공간이 비워진 곳이어서 유물이 없다. 다만 육조를 형성..

“다시는 저 허망한 술사를 국정에 끼어들지 못하게 하라”

[박종인의 땅의 歷史] 259. 풍수(風水)로 세종을 현혹한 술사(術士) 최양선 경북 성주에 있는 세종대왕자 태실. /박종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5.26 03:00 장면1 – 파괴된 왕자 태실들 경상북도 성주에 가면 세종대왕자 태실(胎室)이 있다. 1438~1442년 연간에 세종 슬하 열여덟 왕자와 손자 단종 태실을 모아 만든 집단 태실이다. 이전 세 왕은 왕자 태실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1443년 세종은 손자 홍위(단종) 태를 여기 묻을 때 근처에 자기 조상 묘가 있다는 사실을 숨긴 풍수학 제조 이정녕을 해임하고 그 묘를 이장시켰다.(1443년 12월 11일 ‘세종실록’) 훗날 둘째 아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이 되었다. 사이 좋게 모여 있던 형제 태실 가운데 쿠데타를 반대한 ..

[박종인의 땅의 雜事] 1. 폭군 연산군과 네 번 죽은 여자 어리니

[박종인의 땅의 雜事] 1. 폭군 연산군과 네 번 죽은 여자 어리니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5.28 00:00 술자리에서 남들 다 아는데 혼자 모르는 낭패감 혹은 혼자만 아는 사실을 떠벌리며 대화를 주도하는 통쾌함. 낭패를 막고 쾌감을 얻는, 알면 재미있고 몰라도 행복한 ‘박종인의 땅의 잡사’. 연산군과 네 번 죽은 여자 어리니 악마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삼척동자도 다 아는 폭군 연산군은 참으로 폭군이었다. 혹자는 자기 어머니가 불행하게 죽어서 그 트라우마가 폭력성으로 변했다고 측은해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그냥, 연산군은 폭군이다. 송아지가 어미소와 있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 성종에게 “나는 어미가 없다네”하고 푸념했다는 둥 동정 어린 언급이 나오는데, 어림없다. 이미 왕이 되고 석 달 만인..

[박종인의 땅의 歷史] 일본군 軍馬 위령비가 ‘조선 왕실 제단’이라는 용산공원

[박종인의 땅의 歷史] 260. 용산공원 역사 왜곡 대행진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6.02 03:00 지난 5월 ‘광화문광장 100년 이야기’ 시리즈를 통해 왜곡된 역사관을 토대로 진행되는 무모한 국가 토목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역사 복원’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많은 논쟁을 덮어버리고 세금과 시간을 들여 엉뚱한 역사를 창작하는 작업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늘은 그 번외편, 미국으로부터 반납받은 ‘용산공원’에 얽힌 이야기다. ‘왜곡된 근대사와 군사시설로 절단됐던 생태축 및 역사 복원’이 공원 프로젝트 주요 명분이다. 제대로 하고 있는가. 왕실이 천제(天祭)를 올리던 ‘남단’ 국토교통부 산하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홈페이지(www.park.go.kr)에는 ‘용산공원 10경’이라는 슬라이드가 게시돼..

[박종인의 땅의 雜事] 2. 로마로 간 아이들과 해임당한 선위사 오억령

[박종인의 땅의 雜事] 2. 로마로 간 아이들과 해임당한 선위사 오억령 작심하고 풀어보는 한일 악연 500년사①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6.04 00:00 - 오늘은 조금 묵직한! 일본과 악연은 실체적이다.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가 고려 민심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사건이 아지발도가 이끄는 왜구 토벌 작전이었다. 조선이 건국된 구체적인 계기다. 그리고 200년 뒤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한번 거덜나고 또 300년 뒤 일본에 의해 나라가 사라졌다. 이 길고 긴 악연. 1920년대 총독부 경상북도경찰부는 이렇게 기록했다. ‘폭도의 봉기와 만세소요는 임진왜란 후 실제로 배양돼 온 배일사상에서 연유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경상북도경찰부, ‘국역 고등경찰요사’(안동독립운동기념관 자료총서3), 25p) 그..

연평도 소나무는 알고 있다, 그날 戰士에게 벌어진 일을…

[박종인의 땅의 歷史]261. 연평 포격전 서정우 소나무와 강화도 신미양요 소나무 연평도 산기슭에 있는 '서정우 소나무'.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전사한 하사 서정우의 모표가 포격 충격에 날아가 소나무에 꽂혀 있다./박종인 박종인 선임기자 입력 2021.06.09 03:00 1989년 8월 13일 광주에서 태어난 서정우는 무탈하게 고등학생이 되었다.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단국대 천안캠퍼스 법학과에 입학한 뒤 2학년인 2009년 대한민국 해병대에 입대했다. 2010년 11월 23일 근무지인 인천광역시 연평도에서 ‘민주주의’와 ‘인민’을 국명에 갖다 붙인 북한군 포격에 전사했다. 석 달이 지난 2011년 2월 어느 날 전사지를 순시하던 연평부대 신임 부대장이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에 꽂혀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