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스시한조각 131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1] 피해국에 대한 연대가 헌법 정신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1] 피해국에 대한 연대가 헌법 정신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3.04 03:00 1948년 정부 수립 후 한국이 당면한 최대 외교 과제는 대일(對日) 강화조약 참가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동란(動亂)의 와중에도 필사의 외교 노력을 기울였으나, 연합국의 반응은 냉담했다. 논점은 한국이 일본 통치에 얼마나 저항했으며, 대일 전쟁에 얼마나 기여했느냐 하는 것이었다. 1949년 12월 미 국무부 보고서는 “교전 당사자 지위를 주장하기 위해 한국이 제시한 증거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주장에 대한 반대 증거가 보다 설득력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한국 내의 일본 통치에 대한 저항은 국지적이거나 단기간 소..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0] 중국 공산당에 충성한 일본 귀족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10] 중국 공산당에 충성한 일본 귀족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2.18 03:00 사이온지 긴카즈(西園寺公一)는 일본 근현대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이력의 소유자로 꼽히는 기이한 인물이다. 사이온지 가문은 공작(公爵)가에 해당하는 최고 귀족 가문이다. 총리와 국가 원로로 살았던 사이온지 긴모치(公望)는 정계의 최대 실력자였고, 가문의 영화(榮華)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긴카즈는 긴모치의 손자로 사이온지 가문의 적자(嫡子)였다. 그가 처음 세간을 놀라게 한 것은 1941년 소련 스파이 조르게 사건에 연루되어 체포된 때였다. 가문의 후광으로 고노에 총리의 브레인으로 활동하던 그가 코민테른의 스파이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자 일본인들은 아연실..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9]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유학자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9] 일본의 근대화를 이끈 유학자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2.04 03:00 일본 최고 대학인 도쿄대학은 거슬러 올라가면 1856년 막부가 설립한 ‘번서조소(蕃書調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최초의 본격 서양 학문 연구·교육 기관으로 일컬어지는 번서조소 설립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인물은 고가 긴이치로(古賀謹一郎·1816~1884)라는 유학자였다. 고가씨는 본래 유(劉)씨로, 한고조 유방(劉邦)의 후예 출신 도래인(渡來人)이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긴이치로는 유서 깊은 유학자 가문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막부의 관학 기관인 창평학문소에 몸담은 정통 유학자였다. 그는 유학을 학업의 본령으로 삼으면서도 한역난서(漢譯蘭書)를 탐독하고 난학자..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8] 명군의 조건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8] 명군의 조건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1.21 03:00 조선의 명군으로 세종대왕이 있다면 도쿠가와 막부 일본에는 8대 쇼군 요시무네(吉宗·1684~1751)가 있다. 요시무네는 막부의 재정 건전화, 신전(新田) 개간, 관료제 개혁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교호(亨保) 개혁’의 시정(施政)으로 유명하다. 후세가 꼽는 세종의 으뜸 치적이 한글 창제라면, 일본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요시무네의 치적으로는 금서령(禁書令) 완화를 들 수 있다. 금서령이란 1630년부터 시행한 기독교 관련 한역(漢譯) 서양서 반입 금지령을 말한다. 당시 나가사키에는 중국 무역선들이 중국 서적을 유입시키고 있었으나, 서양 선교사가 편찬한 천문·지리·수학·측량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7] 대의를 위한 합심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7] 대의를 위한 합심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2.01.07 03:00 페리 제독 방일을 계기로 서구의 압박에 위기감을 느낀 도쿠가와 막부는 1856년 본격적 서양 학문 연구·교육기관인 만서조소(蠻書調所)를 출범시킨다. 이곳에 가장 먼저 교수로 초빙된 인물 중에 데쓰카 리쓰조(手塚 律蔵·1822~1878)가 있었다. 조슈(長洲)의 의사 집안 출신인 데쓰카는 출중한 어학 실력으로 명망 높은 난영(蘭英)학자로, 일찍부터 서구국과 친교 맺기, 서양 문물 적극 도입을 주장한 개국론자였다. 1858년 막부가 서양 5국과 정식 수교 조약을 맺자 일본 각지에 존왕양이(尊王攘夷) 운동이 들불처럼 번진다. 데쓰카의 고향 조슈가 그 선봉에 선 형국이었다.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6] 시대 변화와 지식인의 힘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6] 시대 변화와 지식인의 힘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1.12.24 03:00 1877년 메이지 일본의 신수도 도쿄에서 ‘도쿄수학회사(東京數學會社)’가 창립된다. 훗날 일본 수학회 및 물리학회의 모태가 된, 일본 최초의 근대 학회라 일컫는 학술 모임이었다. 수학과 물리학은 서구 근대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학문이다. 이 분야에서 도쿄수학회사와 같은 연구자 중심의 아카데믹 그룹이 발족한 것은 당시 일본 지식계의 서구 문명 수용 역량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학회의 초대 회장(공동)인 간다 다카히라(神田孝平·1830~1898)는 젊은 시절부터 서구의 학문·제도 탐구에 뜻을 둔 계몽사상가로, 일생에 걸쳐 학자이자 관료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5] 국부론과 경제학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5] 국부론과 경제학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아버지 또는 경제학의 창시자라 부른다. 1776년 그가 저술한 ‘국부론(國富論)’은 인류 역사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책 중 하나로 꼽힌다. 일본에서 국부론 번역을 처음 시도한 것은 1886년이다. 대장성의 이시카와 에이사쿠(石川暎作)가 번역을 시작하여 원고를 남긴 기록이 있다. 당시 제목은 국부론이 아니라 ‘부국론(富國論)’이었다. 그는 28세에 요절한 탓에 완역 꿈을 이루지 못했다. 1908년 도쿄제국대학 법학부에 일본 최초로 경제학과가 개설된다. 그때까지 경제학은 정치학과 산하의 분과 강좌였다. 경제학의 학문적 성취와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제학과는 1919년 경제학부로 승격한다..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4] 메이지 3대 베스트셀러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4] 메이지 3대 베스트셀러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입력 2021.11.26 03:00 일본에는 ‘메이지 일본을 만든 3대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는 책이 있다. 왼쪽부터 ‘학문의 권장’을 쓴 후쿠자와 유키치, ‘서국입지편(西國立志編)’을 쓴 나카무라 마사나오, ‘여지지략(輿地誌略)’을 쓴 우치다 마사오. 새로운 시대의 변곡점을 맞아 메이지 3대 명저에 해당하는 한국의 저작이 과연 무엇인지 한국의 지식계도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일본에는 ‘메이지 일본을 만든 3대 베스트셀러’로 일컬어지는 책이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책은 개화 사상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저술한 ‘학문의 권장’이다. 서구 계몽주의에 감화된 그는 이 책에서 ‘사람 위에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3] 천둥신과 요소수 파동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3] 천둥신과 요소수 파동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8B%A0%EC%83%81%EB%AA%A9%EC%9D%98%20%EC%8A%A4%EC%8B%9C%20%ED%95%9C%20%EC%A1%B0%EA%B0%81 www.chosun.com 입력 2021.11.12 03:00 일본에서는 우레, 천둥을 의미하는 한자 ‘뢰(雷)’를 ‘가미나리(神鳴)’라고 읽는다. 신이 울리는 소리라는 뜻이다. 반면 ‘이나즈마(稻妻)’라고 읽을 때도 있다. ‘벼의 아내(또는 남편)’라는 뜻이다. 다소 엉뚱한 이름인데, 옛날 일본 농부들은 벼가 자라는 시기에 천둥이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 하여 천둥을 벼의..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2] 다케다 신겐의 절반의 승리론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02] 다케다 신겐의 절반의 승리론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8B%A0%EC%83%81%EB%AA%A9%EC%9D%98%20%EC%8A%A4%EC%8B%9C%20%ED%95%9C%20%EC%A1%B0%EA%B0%81 www.chosun.com 입력 2021.10.29 03:00 다케다 신겐(武田信玄·1521~1573)은 지략과 용맹을 겸비한 전국(戰國) 시대 명장으로 이름이 드높다. ‘가이(甲斐·지금의 야마나시현)의 호랑이’ 소리를 들으며 천하 통일에 가장 먼저 다가섰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불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미완의 역사 주인공이라 그런지 지금도 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