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그리움[이준식의 한시 한 수]〈179〉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9-23 03:00업데이트 2022-09-23 03:12 옥돌 계단을 적시는 이슬 밤이 깊자 비단 버선으로 스며든다 방으로 돌아와 수정 발 드리우지만 가을달은 여전히 영롱하게 빛나네 玉階生白露 夜久侵羅襪 却下水晶簾 玲瓏望秋月 ―‘옥돌 계단에서의 원망(옥계원·玉階怨)’ 이백(李白·701∼762) 밤이 이슥하도록 섬돌 위를 서성이는 여인, 이슬이 버선에까지 스미는 걸 느끼고서야 방 안으로 돌아온다. 수정 주렴을 드리웠지만 눈길은 여전히 저 영롱한 가을 달을 놓치지 못한다. 섬돌과 방 안 사이를 오가는 짧은 동선, 그리고 주렴 내리기와 달 바라기라는 단순한 몸짓이지만 시인의 섬세한 관찰을 거치면서 여인의 처지와 심경이 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