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질 배운 더벅머리 아이 삐딱하게 이끼 위에 앉으니 풀이 몸을 가린다 행인이 길 물어도 멀찍이서 손만 내저을 뿐 물고기 놀랠까봐 대꾸조차 않는다 蓬頭稚子學垂綸 側坐매苔草映身 路人借問遙招手 파得魚驚不應人 ― ‘낚시하는 아이(小兒垂釣·소아수조)’ 호령능(胡令能·785∼826) 낚시질에 몰두한 조마조마하고 진지한 동심이 깜찍하다. 이제 막 낚시를 배운 터라 이끼 낀 습지 위에 삐딱하게 앉은 자세부터가 불편하고 불안하다. 낚시에 집중하느라 그런 불편 따위는 깡그리 잊었나 보다. 몸을 가릴 만큼 잡초 덤불이 무성하니 인적 드문 한적한 곳을 제대로 고른 성싶다. 고기도 놀래지 않고 저 자신도 동그마니 떨어져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한데 갑자기 한 행인이 정적을 깨고 아이에게 길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