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정민 세설신어] [588] 함사사영(含沙射影) 권필(權韠·1569~1612)은 시 ‘천하창창(天何蒼蒼) 취중주필(醉中走筆)’에서 세상에 정의와 공도(公道)란 것이 있기는 하냐면서, 온갖 위험이 도사린 세상 길을 탄식했다. 그중 한 대목. “하물며 서울 큰길엔 위험이 많아, 앞에는 태항산이 막고 서있고, 뒤에는 무협의 물 흐르고 있네. 도깨비는 숲에서 휘파람 불고 뱀은 굴에서 기어 나오며, 곰은 서쪽에서 소리 지르고 범은 동쪽에 웅크려있네. 물여우는 사람의 그림자를 기다리고, 땅강아지는 사람 말을 받아 적는다. 그물은 두 어깨를 낚아채 가고, 주살은 두 다리를 달아맨다네(況復長安大道多險巇, 前有太行山, 後有巫峽水. 魍魎嘯林蛇出竇, 熊羆西咆虎東踞. 水鏡俟人影, 天螻錄人語. 羉罿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