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3> 有恥且格

- 있을 유(月-2)부끄러워할 치(心-6)또 차(一-4)바로잡을 격(木-6) 왕정 시대에는 임금이 덕을 갖추는 일이 우선이었다. 명령뿐만 아니라 은택도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체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금이 덕을 갖추었다면 당연히 문화도 살아나 정치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덕을 갖추지 못한 임금이라면 정치를 이루지 못한다. 그런데 왜 오랑캐의 우두머리는 정치를 하지 못하리라 여겼을까? 이는 당시 漢族(한족)이 갖고 있던 관념인데, 오랑캐에게는 애초에 문화가 없으므로 그 군주도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했으리라 여긴 것이다. 그러면 오늘날에는 어떠한가? 타고난 신분도 없고 군주도 없는 시대인데, 시민들이 스스로 대표를 뽑는 시대인데. 오히려 누가 대표로 뽑히느냐를 통해서 전체 사회의 문화 수준이나 시민의 성숙..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2> 被髮左衽

- 헤칠 피(衣-5)터럭 발(髟-5)왼쪽 좌(工-2)옷깃 여밀 임(衣-4) '논어' '憲問(헌문)'편에 나온다. "子貢曰: '管仲非仁者與? 桓公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子曰: '管仲相桓公, 霸諸侯, 一匡天下, 民到于今受其賜. 微管仲, 吾其被髮左衽矣.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자공왈: '관중비인자여? 환공살공자규, 불능사, 우상지.' 자왈: '관중상환공, 패제후, 일광천하, 민도우금수기사. 미관중, 오기피발좌임의. 기약필부필부지위량야, 자경어구독이막지지야?) "자공이 여쭈었다. '관중은 어진 자가 아니겠지요?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그는 죽지 못하고 오히려 환공을 도왔으니 말입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관중은 환공을 도와서 제후들의 패자가 되어 천하를 오롯이 바로잡았는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1> 緡蠻

- 새우는 소리 면(糹-9)오랑캐 만(虫-19) '상서' 의 이어지는 글은 이렇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侯服(후복)이다. 첫 백 리 안은 卿大夫(경대부)의 식읍이고, 둘째 백 리 안은 남작의 봉읍이며, 나머지 3백 리는 제후들의 땅이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綏服(수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문화를 가르쳐 교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나머지 2백 리는 무력을 떨쳐 나라를 지킨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要服(요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夷族(이족)이 살고, 나머지 2백 리는 가벼운 죄를 지은 자를 보내는 곳이다. 또 그 밖으로 500리의 땅은 荒服(황복)이다. 첫 3백 리 안은 蠻族(만족)이 살고, 나머지 2백 리는 중죄인을 보내는 곳이다." 위의 글을 보면 사방 150..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30> 知其所止

- 알 지(矢-3)그 기(八-6)바 소(戶-4)머물 지(止-0) 이제 7장이다. 7-1은 다음과 같다. "詩云: '邦畿千里, 惟民所止.' 詩云: '緡蠻黃鳥, 止于丘隅.' 子曰: '於止, 知其所止, 可以人而不如鳥乎?'"(시운: '방기천리, 유민소지.' 시운: '면만황조, 지우구우.' 자왈: '어지, 지기소지, 가이인이불여조호?') 뜻은 이렇다. "시에서 노래했다. '사방 천 리의 경기 지역, 백성들이 살 곳이로다.' 또 시에서 노래했다. '꾀꼴꾀꼴 꾀꼬리, 언덕 모퉁이에 사네.' 공자가 말했다. '머물러야 할 때 머물 곳을 아니, 사람이 새만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첫째 시는 '시경' '商頌(상송)'의 에 나오는 구절이다. 邦畿(방기)는 王畿(왕기) 또는 京畿(경기)와 같으며, 천자나 왕의 직할지로 대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9> 知予之爲取者, 政之寶也

- 알 지(矢-3)줄 여(亅-3)갈 지(丿-3)될 위(爪-8)가질 취(又-6)것 자(老-5) - 정치 정(攴-5)보배 보(宀-17)어조사 야(乙-2) '관자'의 '목민'의 이어지는 글은 다음과 같다. "故刑罰不足以畏其意, 殺戮不足以服其心. 故刑罰繁而意不恐, 則令不行矣; 殺戮衆而心不服, 則上位危矣. 故從其四欲, 則遠者自親; 行其四惡, 則近者叛之. 故知予之爲取者, 政之寶也."(고형벌부족이외기의, 살육부족이복기심. 고형벌번이의불공, 즉령불행의; 살육중이심불복, 즉상위위의. 고종기사욕, 즉원자자친; 행기사악, 즉근자반지. 고지여지위취자, 정지보야) "그러므로 형벌로 백성들의 마음을 두렵게 할 수 없고, 죽이는 것으로 그 마음을 복종시킬 수 없다. 형벌이 번다한데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법령은 실행되지 않고, 많은..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8> 政之所廢, 在逆民心

정사 정(攵-5)갈 지(丿-3)바 소(戶-4)무너질 폐(广-12) 있을 재(土-3)거스를 역(辵-6)백성 민(氏-1)마음 심(心-0) 무왕도 천명을 운운했으나, 그가 주시한 것은 결국 민심의 향방이었다. 앞서() 인용한 '강고'의 "하늘은 참된 자를 돕나니, 백성들의 마음을 통해 잘 알 수 있다"고 한 말에도 그런 뜻이 담겨 있다. 이렇게 보면, 백성들이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통치하는 왕조가 새로워지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야 옳다. 백성들은 여전히 그 백성들이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을 아껴주고 위해주며 살뜰하게 보살펴주는 군주, 그런 군주가 통치하는 나라를 바라고 따를 뿐이다. 6-3(제112회)의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그 명은 참으로 새롭구나"라는 표현도 결국 주 왕조의 창업자나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7> 女未知天命

너 여(女-0)아닐 미(木-1)알 지(矢-3)하늘 천(大-1)명령 명(口-5) 周(주)나라의 시조는 后稷(후직)이다. 신화 속의 인물이고, 실존 여부는 알 수 없다. 다만 주나라가 그만큼 오래된 나라임을, 오래도록 군림하고 있던 商(상) 왕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갑작스레 일으킨 나라가 아님을 뜻한다. 武王(무왕)이 즉위하여 9년 만에 폭군 紂王(주왕)을 죽이고 상 왕조를 멸망시켰으나, 그 과업은 이미 文王(문왕) 때부터 진행되었던 것이다. 문왕은 50여 년 동안 재위하면서 제후들에게 믿음을 얻고 백성들의 마음을 얻는 정치를 하여 중원의 서쪽에서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 그리하여 '西伯(서백)'으로 일컬어졌다. 그러나 문왕이 서백으로 일컬어지기는 했어도 그 위세가 천하의 주인을 바꿀 만큼은 되지 못했다. 그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5> 作新民

지을 작(人-5)새롭게 할 신(斤-9)백성 민(氏-0) 6-2(지난 15일 자 제112회)에서 말한 "作新民(작신민)"은 '상서'의 '강고'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핵심은 '新民(신민)' 곧 백성을 새롭게 하라는 것인데, 이는 '대학' 첫머리의 '親民(친민)'과 얼핏 달라 보여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大學集註(대학집주)'에서 주희는 1-1(지난 1월 18일 자 제15회)의 친민을 두고 "親(친)은 新(신)이 되어야 한다"는 程子(정자)의 말을 주석에 달고 있다. 이 6-2를 근거로 삼아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다른 의미를 가질까? 다르다고 보면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나, '대학'에서만큼은 다르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신민이 곧 친민이기 때문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6> 慈保庶也, 親也

사랑할 자(心-9)지킬 보(人-7)무리 서(广-8)어조사 야(乙-3)가까이 할 친(見-9) '강고'에서 자신의 몸이 아프고 병이 든 것처럼 잡도리하라는 말은 곧 愼獨(신독)하라는 것이다. 하늘의 뜻은 그 자체로 알 수 없으나, 백성의 마음으로 알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말이다. 백성을 잘 다스려 그들의 마음을 얻는다면, 하늘도 그에 따라 돕는다는 것이다. 강숙은 특히 은나라 유민을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일을 맡았다. 이전 왕조의 유민들을 새롭게 만들어야 했다. 곧 새로운 왕조의 백성이 되도록 해야 했다. 그러면 다른 나라의 백성들도 덩달아 주나라를 가깝게 여기며 마음을 줄 것이다. 하물며 주나라 백성들은 어떠하겠는가? 더욱더 가까워지지 않겠는가? 그저 가까워지기만 하겠는가? 주 왕조..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24> 物有必至, 事有固然

것 물(牛-4)있을 유(月-2)반드시 필(心-1)이를 지(至-0) 일 사(亅-7)본디부터 고(口-5)그러할 연(火-8) 풍훤이 수레에서 내려 절을 한 것을 맹상군은 빈객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여겼다. 이에 풍훤은 이렇게 말했다. "非爲客謝也. 爲君之言失. 夫物有必至, 事有固然, 君知之乎?"(비위객사야. 위군지언실. 부물유필지, 사유고연, 군지지호?) "빈객들을 대신해 사과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군의 말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만물에는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결과가 있고, 일에는 마땅히 바뀌지 않는 이치가 있는데, 그것을 아시는지요?" 맹상군이 말했다. "나는 어리석어 선생이 말하는 바를 잘 모르겠소." 풍훤은 "生者必有死, 物之必至也; 富貴多士, 貧賤寡友, 事之固然也"(생자필유사, 물지필지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