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3> 苟日新

참으로 구(艸-5)날 일(日-0)새로울 신(斤-9) 탕왕이 대야에 쓴 글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구일신, 일일신, 우일신)은 새로워짐의 세 단계를 담고 있다. "참으로 어느 날 새로워진다"는 뜻의 苟日新(구일신)은 공부의 효과가 처음 나타났을 때를 가리킨다. '논어' '學而(학이)'편에서 공자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 곧 "배우고 그것을 때맞게 익히면, 이야말로 기쁘지 아니하냐!"라고 한 말에도 이런 뜻이 담겨 있다.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듣거나 보았다는 뜻이지, 곧바로 옳은지 그른지까지 다 안다는 뜻은 아니다. 설령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제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대로 알고 제 것이 되도록 하려면, 배운 것을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 과학에서는 가설을 입증..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2> 惟新

이제 6장이 이어진다. 6-1은 이렇다. "湯之盤銘曰: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탕지반명왈: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 "탕왕은 대야에 '참으로 어느 날 새로워지면, 날마다 더욱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라고 새겨 두었다." 6-2는 이렇다. "康誥曰: '作新民.'"(강고왈: '작신민.') "'강고'에서는 '백성들을 새롭게 만들라'라고 하였다." 6-3은 이렇다. "詩云: '周雖舊邦, 其命惟新.'"(시운: '주수구방, 기명유신.') "시에서는 '주나라가 비록 오래된 나라지만, 그 명은 참으로 새롭구나'라고 하였다." 6-4는 이렇다. "是故君子無所不用其極."(시고군자무소불용기극) "이런 까닭에 군자는 그 지극함을 쓰지 않는 일이 없다." 湯(탕)은 중국 고대의 商(상) 왕조를 연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1> 內德

안 내(入-2)덕 덕(彳-12) /사마천은 춘신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처음에 춘신군이 秦(진)나라 昭王(소왕)을 설득하고 몸을 던져 초나라 태자(나중에 고열왕이 되었다)를 돌아오게 할 때는 얼마나 지혜로웠던가! 그런데 끝에 이원에게 당한 것은 늙어서 사리 판단이 어두워진 탓이리라." 참으로 처음에는 지혜로웠다가 나중에 어두워진 것일까? 사실 춘신군도 처음부터 높은 지위에 있지 않았다. 다행히 주영이 말한 '바라지 않던 복'이 있어 진나라에서 태자를 구해올 수 있었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바란 적 없는' 재상이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재상이 된 것이 그 자신의 덕보다 복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데에 있다. 아무리 영웅호걸은 호색이라 하더라도 춘신군은 영웅호걸이 아니라 운 좋은 재상일 뿐이었다. 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10> 毋望之禍

- 아닐 무(毋-0)바랄 망(月-7)갈 지(丿-3)재앙 화(示-9) 누이가 왕후가 되면서 권력에 가까워진 이원은 춘신군이 비밀을 누설하거나 오만하게 굴까 두려워서 남몰래 병사들을 길러 춘신군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춘신군이 재상이 된 지 25년째 되던 해, 왕이 병에 걸렸다. 이때 춘신군의 문객으로 있던 朱英(주영)이 말했다. "世有毋望之福, 又有毋望之禍. 今君處毋望之世, 事毋望之主. 安可以無毋望之人乎?" (세유무망지복, 우유무망지화. 금군처무망지세, 사무망지주. 안가이무무망지인호?) "세상을 살다 보면 바라지 않던 복이 찾아올 수도 있고 바라지 않던 재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이제 당신은 어찌 될지 모르는 세상에 살면서 어찌 될지 모를 군주를 섬기고 있습니다...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9> 寵愛와 貪慾

- 괼 총(宀-16)아낄 애(心-9)감빨 탐(貝-4)탐낼 욕(心-11) 춘신군은 유세객의 말을 믿고 순경(순자)을 내쫓고는 또 다른 유세객의 말을 듣고 순경을 불러들이려 했다. 스스로 순경을 알아볼 만한 식견이 없었다는 말이다. 이는 밝은 덕을 스스로 밝히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했으므로 소인배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쉬웠으리라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러했다. 조나라 사람으로 李園(이원)이란 자가 있었다. 자기 누이를 아들이 없던 초나라 考烈王(고열왕)에게 바치려 했다. 그러나 왕이 아들을 낳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춘신군을 섬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여 춘신군의 舍人(사인)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고향에 갔다가 일부러 날짜를 어기고 뒤늦게 돌아왔다. 춘신군이 늦어진 까닭을 묻자, 이원은 이렇게 대답..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8> 寶珍隋珠, 不知佩兮

- 보배 보(宀-17)보배 진(玉-5)나라이름 수(阜-9)구슬 주(玉-6) - 아닐 불(一-3)알 지(矢-3)찰 패(人-6)어조사 혜(八-2) 춘신군이 사람을 보내 다시 맞이하려 하자, 순경(순자)은 편지를 써서 이렇게 거절했다. "문둥병자가 왕을 불쌍히 여긴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공손하지 못한 말입니다. 비록 그렇지만 그 말속을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신하의 협박을 받고 시해당하고 나라를 망친 군주에게 한 말입니다. 무릇 군주가 어리면서 자기 재주만 믿고 간신을 가려낼 법술이 없으면, 대신들이 독단하며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고 권력을 자기에게 집중시킵니다. 그래서 현명하고 어른스런 군주를 죽이고 어리고 약한 군주를 세우거나, 적장자를 내몰고 의롭지 않은 자를 세웁니다. '춘추'에서도 이런 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7> 變德

- 달라질 변(言-16)덕 덕(彳-12) 춘신군이 순경(순자)을 난릉의 현령으로 삼은 뒤에 어떤 유세객이 춘신군에게 이렇게 말했다. "은나라의 탕왕은 亳(박)을, 주나라의 무왕은 鄗(호)를 도읍으로 삼아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두 나라 모두 사방 100리도 안 되는 작은 나라였으나, 마침내 천하를 차지했습니다. 이제 순경은 천하의 현인으로, 큰일을 도모할 만한 인물입니다. 만일 그대가 그에게 100리의 땅을 내려 밑천으로 삼게 한다면 그것은 그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나는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춘신군은 "옳은 말이오!"라고 대답하고는 곧바로 사람을 보내 순경에게 절교한다고 알렸다. 참으로 무례하고 어리석은 처사다. 남의 말만 듣고 제 스스로 받아들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절교를 선언해버렸..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6> 春申君 黃歇

- 봄 춘(日-5)펼 신(田-0) 임금 군(口-4)성 황(黃-0)쉴 헐(欠-9) 우공은 덕이 없어 궁지기의 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덕이란 단순히 도덕적인 성품만 이르는 말이 아니다. 실질적인 능력까지 포함한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온갖 것들을 잘 알아야 하고 또 형세나 추세를 잘 파악하여 미리 대비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천하의 판도를 읽지도 못하고 적국의 속셈을 간파하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살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진나라는 우나라보다 강성했기 때문에 쉽사리 속여서 멸망시킬 수 있었다. 진나라가 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서로 덕이 없다면, 무력이 우세한 자가 이기는 법이다. 만약 진나라 군주에게도 덕이 없다면, 그 또한 비슷한 처지에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진나라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5> 假道滅虢

- 빌릴 가(人-9)길 도(辵-9)없앨 멸(水-10)나라이름 괵(虍-9) 궁지기가 진나라에 길을 빌려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간언하자, 우공은 이렇게 말했다. "진나라는 우리와 같은 종족인데, 어찌 우리를 해치겠소?" 궁지기가 대답했다. "太伯(태백)과 虞仲(우중)은 모두 太王(태왕, 周 왕조의 선조)의 아들이었습니다. 태백은 부왕의 뜻을 따르지 않고 막내 王季(왕계)에게 물려주고 뒤를 잇지 않았습니다. 虢仲(괵중)과 虢叔(괵숙)은 모두 왕계의 아들이었습니다. 이들 모두 文王(문왕)의 卿士(경사)가 되어 왕실에 공훈을 세웠는데, 그 문서가 盟府(맹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진나라가 그들과 가까운 괵나라를 멸망시키려 하는데, 하물며 우리 우나라를 아끼겠습니까? 또 헌공이 우나라를 가까이한들 桓叔(환숙, 헌..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104> 脣亡齒寒

- 입술 순(肉-7)없을 망(亠-1)이 치(齒-0)찰 한(宀-9) 대장장이나 옹기장이조차 제대로 기술을 익히지 않고서는 제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하물며 한 나라나 천하를 다스리려는 군주가 다스림의 법칙을 알지 못하고 통치의 기술을 습득하지 않고서야 어찌 제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대장장이도 옹기장이도 사람의 본성을 따라서 곧 도를 따라서 기술을 익혔다. 군주 또한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군주란 이들은 대부분 타고난 지위를 누릴 줄만 알았지, 도를 따를 때에야 비로소 군주다울 수 있으며 올바로 통치할 수 있다는 이치는 알지 못했다. 군주란 타고난 신분으로 말미암아 지존이 되지만, 그가 타고난 본성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도를 따라서 오롯하게 본성을 발현할 수 있어야만 군주로서 막중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