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4] 부자 잡는 ‘공산주의 관문’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4] 부자 잡는 ‘공산주의 관문’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제갈량이 북벌 때 넘나들었던 쓰촨성 북부의 검문관(劍門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제갈량이 북벌 때 넘나들었던 쓰촨성 북부의 검문관(劍門關).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진나라 때 밝은 달, 한나라 시절 관문(秦時明月漢時關)”이라는 시구가 있다. 당(唐)대 왕창령(王昌齡)이라는 시인의 작품이다. 단순한 서경(敍景)인 듯싶지만 사실은 변치 않고 늘 벌어졌던 전쟁을 암시한다. 여기서 ‘관문(關門)’으로 푼 관(關)은 본래 글자 풀이로 보면 ‘문에 지른 빗장’ 또는 ‘빗장 지른 문’이다. 좁아진 길에 세운 나들목이나 요새 등의 뜻도 그로부터 나왔다.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며 외부의..

차이나別曲 2021.01.22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3] 미국의 혼돈을 보는 중국의 시선

고려 인삼에 대항하는 해외의 대표적인 인삼은 화기삼(花旗蔘)이다. 미국을 위주로 하는 북미(北美) 지역에서 나온다. 인삼의 대표적 유통 지역인 홍콩에서는 고려 인삼에 비해 싼값으로 많이 팔린다. 대표적인 미국계 은행의 하나는 시티뱅크(Citibank)다. 중국인들이 지금 쓰는 그 한자 이름은 화기은행(花旗銀行)이다. 19세기 상하이(上海)에 이 은행이 처음 진출했을 때의 정식 현지 명칭은 만국보통은행(萬國寶通銀行)이었으나 결국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차이나 별곡 혼돈의 미국을 보는 중국의 시선 / 일러스트=김하경 1776년 건국 뒤 미국인들이 처음 중국을 방문했을 때 현지인들에게는 그들이 내걸었던 국기(國旗)가 퍽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울긋불긋한 색깔에 가로줄과 별이 가득한 문양이 마치 ‘꽃..

차이나別曲 2021.01.15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2] 권력자가 좋아한 개미허리

‘가는 허리’가 미인(美人)의 기준으로 떠오른 지는 퍽 오래다. 한자로 옮기면 세요(細腰)다. 그러나 초요(楚腰)라고 적을 때가 많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 춘추시대의 초(楚)나라에서 비롯한 까닭이다. 당시 임금 영왕(靈王)은 허리가 잘록한 미인을 유독 선호했던 모양이다. ‘한비자(韓非子)’에 따르면 임금의 기호로 인해 초나라의 많은 여인이 빈혈에 허덕였다고 한다. 임금의 눈에 들려고 심한 다이어트를 감행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양진경 남성들도 예외는 아니었던 듯하다. 임금의 눈총을 받기 싫어 절식(節食)을 거듭해 몸매를 가꾸는 데만 신경을 썼으니 말이다. 남을 다스리는 사람의 호오(好惡)가 자꾸 번져 폐단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설명할 때 곧잘 쓰는 전고(典故)다. 위와 아래, 즉 상하(上下)의..

차이나別曲 2021.01.08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1] 느리지만 먼 길을 가는 소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21] 느리지만 먼 길을 가는 소 유광종 소장 입력 2021.01.01 03:00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길을 나서 먼 곳에 이르는 행위를 가리키는 성어는 부중치원(負重致遠)이다. 이 말의 유래에 직접 등장하는 동물은 소다. 잽싼 짐승에 비해 퍽 느린 걸음, 우둔해 보이지만 결국 먼 길을 걷는 소의 이미지가 생생하다. 중국에서 소는 고초를 견디는 인고(忍苦)의 상징이다. 왕조의 전제적 통치하에 말없이 괴로움을 참아내던 숱한 중국의 농민들 심성에 소를 견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욕됨을 참으며 제 할 일을 끝내는 인욕(忍辱)의 대명사로 쓰일 때도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그런 소의 심성으로 큰일을 이룬 인물들도 적잖다. 섶에 누워 쓸개를 핥았던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인..

차이나別曲 2021.01.0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9] 미인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9] 미인계 유광종 소장 가을에는 물도 시린 빛을 띠게 마련이다. 그러나 맑은 햇빛과 공기 때문에 곱다는 느낌도 준다. 그 가을의 물을 뜻하는 한자 ‘추수(秋水)’는 여성의 눈매와 관련이 깊다. 특히 눈물이 비치는 여성의 고운 눈을 형용할 때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추파(秋波)는 남성에게 쓸 수 없는 단어다. 본래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물결을 가리켰다가 끝내는 여성의 눈가에 고인 맑은 물기, 또는 그런 고운 눈빛을 지칭했다. ‘추파를 던지다’라는 말은 처음의 뜻이 세속으로 내려앉은 결과에 불과하다. 미인계 미인의 형용은 아주 풍부하다.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가 대표적이다. 물고기와 기러기를 숨거나 내려앉게 만들며, 달이 얼굴을 가리고 꽃은 부끄럽게 한다는 ..

차이나別曲 2020.12.18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8] 슬픈 원숭이

원숭이를 바라보는 중국인의 시선은 곱지 않다. 원숭이가 주인공 캐릭터로 등장하는 ‘서유기(西遊記)’가 그렇다. 소설에서 원숭이 행자(行者)로 나오는 손오공(孫悟空)의 별칭 하나는 발후(潑猴)다. 원숭이를 가리키는 후(猴) 앞에 붙은 발(潑)은 물을 ‘끼얹다’ 또는 ‘튀기다’가 본래 새김이다. 그런 뜻으로 ‘생기가 물씬 돋다’는 활발(活潑), 물 튀기는 소리[剌]를 덧대 ‘생동감이 넘치다’라는 의미의 발랄(潑剌)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러나 나중에는 ‘짓궂다’ ‘못되다’ ‘괘씸하다’ 등의 뜻도 얻는다. 따라서 ‘발후’라고 적으면 성격이 포악하고 못된 원숭이라는 뜻이다. 그 손오공의 다른 별칭 하나는 심원(心猿)이다. 원숭이처럼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마음 상태를 가리킨다. 그래서 중국인에게 원숭이는 ..

차이나別曲 2020.12.1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7] 가난과 궁색

“제 얼굴 때려 붓게 만들어 뚱뚱이처럼 보이다”라는 중국 속언이 있다. 뚱뚱함이 곧 부유함을 상징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냉수 마시고 이빨 쑤시다”라는 우리 그것과 조응하는 중국어다. 부자를 향한 동경, 가난에 대한 혐오가 드러난다. 가난과 부유함, 빈부(貧富)는 사람 삶이 그리는 희비(喜悲)의 쌍곡선이다. 부유함에 귀함이 따르면 부귀(富貴), 가난함에 지위의 보잘것없음이 붙으면 빈천(貧賤)이다. 사람의 호오(好惡)가 크게 갈리는 영역이다. 그러나 세속의 부귀와 빈천에 무릎 꿇지 않고 꿋꿋한 지향(志向)을 지녀야 한다는 독려도 뒤따른다. “부귀도 현혹할 수 없고, 빈천도 뜻을 꺾을 수 없다(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는 말이다. 맹자(孟子)가 ‘대장부(大丈夫)’의 조건으로 제시한 내용이다. 그런 성현(聖賢..

차이나別曲 2020.12.04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6] 큰 별과 작은 별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6] 큰 별과 작은 별 유광종 소장 중국의 국기(國旗)에는 다섯 개의 별이 그려져 있다. 큰 별 하나가 왼쪽을 차지하고, 그 오른쪽을 작은 별 네 개가 둘러싼 모습이다. 큰 별은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 작은 별 넷은 각각 공인(工人), 농민(農民), 소(小)자산계급과 민족 자산계급을 대변한다. 그러니까 공산당을 중심으로 각 계급의 사람들이 함께 뭉쳐 단결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공산당이 이끌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복종하는 그림이다. 이렇듯 중국에는 ‘중심(中心)’을 설정하려는 관념이 늘 돋보인다. 이 깃발의 설계도 사실은 매우 전통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공자(孔子)가 ‘논어(論語)’에서 일찌감치 강조한 ‘북극성(北極星)과 뭇별’의 구조다. “임금이 덕정(德政)을 ..

차이나別曲 2020.11.2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5] 움츠러드는 개혁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은 중국에서 유명하다. 사라지는 것과 새로 등장하는 것의 대조다. 우리의 몸도 그와 같아서 새 양분을 들이면 이전의 그것은 자리를 비켜야 한다. 이른바 ‘신진대사(新陳代謝)’다. 새것[新]과 옛것[陳]이 차례대로[代] 사라짐[謝]을 가리킨다. 시간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하면 지나가는 해 보내면서 다가오는 해를 맞는 일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懷古)의 정서도 얼핏 읽히지만 사실은 다가오는 새것을 향한 주목(注目)이 더 강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성어가 그렇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아가자는 취지지만 ‘온고(溫故)’의 실제 목적은 ‘지신(知新)’이다. 조금 더 동태적인 움직임도 있다. 다가오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개..

차이나別曲 2020.11.20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14] 비즈니스와 末業

전통적인 동양 사회의 직업 관념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다. 학문이나 관료, 농업, 공업을 앞세운 뒤 영리(營利)가 큰 바탕인 상업을 마지막에 둔다. 그런 흐름에 따라 중국에서는 항상 상업을 말업(末業) 또는 말생(末生)으로 적었다. 농업에 치중하는 중농(重農) 사상이 골간을 이룬 사회경제 구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화(財貨)의 유통에 빠질 수 없는 상업은 명맥을 줄곧 유지했다. 상고(商賈)는 그런 상인들의 대표적인 지칭이다. 비즈니스와 말업 / 일러스트=김하경 두 글자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움직이며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은 상(商)이다. 반대로 한곳에 자리를 잡고 물건을 팔면 고(賈)다. 따라서 좌고행상(坐賈行商)의 성어로 적으면 모든 비즈니스 종사자, 즉 상인을 가리킨다. 차별 속에서도 꾸준하게 업을..

차이나別曲 2020.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