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99

[차현진의 돈과 세상] [29] 한국 금융과 영국 금융의 차이

[차현진의 돈과 세상] [29] 한국 금융과 영국 금융의 차이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오브런던에 위치한 영란은행. /로이터 연합뉴스 우주의 가스와 먼지가 뭉쳐 별이 되고, 별은 수소를 태워 빛을 낸다. 그것이 끝나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백색왜성이 되어 사라진다. 별의 일생에서 별이 가장 클 때는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직전이다. 조직도 비슷하다. 1997년 말 한국은행에는 23부서가 있었고, 직원은 4000명이 넘었다. 그러나 이듬해 9부서가 폐쇄되고, 직원도 2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은행감독원 조직이 분리되었기 때문이다. 분리 조짐은 그 전부터 있었다. 영동개발진흥이라는 회사가 조흥은행 간부들과 짜고 금융 사기..

[차현진의 돈과 세상] [28] 총리와 총재

[차현진의 돈과 세상] [28] 총리와 총재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중앙은행 총재와 총리를 모두 지낸 인물들. 총리 재임 뒤 중앙은행 총재로 옮겼다 물러난 아이슬란드 다비드 오드손 총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으로 이탈리아 총리가 된 마리오 드라기, 일본은행 총재 출신의 다카하시 고레키요 전 총리. /위키미디어, 로이터AP연합뉴스 독일 메르켈 총리가 16년 만에 물러난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12년 만에 물러나면서도 권력이 아쉬운 듯 권토중래를 벼른다. 아이슬란드의 오드손 총리는 13년 만에 권좌에서 물러나면서 중앙은행 총재로 자리를 옮겨 재기를 노렸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식견 부족이 드러나서 여당이 중앙은행법을 고쳐 그를 해임했..

[차현진의 돈과 세상] [27] 국민에게 외상 긋는 정부

[차현진의 돈과 세상] [27] 국민에게 외상 긋는 정부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중세 잉글랜드의 채무 관계를 기록한 나무조각 '탤리 스틱(tally stick)'. 햄프셔 프레스턴 캔도버의 농민이 지역 성직자에게 진 빚을 양떼에 대한 소유 권한 비율로 적어 놓았다. 윈체스터 시의회 박물관 소장. /플리커·위키피디아 신용카드는 긁는다, 단말기에. 외상은 긋는다, 외상 장부에. 옛날 보부상들이 전국 장터를 돌아다닐 때 수중에 항상 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사가 안되면, 단골 주막에서 외상 거래를 했다. 주막에 붓과 먹이 있을 리 없었다. 주모와 보부상이 글을 배운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엄대’라는 나무 막대기를 외상 장부로 삼아 문자 대신 기호를 남겼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26] 명예혁명은 재정혁명

[차현진의 돈과 세상] [26] 명예혁명은 재정혁명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영국의 마지막 가톨릭 왕 제임스 2세를 몰아낸 명예혁명 주동자 7인을 '불멸의 7인(the immortal seven)'이라 부른다. 슈루즈베리 백작 찰스 탤벗, 데번셔 백작 윌리엄 캐번디시, 댄비 백작 토머스 오즈번, 스카브러 백작 리처드 럼리, 런던 주교 헨리 콤프턴, 오퍼드 백작 에드워드 러셀, 롬니 백작 헨리 시드니 등 일곱 사람. 그림은 훗날 잉글랜드왕 윌리엄 3세가 되는 네덜란드 오라녜공 빌렘에게 보내는 초대장을 쓴 롬니 백작. 그림은 플랑드르와 스페인 출신의 잉글랜드 화가 존 뱁티스트 머디나 경이 그린 '롬니 제1공작 헨리 시드니 초상화'(네덜란드 헤이그 영국 대사관 소..

[차현진의 돈과 세상] [25] 외국어 공부가 국어 공부

[차현진의 돈과 세상] [25] 외국어 공부가 국어 공부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영어 단어 네이처(nature)를 보통 자연이라고 번역한다. 그러나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있는 것’이고, nature는 ‘조물주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nature의 어원은 탄생을 의미하는 라틴어 나투라(natura)이기 때문이다. 창조론 사상이 숨어있는 nature를 정확히 번역한다면, 타연(他然)이라고 해야 한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동양과 서양의 관점이 완전히 반대다. 금융과 파이낸스(finance)도 마찬가지다. 자금의 융통을 뜻하는 금융은, 빚을 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finance는 채무의 종결을 뜻한다. finance는..

[차현진의 돈과 세상] [24] 보험사는 은행이 아니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24] 보험사는 은행이 아니다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1666년 런던 대화재를 그린 작자 미상의 그림. 9월 2일 일요일부터 9월 6일 목요일까지 런던을 휩쓴 화재는 상업 중심지 시티 오브 런던의 건물 대부분을 불태웠으며, 웨스터민스터의 귀족 거주지, 찰스 2세의 화이트홀 궁을 위협했다. 도시는 가옥 1만3200채, 세인트폴 대성당을 포함한 교회 87곳이 불에 타는 막대한 피해를 봤지만, 이후 영국이 화재보험의 종주국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런던 박물관 소장. /위키피디아 남이 아프다고 내가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다 위에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될 수 있다. 폭풍우를 만..

[차현진의 돈과 세상] [23] 경제학자도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23] 경제학자도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 애덤 스미스(1723~1790), 일론 머스크. /위키피디아·영국왕립학회 경제학자는 ‘돈을’ 연구하고, 철학자는 ‘돈에 관하여’ 사색한다. 그렇다고 경제학자가 ‘돈을’ 더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돈을 맨 처음 연구한 사람은 철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은 내재 가치가 아닌, 국가의 법과 명령 때문에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윤리학’ 제5권). 돈을 뜻하는 그리스어 노미스마(nomisma)는 원래 명령 또는 법률이라는 뜻임을 상기시켰다. 로마의 율리우스 파울루스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동로마 제국 ..

[차현진의 돈과 세상] [22] 죽어서 산 남자

[차현진의 돈과 세상] [22] 죽어서 산 남자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남이섬에 있는 수재(守齋) 민병도(閔丙燾·1916~2006) 선생 동상. 제7대 한국은행 총재(1962.5~1963.6) 재임 때 정부의 무리한 어업 차관 도입 압력과 재무부의 은행감독원 장악 시도에 맞섰던 '중앙은행 독립 정신의 상징'이 됐다. /나미나라 공화국 남이섬 홈페이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조선 업계는 세계 1위를 지켰다. 과거에 비하면 상전벽해다. 해방 직후 일본인들이 본국으로 철수할 때 큰 배들을 전부 끌고 가서 우리나라에는 100톤급 이하의 작은 배가 대부분이었다. 큰 배가 고장 나면, 일본과 대만에 가서 수리했다. 조선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21] 혈맹, 전맹, 물맹

[차현진의 돈과 세상] [21] 혈맹, 전맹, 물맹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코로나19 위기가 터지자 모두가 죽음을 걱정했다. 그러나 곧 사는 문제, 즉 경제로 관심을 돌렸다. 전쟁도 마찬가지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직후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한국의 명운을 걱정했다. 하지만 1·4 후퇴가 시작되자 같은 신문은 “한국전쟁이 초래한 증세와 적자”를 톱기사로 다뤘다. 정작 한국은 재정 적자 걱정을 덜했다. 미국의 원조로 연명하고 있으니 혼자 고민해봤자 답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회계연도를 미국과 일치시키고 원조금만 기다렸다. 당시 미국의 회계연도는 독립기념일에 맞춰 7월에 시작했다. 한국 정부의 회계연도를 1월에 시작하도록 바꾼..

[차현진의 돈과 세상] [20] ‘과학적’이라는 착각

[차현진의 돈과 세상] [20] ‘과학적’이라는 착각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cha-hyunjin 기자페이지 - 조선일보 www.chosun.com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2012년 여름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저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미국의 지난 80년을 둘로 나눴다. 전반 40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이기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인종차별을 없앴으며, 빈부 격차를 축소했다. 반면 후반 40년은 경제성장과 노동자 임금 상승이 정체되고, 불평등은 심화되고, 상상도 못 한 금융 위기가 터지고, 재정은 악화되었다. 그 분기점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