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99

[차현진의 돈과 세상] [39] 문제와 부딪쳐야 세상이 바뀐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39] 문제와 부딪쳐야 세상이 바뀐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9.30 00:00 요즘 젊은이들을 MZ세대라고 부른다. 세대를 구분하고 이름 붙이는 관행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 출발은 ‘상실의 세대’였다. 낙관과 희망이 지배했던 19세기 말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즉, 좋은 시절과 단절된 희생자라는 의미였다. 상실의 세대를 이은 것은 ‘위대한(그레이티스트) 세대’였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으..

[차현진의 돈과 세상] [38] 퇴비와 돈

[차현진의 돈과 세상] [38] 퇴비와 돈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입력 2021.09.23 01:40 북한 김정은이 지난해 초 평남 순천 비료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미국의 ‘참수 작전’이 알려진 뒤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건재함을 과시하는 행사였다. 농업 비중이 큰 북한에서 현대식 비료 공장은 인민의 복지를 상징한다. 김일성과 김정일도 비료 공장을 지을 때마다 요란한 자축 행사를 벌였다. 화학비료는 19세기 말에 이르러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도 1910년 부산과 서울에 화학비료 공장이 세워졌지만, 워낙 영세하여 비료 대부분은 일본에서 수입했다. 비료 생산에 쓰이는 암모니아가 독가스 생산 등 군사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으므로 일본이 그런 중요 시설을 조선에 짓기를 꺼렸다. 그러다가 1927년 만주 개발을 위..

[차현진의 돈과 세상] [37] 성가신 일은 무시해라

[차현진의 돈과 세상] [37] 성가신 일은 무시해라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9.16 00:00 멕시코혁명 당시 반란군 지도자 판초 비야는 로빈 후드와 돈 후안을 섞어 놓은 듯한 인물이었다. 열차를 탈취해서 얻은 귀중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가는 곳마다 낭만적 사건들을 벌이면서 여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좋으니 미국도 처음에는 비야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런데 비야가 미국 영토까지 침범해서 미국인 17명의 목숨을 빼앗는 사건이 터지자 우..

[차현진의 돈과 세상] [36] 남한을 살찌운 탈북민

[차현진의 돈과 세상] [36] 남한을 살찌운 탈북민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9.09 00:00 6·25전쟁을 전후해 월남한 뒤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사람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유택(2대, 부총리), 유창순(6대, 국무총리), 신병현(12대, 부총리), 김성환(11대) 총재. 순서는 칼럼 등장순. /한국은행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했지만, 남조선에 미군이 들어온 것은 9월 8일이었다. 9월 2일 일본에 정식 항복 문서를 받느라 시간이 ..

[차현진의 돈과 세상] [35] 아방가르드는 언제나 고독하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35] 아방가르드는 언제나 고독하다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9.02 00:00 글로벌 시대에는 인재를 유치할 때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공직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은 캐나다 사람인 마크 카니를, 이스라엘은 미국 사람인 스탠리 피셔를 각각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한국은행 총재 배의환은 대한제국 신민으로 태어나 식민지 백성을 거쳐, 미국 시민이 된 뒤 대한민국 국민이 되었다. 파란만장한 이중국적자다...

[차현진의 돈과 세상] [34] 그림의 떡, 코앞의 섬

[차현진의 돈과 세상] [34] 그림의 떡, 코앞의 섬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8.26 00:00 그리스와 터키의 반목은 국가를 넘어선, 문명의 충돌이다. 그 지역의 패권을 두고 기원전 5세기에는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영화 ‘300′)가 싸웠고, 1071년에는 비잔티움 제국과 셀주크튀르크(십자군전쟁)가 붙었다. 그러나 모든 충돌이 심각하지는 않았다. 1897년 그리스가 크레타섬을 되찾으려고 전쟁을 시작했을 때 오스만튀르크 군사들은 관광하는 기분이었다. 에게해..

[차현진의 돈과 세상] [33] 대통령과 총통

[차현진의 돈과 세상] [33] 대통령과 총통 차현진 한국은행 자문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8.19 00:00 왼쪽부터 조지 워싱턴 미국 초대 대통령, 쿠데타 후 '제1 총통(1st Consul)'에 올랐던 나폴레옹, 파울 폰 힌덴부르크 독일 대통령, 힌덴부르크가 물러난 뒤 총리와 대통령을 겸한 '총통'에 오른 히틀러. /위키피디아 미국에서는 국가원수나 회사 사장이나 ‘프레지던트’다. 오늘날 버지니아주에 있는 제임스타운에 1607년 최초의 영국 식민지가 들어섰을 때 주민자치단체..

[차현진의 돈과 세상] [32] 금융실명제 공포

[차현진의 돈과 세상] [32] 금융실명제 공포 차현진 한국은행 연구조정역 https://www.chosun.com/nsearch/?query=%EC%B0%A8%ED%98%84%EC%A7%84%EC%9D%98%20%EB%8F%88%EA%B3%BC%20%EC%84%B8%EC%83%81 www.chosun.com 입력 2021.08.12 00:00 제6공화국이 출범할 때 사회의 기대와 요구는 아주 컸다. 사회 원로들로 구성된 민주화합추진위원회(민추위)는 인권 신장, 지역감정 해소, 기업 집중 완화, 노동 3권 보장 등을 두루 담은 두툼한 건의서를 대통령 당선인에게 제출했다. 거기에는 금융실명제도 담겨 있었다. 금융실명제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1982년이다. 장영자·이철희 어음 사기 사건 직후 강경식 재..

[차현진의 돈과 세상] [31] 독일의 축복, 카를 블레싱

Dr Karl Blessing, President of the Deutsche Bundesbank, 1 Jan 1958~31 Dec 1969 /독일연방은행 홈페이지 화폐경제는 중앙은행과 화폐와 주권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 논리적으로는 주권(헌법), 중앙은행, 화폐 순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스웨덴의 헌법은 1719년에 제정되었고, 중앙은행은 그보다 빠른 1668년 설립되었다. 그래서 스웨덴 헌법에는 릭스방크라는 고유명사가 등장한다. 독일의 순서도 이상하다. 독일을 점령한 연합군이 1948년 도이치마르크라는 신화폐부터 발행하고, 이어서 1949년 헌법이 제정되었다. 분데스방크(중앙은행)는 한참 뒤인 1957년 설립되었다. 분데스방크 설립이 늦었던 것은, 나치의 악몽 때문이다. 히틀러는 중앙은행(제국은행)을..

[차현진의 돈과 세상] [30] 돈이 아닌 돈

2019년 10월 1일 임기를 시작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업무 첫 날 모습. /IMF 홈페이지 부자는 싸우지 않는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계에서 미국이 그러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통화 질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지만, 미국은 대꾸하지 않는다. 임기응변으로 버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 나라 대부분은 금본위제 복귀를 희망했다. 그러려면 전쟁 중에 미국에 집중된 금을 다시 분산해야 했다. 미국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미국만 금본위 제도를 고수하고, 다른 나라들은 달러화와 교환 비율을 지키도록 했다. 브레턴우즈 체제다. 브레턴우즈 체제의 기본 철학은 ‘달러화=금’이다. 미국이 공급하는 달러화가 금과 똑같이 대접받으려면 유사품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