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7.풍미(風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7.풍미(風靡)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20. 18:13 "거센 바람 앞에서야 질긴 풀의 진가가 드러난다"는 뜻의 "疾風知勁草(질풍지경초)"를 쓴 중국 서예 작품. 오늘은 바람 이야기다. 샛바람, 하늬바람, 마파람, 높새바람…. 우선 동서남북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순우리말 표현이다. 듣기에도 좋고 정에 겹기까지 하다. 뱃사람들이 표현했던 순우리말 바람 이름은 훨씬 다양하다. 예서 일일이 다 적기에 버거울 정도다. 기상청에서 분류한 바람 이름도 순우리말이 많이 들어 있어서 쉽고 편하다. 바람이 없는 상태를 ‘고요(calm)’로 적었고, 가벼운 상태를 실바람(light air), 그보다 조금 높은 것을 남실바람, 이어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으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6.안위(安危)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6.안위(安危)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13. 17:42 당나라 시인 허혼의 시구 "산비 오려니 바람이 누각에 가득 찬다"는 형상화한 중국의 그림. 이 두 글자는 우리가 자주 쓴다. 앞의 安(안)은 집을 가리키는 부수 ‘宀(면)’에 여성을 뜻하는 女(녀)가 들어 있다. 앞의 한자 부수는 보통 ‘갓머리’라고 하는데, 집의 지붕마루를 이른다고 한다. 그러니 전체적으로 보면 집 안에 여성이 들어 앉아 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사람이 제 살 곳, 즉 정처(定處)를 지닌 모양새다. 따라서 ‘편안하다’, ‘안전하다’의 새김으로 자리를 잡았다. 뒤의 글자 危(위)는 원래 사람이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모양을 가리켰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니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 따라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5.상재(上梓)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5.상재(上梓)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8. 6. 18:07 금속활자가 등장하기 전 동양의 인쇄는 목판이 주류였다. 청나라 때의 인쇄용 목판 모습. 재목으로는 가래나무가 많이 쓰였다. 오늘 글은 경어로 하겠습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가래나무라 하면 생소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겠습니다. 한자로는 梓(재)라고 적습니다. 재목(材木)으로서는 오동나무(桐) 못지않게 좋다고 합니다. 그래서 桐梓(동재)라는 조어도 있습니다. ‘좋은 재목’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桑梓(상재)라는 단어도 많이 씁니다. 뽕나무를 가리키는 桑(상)이 앞에 붙었습니다. 누에를 먹여 키우는 뽕나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들 때 필요한 가래나무는 옛 사람들의 생활에 반드시 있어야 했던 식생(..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4.쇄신(刷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4.쇄신(刷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30. 21:58 청나라 말 이른바 '변법유신(變法維新)'을 추진했다 실패한 강유위. '유신'도 변화와 혁신의 뜻을 담은 단어다. ‘새롭다’는 새김의 한자가 新(신)이다. 한자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을 보면 왼쪽은 나무, 오른쪽은 도끼 등의 모습이다. 따라서 이 글자의 원래 뜻은 나무를 베는 일과 관련이 있다. 나중에 중국학자가 그 뜻을 이렇게 풀었다. “옷을 처음 만들 때는 初(초), 나무를 새로 벨 때는 新(신)으로 쓴다”고 말이다. 이 새로움은 늘 필요하다. 새 것과 헌 것, 우리는 그 둘을 때로 신진(新陳)이라고 적는다. 여기서 陳(진)은 시간이 오래 지난 것을 가리키는 글자다. 우선 ‘진부(陳腐)하다’를 떠올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3.단서(端緖)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23. 16:20 고대 실을 뽑는 과정을 그린 방적도. 누에의 고치에서 실마리를 잘 잡아야 실을 제대로 뽑는다. 누에에서 실을 뽑을 때 거치는 몇 개의 과정이 있다. 우선 누에의 고치를 삶아야 한다. 누에가 지은 고치를 뜨거운 물에 넣은 뒤 실을 골라내는 작업이 핵심이다. 둘둘 말린 고치에서 명주실의 가닥을 잘 잡아내야 하는데, 이를 한자로는 索緖(색서)라고 적는다. 가닥을 잘 잡았으면 실에 붙어있는 잡티 등을 제거하는 일이 따른다. 그를 理緖(이서)라고 한다. 아울러 실 가닥을 합쳐서 좀 더 야무진 실로 뽑아내야 하는데, 그 작업이 集緖(집서)다. 실 가닥 잡아가는 일을 ‘찾아내다’의 새김인 索(색), 고루는 작업을 ‘다듬다’의 새김인 理(리), 얇고 여린 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2.입각(入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2.입각(入閣)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16. 18:00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치세를 기록했던 당 태종 이세민. 그는 능연각을 만들어 공신들을 기념했다. 정치를 펼치는 장소, 한자로 적으면 ‘布政之所(포정지소)’를 일반적으로는 조정(朝廷)이라고 부른다. 이 조정(朝廷)은 외조내정(外朝內廷)의 준말로 보인다. 공식적이면서 중요한 정치적 행사를 치르는 곳이 외조(外朝), 군왕(君王)이 개인적인 업무를 보는 곳이 내정(內廷)이다. 그와 동의어는 묘당(廟堂)이다. 왕실의 조상들을 모시는 사당(祠堂)에 해당하는 것이 태묘(太廟)인데, 이 건축물 안에 있는 넓은 홀을 묘당(廟堂)이라고 적는다. 이곳에서는 황제를 비롯한 대신들이 정사를 논의한다. 그래서 ‘조정’과 동..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1.관할(管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1.관할(管轄)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9. 16:51 고대 중국에서 수레 바퀴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할(轄)의 실제 모습. 요즘 길거리에 흔한 커피 판매점에서 컵에 꽂아주는 게 스트로우다.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빨대’인데, 일종의 대롱이다. 가운데가 비어 있어 음료 등을 빨아 먹을 수 있다. 한자로 표현하면 관(管)이다. 옛 한자 세계에서 이 글자는 흔히 관현(管絃)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입으로 숨을 불어넣어 연주하는 악기가 管(관), 줄을 달아 그 울림으로 연주하는 악기가 絃(현)이다. 그러나 管(관)이라는 글자가 지닌 원래의 큰 의미 중 하나는 문을 여는 데 필요한 ‘열쇠’다. 구체적으로는 장관(掌管)이라는 벼슬이 있었는데, 문 여닫이 용도의 열쇠..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0.빗발(雨脚)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60.빗발(雨脚)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7. 2. 16:19 남녀의 '운우지정'을 낳은 무대, 중국 싼샤의 巫山을 그린 풍경화. 나이 50이 넘어 초로(初老)의 길에 들어선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 712~770년)는 만년이 초라했다. 겨우 집 하나를 얻은 게 그의 ‘초당(草堂)’이다. 띠를 가리키는 茅(모)로 얼기설기 지은 집이다. 지금 쓰촨(四川)의 청두(成都)에 있는 ‘두보 초당’은 후대 사람들이 그를 기념코자 만든 것이다. 그 초당의 지붕이 거센 비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흩어진 적이 있다. 동네 아이 녀석들은 바람에 날려 흩어진 두보 집 지붕 띠를 들고 도망쳤던 모양이다. 초로의 나이에 겨우 장만한 집, 그리고 비바람에 날려 없어진 지붕, 비가 새는 집에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9.분패(憤敗)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9.분패(憤敗)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6. 25. 17:13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몰두하느라 침식을 잊었던 發憤忘食(발분망식)의 주인공 공자. 승부를 가리는 마당에서 남에게 지는 게 패배(敗北)다. 손에 무언가를 쥐고서 물건을 두드려 망가뜨린다는 뜻의 敗(패),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北(배)의 글자가 합쳐졌다. 옛 한자세계에서는 北(배)와 사람의 등을 가리키는 背(배)는 통용했다. 그런 패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모든 승부에서 지는 것이 전패(全敗)겠고, 아예 겨룸이라고 얘기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게 완패(完敗)다. 경기 결과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참혹(慘酷)하다면, 그런 패배는 참패(慘敗)다. 요즘에는 운동경기 등에서 스코어를 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8.쥐, 鼠(서)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58.쥐, 鼠(서)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4. 6. 18. 18:44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의 생전 모습. 그는 쥐에 관한 비유로 중국 개혁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쌀을 비롯한 곡식과 채소를 괜히 축내는 존재가 쥐다. 쥐는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그런 행태를 보이지만, 어쨌든 사람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곡물 등을 훔치는 쥐가 결코 좋게 비칠 리 없다. 따라서 쥐에 관한 한자 표현이 제법 불량하다. 쥐의 눈을 일컫는 한자 단어가 서목(鼠目)이다. 여기에 손가락 마디 정도에 불과한 안목을 가리키는 촌광(寸光)이라는 단어를 붙여 만든 게 鼠目寸光(서목촌광)이다. 쥐의 깜냥으로는 제 눈앞에 어른거리는 음식물만 본다. 조심스러운 성정(性情)은 있을지 몰라도, 더 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