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7.별리(別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7.별리(別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 13. 17:12 친구 사이의 이별을 그린 중국의 그림. 먼 곳으로 떠나는 친구에게 술 한 잔을 권하는 당나라 시인 왕유의 시 '送元二使安西(송원이안서)'가 아주 유명하다. 이 세상살이에서 헤어짐은 무수하다. 이승을 등진 혈육과의 찢김, 연줄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흩어지는 부부의 이별, 정든 친구와의 흩어짐 등이다. 그런 헤어짐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한자 낱말이 이별(離別), 별리(別離)다. 別(별)이라는 글자는 초기의 모습이 비교적 뚜렷한 편이다. 칼과 뼈의 모습으로, 칼을 지니고서 뼈로부터 무엇인가를 뜯어낸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번진 새김이 나뉨과 찢김, 나아가 헤어짐이리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본체로부터 떨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6.공염불(空念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6.공염불(空念佛)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6. 1. 6. 14:58 중국 남북조 시대 양(梁)나라 고승 지공대사의 초상이다. 불교의 핵심 개념인 空(공)을 주제로 지은 로 유명하다. 헛소리, 실천은 없는 말뿐의 공약, 쓸 데 없는 언행 등의 뜻을 지닌 말이 공염불(空念佛)이다. 제 마음 속의 희구(希求)를 담아 외는 것이 염불(念佛)이지만, 그 행위가 그저 되뇌는 것만으로 끝나 결국 아무런 실속이 없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쓰임은 그렇지만 불교의 핵심 가르침 중 하나인 空(공)의 새김은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아무 것도 아닌 것, 실상에 가려 보이지 않는 본질의 그 무엇, 비어 있음, 제로(零), 없음(無) 등의 의미를 지닌 이 글자는 깊이가 헤아릴 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5.병신년(丙申年), 원숭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5.병신년(丙申年), 원숭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2. 30. 15:41 2016년은 병신년, 원숭이의 해다. 원숭이는 지혜로움, 재빠름의 대명사다. 그러나 마음을 잡지 못해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속성도 있다. 원숭이의 해를 맞으면서 우리가 새겨야 할 대목이다 다가올 2016년은 원숭이의 해다. 그것도 ‘붉은 원숭이’라고 하는데, 새해의 희망에 그를 견줘 꿈을 부풀리는 사람도 많다. 원숭이는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영어의 구분으로는 꼬리가 달려 있는 원숭이를 monkey, 그렇지 않은 종류를 ape로 구분한다는 설명이 있다. 한자세계에서 원숭이를 지칭하는 글자는 퍽 많다. 그러나 종류별로 그를 다 알아보는 일은 번거롭다. 우선 원숭이를 대표하는 글자는 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4.홍진(紅塵)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4.홍진(紅塵)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2. 23. 14:47 당나라 유명 문인 유종원(柳宗元)의 시 '강설'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다. 사람은 때로 세속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세계를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 세속을 일컬을 때 우리는 이 홍진(紅塵)이라는 낱말을 자주 사용한다. 붉은 먼지? 우선 그런 새김으로 다가온다. 직접 그렇게 풀어도 큰 잘못은 없다. 원래는 사람이 많이 모여들고 물자의 이동이 활발한 번잡한 도시를 가리켰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잦으면 먼지는 자연스레 피어오르니까 그렇다. 紅(홍)은 중국인들이 예부터 매우 좋아했던 색깔이다. 그 붉음은 생명, 활기, 행복을 가리킨다. 뒤의 塵(진)은 사슴을 가리키는 鹿(록)과 흙을 의미하는 土(..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3.내홍(內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3.내홍(內訌)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2. 16. 17:25 매미를 잡으려는 사마귀. 그러나 그 뒤에는 참새와 사냥꾼이 줄지어 있다.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하면 위기는 예기치 않게 닥친다. 끊이지 않는 정쟁으로 내홍에만 빠져 있는 한국사회가 꼭 그런 경우다. 안에서 일어나는 분란, 그로써 도저해지는 위험을 가리킬 때 우리는 이 내홍(內訌)이라는 한자 단어를 곧잘 쓴다. 외부의 요소도 문제지만, 때로는 안에서 부른 혼란과 분쟁만으로도 무너지는 때도 많다. 그런 내홍의 정점은 소멸(消滅)이다. 내홍(內訌)이라는 낱말을 이루는 두 글자 가운데 뒤가 문제다. 이 글자는 왜 분쟁, 다툼, 싸움, 분란, 혼란 등의 새김을 얻었을까. 글자 모습으로 보면 ‘말’을 가리키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2.처마와 첨하(檐下)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2.처마와 첨하(檐下)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2. 9. 13:46 조선시대 건축물 가운데 모습이 아주 빼어나다는 창덕궁 안 낙선재 모습이다. 처마의 아름다운 선이 눈에 띈다. 집을 지을 때 서까래가 밖을 향하도록 만든 곳이 처마다. 지붕에 내린 비는 이 처마를 타고 땅을 향해 흘러내린다. 그래서 처마는 운치가 있다. 많은 비가 떨어질 때 처마에서 긋는 비의 모습이 많은 감상(感想)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 처마는 한자로 적을 때 檐(첨)이다. 게다가 다시 ‘아래’를 가리키는 글자를 붙이면 첨하(檐下)다. 이 한자 낱말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처마’로 발전했으리라고 본다. 제 집 처마에 서서 비를 바라보고, 그 소리를 듣는다면 별다른 감흥은 없으리라. 남의..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1.파국(破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1.파국(破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2. 2. 16:27 바둑판의 모습이다. 한자 局(국)은 장기와 바둑 등 게임, 나아가 온갖 다툼 등을 표현하는 글자다. 요즘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 상황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급기야 야당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 교수가 “파국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제 끝장을 향해 가고 있다는 얘기다. 화합과 단결은커녕 극심한 노선 갈등으로 야당이 곧 무너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파국(破局)이라는 말을 이 뜻으로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조금은 따질 여지가 있는 단어다. 중국에서의 용례는 우리의 쓰임새와 전혀 다르다. 남의 의도, 술수, 권모 등을 깨뜨리고 상대를 꺾는다는 뜻이다. 왜 이리 다른 것일까. 우리가..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0.능지처참(陵遲處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30.능지처참(陵遲處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1. 25. 14:40 청나라 때의 매질 장면이다. 능지처참을 비롯해 발꿈치 베기, 생식기 자르기, 허리 자르기 등 고대의 혹형은 정도가 매우 심했다. 예전 동양에서 벌어졌던 형벌 가운데에서도 가장 끔찍한 방식이다. 사람을 잡아다놓고 정해진 숫자만큼 신체를 자르는 형벌이다. 판관이 “1000번”을 명령했으면 형 집행자는 그에 맞춰 사람 몸을 잘라내야 한다. 조건은 그 횟수를 채우기 전까지 죄수가 살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릉(丘陵)의 완만한 모습, ‘천천히’라는 새김의 遲(지)라는 글자로 형벌의 집행 방식을 표현했다. 陵(릉)은 凌(릉)으로도 적는다. 한반도에서는 대개가 사람의 머리와 팔 다리 등 다섯 곳을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9.방문(訪問)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9.방문(訪問)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1. 18. 14:30 눈 내리는 산길을 돌아 반가운 친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중국의 옛 그림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방문(訪問)이라는 단어가 품는 뜻은 뭘까 괜히 궁금해진다. 이 단어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누구를 찾아가는 일이다. 첫 글자 訪(방)은 그런 점에서 매우 충실하다. 누군가를 찾아가 무언가를 하는 행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의 問(문)이 다소 의아하다. ‘묻다’가 사전적인 정의인데, 왜 묻는다는 것일까. 방문(訪問)이라는 한자의 조어는 일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조어의 주체를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과거 한자 조어가 가장 활발했던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8.승전(勝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28.승전(勝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11. 11. 10:37 1951년 3월 아군이 서울을 수복한 뒤 미군이 대규모 공정부대를 경기도 북부 문산 일대에 투하하는 장면이다. 고래로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사람이 남긴 발자취 가운데 싸움으로 새겨진 흔적은 특히 뚜렷하다. 죽느냐 사느냐를 두고 벌이는 싸움에서부터 먹고 살기 위한 자원을 두고 벌이는 다툼, 유형과 무형으로 벌어지는 모든 종류의 겨룸이 다 그렇다. 그를 가장 분명하게 표현하는 한자는 戰(전)이다. 이 글자는 활과 화살의 의미를 담은 單(단, 彈이라 풀어도 좋다)과 창의 종류를 가리키는 戈(과)의 합성이다. 옛 싸움에서 반드시 등장했던 무기들이다. 그로써 획득한 의미가 바로 ‘전쟁’이다. 그런 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