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97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7.간성(干城)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7.간성(干城)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26. 16:15 중국 만리장성의 동쪽 끝 관문인 산해관의 모습이다. 견고한 성벽은 국가의 안보를 상징하는 건축이다. 예로부터 전쟁이 잦았던 중국에는 성에 관한 흔적이 곳곳에 널려 있다. ‘방패와 성채’. 이쯤으로 우리는 간성(干城)이라는 단어를 푼다. 우리 한자 새김에서 干(간)은 방패를 가리킨다. 城(성)은 달리 풀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친숙하다. 누군가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쌓은 담이다. 따라서 간성(干城)이라고 적으면 우리는 흔히 나라를 지키는 방패와 성채로 우선 풀고, 나아가 국방을 담당한 군대라는 의미를 덧붙인다. 그러나 한자 초기의 글자꼴을 보면 干(간)은 단순한 방패가 아니었던 듯싶다. 방패의 기능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6.순식(瞬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6.순식(瞬息)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19. 16:58 시인 이백은 어느 봄 날 살구꽃, 오얏꽃 피는 정원에서 열린 파티에 참가해 유명한 말을 남겼다. "천지는 만물의 여관, 시간은 영겁을 지나는 나그네"라는 내용이다. 그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봄날의 흥취로 세월의 덧없음을 말했던 그의 방식대로 술만 먹으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삶이 너무 짧다. 24절기의 하나 처서(處暑)가 곧 눈앞에 닥친다. 여름의 끝을 알리는 절기다. ‘머물다’라는 뜻의 글자 處(처)는 이 절기를 나타내는 경우에 있어서는 ‘멈추다’라는 뜻에 가깝다. 그러니까 여름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때라는 뜻이다. 벌써 가을을 알린다. 절기 입추(立秋)는 이미 지났다. 그러나 늦더위는..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5.관지(觀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5.관지(觀止)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12. 18:07 중국 역대 유명 산문들을 모아 편찬한 책이다. 책 이름 중에 '관지(觀止)'라는 낱말에 눈길이 간다. 더 이상 높을 게 없는 수준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보고 또 보다가 대상이 지닌 최고의 경지를 목격한 뒤 경탄하는 한자 낱말이 하나 있다. 바로 관지(觀止)다. 우리가 지닌 한자 감각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단어다. ‘보다’라는 뜻의 觀(관), ‘멈추다’라는 의미의 止(지)의 합성이다. 요즘 이 단어에 새삼 눈길이 간다. 예전 중앙일보 재직 때 쓴 칼럼 ‘분수대’를 조금 매만져 다시 소개한다. 청(淸)대에 지어진 라는 책이 있다. 오초재(吳楚材)와 오조후(吳調侯)라는 두 사람의 문인이 편찬한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4.재벌(財閥)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4.재벌(財閥)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8. 5. 17:07 집안, 또는 동네 어귀 등에 세운 우리의 정문(旌門)과 같은 성격의 중국 패방(牌坊)이다. 집안의 공적을 자랑하기 위해 세웠던 벌(閥)과 열(閱)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건축형식이다. 돈을 비롯한 재물 일반을 가리키는 글자 財(재)를 반기지 않는 이 별로 없을 테다. 많으면 좋고, 부족하면 섭섭하다. 물욕에 젖지 않는 사람이야 돈이나 재물을 멀리하는 자세를 키웠겠으나, 일반인이 함부로 흉내 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러니 이 글자는 매우 친숙하며 모두 반기는 편이다. 재벌(財閥)이라는 단어를 이루는 다음 글자가 궁금해진다. 閥(벌)은 옛 기록을 보면 閱(열)이라는 글자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제법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3.도취(陶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3.도취(陶醉)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29. 17:45 중국 전원파 시인의 태두로 후대 동양 문단에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특히 '음주' 등의 시편으로 술에 대한 예찬과 세속의 번잡함을 벗어난 청일함을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술을 잘 마시는 우리사회에서는 취기(醉氣)와 관련이 있는 단어가 제법 많다. 술에 어떻게 취했느냐를 자세하게 따진다. 취하는 일이 반드시 술에만 원인이 있지는 않다. 사람에도 취하고, 경치에도 취한다. 그림에도 취하고, 글씨에도 취한다. 그래도 취하는 일은 우선 술과 관련이 있다. 전날 마신 술이 이튿날에 이르러서도 깨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숙취(宿醉)다. 같은 발음으로 숙취(熟醉)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매우 취한 상태다.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2.피서(避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2.피서(避暑)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22. 17:15 조맹부(趙孟頫) 원나라 때 유명 문인이자 관료였던 조맹부. 송설체라는 글씨체를 창안할 정도로 서예도 빼어났다. 부인 관도승이 그에게 건넨 "당신 흙 속에 나, 내 흙 속에 당신"이라는 글이 아주 유명하다. 이제 여름 휴가철이다. 여름은 더위의 대명사다. 그런 무더운 여름 피하는 일이 피서(避暑)다. 暑(서)라는 글자가 궁금해진다. 뜨거운 태양을 가리키는 日(일) 아래 사람을 지칭하는 者(자)가 붙었다. 이렇게만 보면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고대 초기 한자 흐름에서 이 글자는 액체 등을 끓인다는 뜻의 煮(자)라는 글자 모습으로 먼저 나온다. 따라서 暑(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놓은 끓는 물이라는 의미..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1.형벌(刑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1.형벌(刑罰)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15. 17:41 제목 형벌(刑罰) 죄를 지은 사람에게 곤장으로 볼기를 때리는 청나라 때의 사진이다. 장형(杖刑)의 집행 장면인 셈이다. 죄(罪) 지으면 받는 게 형벌(刑罰)이다. 한자 罪(죄)는 그물을 가리키는 罒(망)과 일의 어긋남, 또는 사람의 허물을 가리키는 非(비)의 합성이다. 그물로 남의 잘못된 행위 등을 잡아들이는 동작인 셈이다. 나아가 그런 잘못과 허물을 가리키는 명사로서의 뜻도 얻었다. 刑(형)과 벌(罰)이라는 글자 또한 같은 맥락이다. 앞의 刑(형)은 사람의 목숨을 직접 끊는 행위, 罰(벌)은 잘못 저지른 사람을 심판해 고통을 가하는 모습의 요소를 합쳐 만든 글자다. 죄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보복인..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0.攻心(공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10.攻心(공심)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8. 18:02 무후사(武侯祠) 유비와 제갈량 등 속 촉나라 영웅들을 기리는 사당이다. 제갈량의 덕을 기리는 유명한 대련(對聯)이 있어 글의 소재로 삼았다. 오늘은 유명한 중국의 대련(對聯) 하나를 적는다. 한국인들도 즐겨 찾는 중국 쓰촨(四川)의 청두(成都) 무후사(武侯祠)에 걸려 있는 글귀다. 이곳은 의 한 주인공 제갈량(諸葛亮)을 기리는 사당이다. 글은 따라서 그의 덕을 적은 내용이다. 能攻心反側自消 從古知兵非好戰(능공심반측자소종고지병비호전) 不審勢寬嚴皆誤 後來治蜀要深思(불심세관엄개오후래치촉요심사) 한문으로 적었으니 이제 풀 일이 남았다. 마음(心)을 공략(攻)할 수 있다면(能) 반발(反側)은 스스로(自) 없어..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9.분란(紛亂)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9.분란(紛亂)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7. 1. 17:54 지지난해 남산에서 찍은 깊은 가을의 은행나무. 나무는 고요코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가을 바람에 나뭇잎 무수히 떨군 은행나무가 처연했다. 이 낱말 좋아하는 사람 많지 않다. 이리저리 쪼개지고 흩어져서 어지러운 상태를 일컫는 말이니 그렇다. 우선 앞 글자 紛(분)은 실(絲)이 나뉘어져(分)있는 모양을 가리킨다. 사전을 찾아보면 옛 전쟁터의 깃발과 관련이 있다고 나온다. 군사 용도의 깃발 가장자리, 끝부분에 장식을 위해 갈라놓은 부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따라서 깃발의 술이라는 뜻이다. 바람에 흩날리기 쉬운 곳이다. 아울러 그렇게 펄럭이는 깃발의 가장자리에 붙어 더 잘게 ..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8.전쟁(戰爭)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108.전쟁(戰爭) 한자 그물로 중국어 잡기 2015. 6. 24. 16:26 전쟁 발발 벌써 65주년. 필자는 당시 전쟁의 주요 국면에서 모두 활약했던 백선엽 장군을 6년 동안 인터뷰 중이다. 1950년 1사단장 때(왼쪽), 2015년의 현재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진다. 95세의 장군에게서 듣는 전쟁의 교훈이 늘 새롭다. 오늘은 6.25전쟁이 벌어진 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김일성의 군대가 기습적으로 대한민국을 쳐들어오면서 벌어진 동족상잔의 참화를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 전쟁이 있었는지조차 잘 모르는 요즘 세대가 적지 않은 점을 보면 우리의 건망(健忘)이 참 우려스럽다. 전쟁(戰爭)의 말뜻을 모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