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89>허구(虛構)

[동아일보] 虛構는 소설이나 영화처럼 만들어진 이야기나 실제 일어난 사실이 아니라는 뜻으로 쓰인다. 자원으로 볼 때에도 虛構의 虛는 빈 공간이나 집 등을 지을 수 있는 커다란 언덕을, 構는 그 공간 속에 무엇인가를 만들어 넣는다는 뜻이다. 虛는 소전체에서 의미부인 丘와 소리부인 호(虎의 생략된 모습)로 이루어졌다. 丘는 갑골문에서 오르내림이 있는 언덕과 언덕, 즉 丘陵地(구릉지)를 그려 커다란 언덕을 뜻했으며, 虎는 입을 크게 벌리고 울부짖는 호랑이의 모습을 그린 상형자이다. 황토 평원 지역에서 언덕은 동굴 집을 짓기에 대단히 편리한 곳이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다 집을 지어 살았다. ‘설문해자’에서 ‘옛날 아홉 집마다 우물 하나를 파고, 우물 네 개마다 邑(읍)을 세웠다. 네 邑이 하나의 丘를 이루..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8>위조(僞造)

[동아일보] 僞는 人(사람 인)과 爲로 구성되었는데, 爲는 소리부도 겸한다. 爲는 갑골문에서 손(又·우)으로 코끼리(象·상)를 움직여 일을 시키는 모습을 그렸다. 이로부터 ‘일을 시키다’ 또는 ‘일을 하다’는 뜻이 생겼다. 그래서 僞는 사람(人)이 시켜서 하는(爲) 일이란 뜻으로, 자연적인 것과의 조화를 깨뜨리는 것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人爲的(인위적)인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해 왔다. 그래서 노자의 말처럼 無爲自然(무위자연), 즉 인위적인 것 없이 자연 상태로 그대로 두는 그것이 최상의 덕목이었다. 그래서 집을 지어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사는 것도 대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최고의 삶이었다. 그렇지 못한 것은 모두 인위적인 것이요, 그것은 곧 거짓이자 虛僞(허위)로 인식되었..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7>강함(剛)과 부드러움(柔)

[동아일보] 外柔內剛(외유내강)이라는 말이 있다. 겉은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은 더없이 강하다는 뜻이다. 剛은 금문에서부터 刀(칼 도)와 岡으로 구성되었는데, 岡은 소리부도 겸한다. 刀는 칼의 모습을 그렸으며 강함의 상징이다. 또 岡은 山(뫼 산)과 망(그물 망)으로 이루어졌는데 산이 그물망처럼 이어진 산맥의 ‘산등성이’를 뜻한다. 돌이 드러난 산등성이의 이미지가 ‘강인함’으로 이어지듯 岡은 ‘강함’을 뜻한다. 그래서 綱은 그물을 버티는 강한(岡) 줄((멱,사)·멱)을, 鋼은 강한(岡) 쇠(金·금) 즉 강철을 말한다. 하지만 이후 岡의 자형에서 망의 형상을 잘 분별하지 못하게 되자 다시 山을 더한 崗을 쓰기도 하였다. 그래서 崗 역시 岡과 같은 뜻이며, 다시 이로부터 ‘산비탈’이나 산등성이 같은 곳에 세워..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6>온천(溫泉)

[동아일보] 溫泉浴(온천욕)은 暴炎(폭염)에 더없이 좋은 피서법의 하나이다. 溫은 水(물 수)와 온으로 구성되었는데 온은 소리부도 겸한다. 온은 소전체에서부터 囚와 皿(그릇 명)으로 이루어졌다. 囚는 감옥(국·위)에 갇힌 죄수(人·인)의 모습을 그렸는데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皿은 원래 굽이 달린 그릇의 모습을 그렸으며 그릇(皿)은 음식을 뜻한다. 그래서 온은 ‘설문해자’의 해설처럼 죄수(囚)에게 먹을 것(皿)을 제공하는 행위, 즉 어질다(仁·인)가 원래 뜻이다. 즉 죄수에게까지 溫情(온정)을 베푸는 ‘따뜻한 마음’을 뜻한다. 이후 따뜻한(온) 물(水)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溫이 만들어졌는데 溫은 다시 따뜻한 물뿐 아니라 溫暖(온난)에서처럼 따뜻함의 일반적인 개념까지 지칭하였으며 마음 상태..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5>폭염(暴炎)

[동아일보] 暴은 소전체에서만 해도 대단히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태양(日·일)이 나온(出·출) 모습에 두 손으로(공·공) 쌀(米·미)을 말리는 형상인데, 예서체로 들면서 아랫부분의 米가 水(물 수)로 잘못 변하고 나머지 자형들이 통합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暴은 ‘볕에 곡식을 말리다’가 원래 뜻이다. 이로부터 暴露(폭로)와 같이 햇빛 아래 모든 것을 ‘드러내다’는 뜻이, 다시 暴壓(폭압)과 같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처럼 ‘강렬하다’는 뜻이 나왔다. 다만 暴惡(포악)과 같이 ‘사납다’는 뜻으로 쓰일 때에는 ‘포’로 읽히는 데 주의해야 한다. 이후 暴의 ‘햇빛에 말리다’는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日을 더한 曝이 만들어졌다. 그러자 곡식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말리는 행위를 지칭할 수 있게 되었다. 예..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4>인색(吝嗇)

[동아일보] ‘아끼고 아끼다’는 뜻의 吝嗇(인색)은 독음이 어려워 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한자어이다. 吝은 갑골문에서부터 口(입 구)와 文(무늬 문)으로 구성되었는데, 文은 소리부도 겸한다. 文은 사람의 시신에 칼집을 낸 것으로부터 무늬라는 의미가 나왔고, 획을 교차시켜 글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다시 文字(문자)라는 의미를 갖는 글자다. 그리고 화려한 무늬나 문장으로부터 ‘빛나다’는 뜻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吝은 ‘빛나는(文) 말(口)’이란 ‘아끼는’ 데서부터 나온다는 의미를 형상화한 글자로 볼 수 있다. 吝을 구성하는 文이 옛글자에서 자주 문(채색 문)으로 대체되어 쓰인 것도 이러한 추정을 입증해 준다. 嗇은 지금의 자형에서는 알아보기 힘들지만 금문에서만 해도 윗부분은 來(올 래)로 되었고 아랫부분은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3>날카로움(利)과 빼어남(秀)

[동아일보] 利는 익어 고개를 숙인 곡식의 모습을 그린 禾(벼 화)와 칼을 그린 刀(칼 도)로 구성되었지만, 갑골문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했다. 오른쪽의 刀가 쟁기의 모습으로 되었고, 그 사이로 그려진 점들은 쟁기질할 때 일어나는 흙덩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래서 利는 곡식(禾)을 심을 밭을 쟁기로 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후 쟁기가 칼(刀)로 변했다. 쟁기질은 인류가 발명한 耕作法(경작법) 중 가장 뛰어난 성과의 하나이다. 중국은 서구보다 수백 년이나 앞서 쟁기를 발명했다. 쟁기는 날이 날카로워야 적은 힘으로도 밭을 깊게 갈 수 있고, 밭을 깊게 갈아야만 좋은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利는 銳利(예리)하다는 뜻을 갖게 되었고, 예리한 쟁기 날이 많은 수확을 보장해 줄 수 있기에 利益(이익)이라..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2>윤리(倫理)

[동아일보] 倫理란 인간이 사회를 살면서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말한다. 동양과 서양, 옛날과 오늘날의 倫理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親(친), 義(의), 別(별), 序(서), 信(신)을 강조해 왔다. 즉 부모와 자식 간에는 사랑이, 임금과 신하 간에는 의리가, 부부 간에는 구별이,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차례가, 친구 간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倫은 人(사람 인)과 侖으로 구성되었는데, 侖은 소리부도 겸한다. 侖은 금문(왼쪽 그림)에서 多管(다관) 피리를 그린 약(피리 약)의 모습을 닮았는데, 윗부분은 입을, 아랫부분은 대를 엮어 놓은 모습을 그렸다. 아마도 多管으로 된 피리 같은 악기를 불 때의 條理(조리)나 순서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侖은 순서나 條理라는 ..

漢字 이야기 2021.09.15

[한자 뿌리읽기]<81>화합(和合)과 상생(相生)

[동아일보] 和合이 바로 相生의 길이다. 相生은 상대(相)를 살리는(生) 것이요, 상대가 살아 있을 때 자신도 살 수 있다. 동양사회에서 그토록 ‘和의 정신’을 강조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和는 의미부인 口(입 구)와 소리부인 禾(벼 화)로 이루어졌는데, 금문(왼쪽 그림)에서는 지금과 달리 약과 禾로 되었다. 즉 화인데, 이는 和의 옛 글자로 지금도 이름자 등에서 가끔 쓰인다. 약은 대나무 관을 여럿 연결하여 만든 피리로, 윗부분의 삼각형 모양은 피리를 부는 사람의 입(口)을, 아랫부분은 피리의 혀(舌·reed)와 대를 그렸다. 화는 소전체로 들면서 약이 口로 줄었으며 口가 왼쪽에 위치한 좌우구조였으나, 예서체로 들면서 다시 지금처럼 口가 오른쪽으로 놓이게 되었다. 그래서 和는 피리소리처럼 음악의 ‘調..

漢字 이야기 2021.09.14

[한자 뿌리읽기]<80>증오(憎惡)

[동아일보] 憎은 心과 曾으로 구성되었다. 曾은 금문에서 음식을 찌는 시루와 그 위로 피어오르는 蒸氣(증기)를 그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시루는 용기의 아래에 물을 붓고 중간에 가름대를 놓고 그 위로 찔 음식을 놓아 요리하는 기구이다. 금문의 아랫부분은 용기를, 중간부분은 가름대의 평면도를, 윗부분은 피어오르는 증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曾은 ‘시루’가 원래 뜻이다. 하지만 이후 ‘일찍이’라는 부사어로 가차되면서 원래 뜻은 瓦(기와 와)를 더한 甑(시루 증)으로 표기하였는데, 瓦를 더한 것은 질그릇으로 된 시루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시루는 지금의 모습에서도 상상되듯, 다른 솥과는 달리 여러 층으로 구성된 특징을 갖는다. 그래서 曾은 ‘층층이 겹을 이룬’이라는 의미도 갖는다. 예컨대 層..

漢字 이야기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