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1> 관리와 경영; 잘 되려면?

같은 것같기도 하면서 다를 것같기도 한 두 낱말은 어떤 뜻일까? 누가 나를 관리한다면 관리당하는 것같아 기분 나쁘지만 경영한다고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정반대의 느낌이 드는 두 낱말이지만 브랜드 관리와 브랜드 경영처럼 비슷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 관리에서 관(管)이란 가늘고 긴 대롱이다. 그 대롱으로 만든 피리를 소리가 잘 나게끔 다스리는 것이다. 리(理)란 원석의 구슬(玉)을 반짝이게 갈며 다스리는 것이다. 관리의 뜻을 가진 영어 management는 손을 뜻하는 라틴어 manus에서 왔다. 손으로 통제하는 것이 매니지먼트다. 1911년 테일러가 제안한 과학적 관리(Scientific Management)는 인간을 생산기계 부품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경영을 산업공학처럼 만든 그는 경영학의 아버지로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2> 이미지와 콘셉트 ; 잘 되려면?

둘 다 우리말처럼 된 외래어다. 무슨 일을 하든 둘 중 하나가 결정적이다. 마케팅에서 브랜드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미지 경영이라는 책도 있고 이미지 컨설턴트라는 직업도 있다. 이미지란 실체가 아니라 빛으로 감지되는 영상이다. 손으로 잡혀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나타나는 심상이다. 실제 코끼리(象)가 아니라 코끼리처럼 보이는 모양(像)이다. 속에서 드러나는 게 아니라 겉으로 느껴지는 인상이다. 어떤 사람의 첫인상이 좋으면 그 사람 이미지가 좋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사람 실체를 접하니 속이 텅텅 비었으면 첫인상은 금방 빛을 바랜다. 5분간 몇 마디 대화를 통해 그렇게 좋던 첫인상의 이미지가 구겨지는 경우도 있다. 결국 이미지는 실상과 다른 허상이기 쉽다. 프랑스의 장 보들리야르는 인위적으로..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3> 장사와 상업; 파는 수준이 다르다

두 낱말은 규모의 차이로 들리지만 같은 뜻이다. 다만 파는 수준이 다를 뿐이다. 학사 위에 석사, 석사 위에 박사, 그렇다면 박사 위는 무얼까? 장사다.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일리가 있다. 박사가 단지 이론적으로 연구하면 되는 것이지만 장사는 이 땅의 팍팍한 현실에서 온갖 것을 이리저리 부닥치며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사는 월인석보에 라는 고어로 표기되는 순우리말로 한자가 없다. 하지만 마당 장(場)에서 온 낱말임을 추정할 수 있다. 시장 마당에서 이익을 얻으려고 물건을 파는 일이 장사다. 장사(場事)를 잘하면 박사보다 높은 장사(場士)가 된다. 이론 속의 마스터나 닥터보다 상급인 시장전문가(field guru)인 장사는 연구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지런하고 머리도 좋고, 품성도 좋고,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4> 차별화와 차이화; 마케팅의 관건은?

차별과 차이의 뜻은 알기 쉬운데 속뜻을 알면 차별화를 부정하게 된다. 차별과 차이에서 차(差)란 곡물 이삭이 수직으로 늘어진 모양의 垂(수)와 왼쪽 左(좌)가 합쳐진 자로 정상적으로 옳지 않다는 뜻이다. 옳은(right) 오른(right)쪽이 아니라 버려진(left) 왼(left)쪽은 비정상이다. 여기에 별이 들어가면 그렇게 옳지 않은 비정상의 뜻은 더욱 강조된다. 별(別)을 어느 문헌도 참고하지 않고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입(口)으로 감싸고(勹) 있는 것을 칼(刂)로 쳐서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눈다는 뜻이다. 원래 그런 뜻이 아니나 그렇게 보면 그럴 듯하고 이해하기 편하다. 오른쪽이 아닌 왼쪽이 차(差)인데, 거기에 칼로 쳐 동강내어 나누어 버렸으니 왼쪽은 오른쪽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 분리된 것이 차별(..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5> 분석과 해석; 무엇부터 시작할까?

엇비슷해 보이는 두 낱말의 차이를 알면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일본 만화영화 주인공이기도 한 아톰(atom)은 하나의 물질을 더 나눌(tom) 수 없도록(a) 나누고 쪼갠 최소의 알갱이다. 바로 원자다. 물분자(H₂O)는 수소 원자와 산소 원자로 나누어진다. 이제 원자는 쿼크라는 초소립자, 힉스입자로까지 분석된다. 분석이란 양쪽이 갈라지도록(八) 칼(刀)로 나누고(分) 나무(木)를 도끼(斤)로 쪼개는(析) 일이다. 수확한 벼(禾)를 한 말 두 말(斗)씩 재는 과학(科學)은 분석을 기본수단으로 한다. 이런 엉성한 수준의 과학에서 벗어나 첨단 과학은 물질을 인 1/10억의 나노 수준으로까지 나누며 쪼갤 수 있다. 1m를 10억 분의 일까지 쪼개고 나눈다. 나노과학이다. 분석과 달리 해석..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6> 설득과 공감; 저 사람에게 끌리려면?

두 낱말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지에 관한 기본자세의 차이가 있다. 광고와 홍보는 대표적인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한다. 그러나 누가 나를 설득하려고 한다면 나는 방어막을 치게 된다. 네가 아무리 날 설득하려 해도 난 꿈쩍도 않을 것이라고 마음먹는다. 인간의 심리 기저에는 설득당 하기 싫어하는 본성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말해서(說) 상대로부터 내게 필요한 것을 얻는(得) 것이 설득이다. 설득의 뜻인 persuasion도 완전히(per) 촉구하는(suade) 것이다. 내가 상대로부터 구하려는 것을 강도 높게 촉진하는 행위가 설득이다. 설득은 결국 자기목적 지향에 자기중심적이다. 하지만 공감은 서로 함께 같이 더불어(共) 느끼는(感) 것이다. 인간은 공감에 목말라 한다. 이 세상에 설득하려는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7> 전략과 순리; 무엇대로 할까?

무슨 일을 전략적으로 하는 것과 순리적으로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략이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도 아닌데 세상은 늘 항상 언제나 싸움(戰)에서 이기기 위한 약탈의 꾀(略)로 살벌하다. 2차대전에서 전장을 누볐던 군인들이 전후 다들 비즈니스 쪽으로 들어와서인지 마케팅 책은 온통 군사용어로 서술된다. 고객은 총을 쏘아 맞추어 쓰러뜨려야 할 타깃이다. 브랜드 호감도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군인들이 충성하듯 브랜드 충성도라고 한다. 쳐들어가 무찔러 죽이는 것도 아닌데 시장공략이라 한다. 선거에서도 유권자를 무찔러 죽일 것도 아닌데 유권자 공략이다. 공략(攻略)이란 공격해 들어가 약탈하여 공략(攻掠)하는 짓이다. 무슨 일을 전략적으로 한다는 것은 전쟁에서 적을 이기기 위한 술수를 부린다는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8> 마케팅과 브랜딩; 차이가 있을까?

두 외래어는 다른 말 같기도 하고 같은 말 같기도 하다. 과연 무슨 뜻일까? 대개 마케팅이라고 하면 뭔가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패키징의 뜻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마케팅의 원래 의미는 안 그렇다. 마케팅은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키는 제품(Product)을 잘 만들어 적절한 가격(Price)을 설정하여, 시장에 잘 유통(Place)시키고, 고객들이 이 제품을 찾도록 촉진(Promotion)하는 행위다. 이 마케팅의 핵심 개념은 교환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편익을 주고 소비자는 생산자에게 자기가 받은 편익의 대가로 이익을 주는 교환이다. 그러나 www(월드와이드웹)가 생긴 1991년부터 마케팅은 대전환되었다. 이제 마케팅은 고객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고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89> 경험과 체험; 내 몸이 하는 것은?

내가 난생 처음 말을 타게 된다면 이는 경험일까? 체험일까? 경(經)이라는 한자는 부수인 실(糸)의 뜻을 살피면 여러 뜻을 이해하기 쉽다. 가로의 씨실에 대해 세로의 날실 옷감을 짜니 다스리는 경영(經營)이며, 실을 짜려면 어느 단계를 지나는 경과(經過)가 있고, 실로 꿰매어 말씀이 담긴 책을 만드니 경전(經典)이다. 이렇듯 경이란 머리를 써서 하는 것들이다. 경험(經驗)도 마찬가지. 말타는(驗)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이성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경험이다. 경험한 것들은 모아져서 귀납이라는 과학적 방법의 근거가 된다. 경험과 비슷한 체험(體驗)에는 경험처럼 이성적으로 머리를 쓰며 뭔가를 다스린다는 뜻이 없다. 단지 내 몸(體)이 말타는(驗) 것이다. 말을 탈 때는 잘 탈 수 있도록 내 이성적 의지로 다스릴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0> 인연과 관계; 무엇이 X, Y일까?

이 두 낱말이 도대체 마케팅이나 브랜드 경영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좋은 인연이 있으면 나쁜 인연도 있을 텐데 인연(因緣)은 좋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그 뜻은 심오하니 깊고도 깊숙하다. 인(因)이란 사방을 둘러싼 口 안에 사람이 大 모양으로 팔을 크게 벌리고 있으니 그렇게 하는 까닭이 있다는 뜻으로 말미암을 이유나 원인의 인이다. 연(緣)이란 돼지가 뛰는(彖) 작은(糸)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역시 말미암을 이유나 원인의 연이다. 사람이 팔을 벌리든 돼지가 뛰든 거기에는 필시 원인이 있다. 이게 있으면 저게 생기고 저게 사라지면 이것도 없다. 세상에 우연히 생기는 인과 연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다. 이런 세상 사연을 가장 먼저 깨달은 사람이 고타마 싯다르타다. 2600여 년 전 깨달음의 나무인 보리수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