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1> 명성과 평판; 입소문이 나려면?

높은 명성을 얻을까? 좋은 평판을 얻을까? 둘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 PR에 Reputation Management가 있다. 우리말로 평판관리에 가까운데 명성관리라고도 한다. 명성관리에 해당하는 Celebrity Management란 용어가 드문 탓도 있겠지만 평판관리와 명성관리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하지만 명성과 평판은 다르므로 그것을 관리하는 관점과 방법도 다를 수 밖에 없다. 명성이란 이름(名)의 소리(聲)다. 소리를 높여야 명성이 높아진다. 다른 사람보다 나의 명성을 높이려면 전략적이어야 한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무기로 사회적 공헌활동을 많이 한다고 생색을 많이 내서 언론에 될수록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2> 효율과 효과; 무엇을 생각할까?

두 낱말의 차이를 알면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근본적이며 원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효율이란 어떤 일에서 투입량과 산출량의 비율(%)을 따지는 것이다. 50을 들여 100을 만들었다면 100% 효율이지만, 200을 만들었다면 300% 효율이다. 효율이 높으면 생산성 효과가 좋다고도 한다. 생산(output)성 효과만 따질 때 효율이 높은 것이다. 효과란 어떤 일을 마치고 나타난(效) 열매(果)다. 아무리 효율이 높아도 효과는 작을 수 있다. 원어민과 소통하려고 영어공부를 하는데 적은 시간에 많은 단어를 기억한다면 그 효율은 높지만,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영어를 하지 못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효과는 꽝이다. 효과란 목적, 의도, 기대한 결과다. 우리는 무슨 일이든 효율 높이기에 앞서 무슨 효..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3> 측정과 평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무슨 일을 하고 난 후 그 일의 성과를 측정해야 할까? 평가해야 할까? 측정이란 물의 깊이를 재고(測) 수치로 정(定)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면 성과를 정확하게 재며 그 수치가 이렇다고 정하는 일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이리 하면 저리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이 과학이다. 과학화란 결과를 예측하게 하는 일이다. 광고의 과학화란 광고비용을 이렇게 투입(input)했을 때 광고효과가 저렇게 산출(output)됨을 미리 아는 것이다. 그 기준은 바로 전에 측정했던 수치다. 하지만 20세기 초에 양자물리학은 정확한 측정의 과학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측정행위가 측정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고, 측정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다. 수학도 뜻을 같이 했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4> 홍보와 피알 ;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두 낱말은 거의 비슷한 뜻으로 쓰이지만 확실하고 선명한 차이가 있다. 홍보라는 낱말은 일제 강점기에 생긴 단어로 한자 뜻 그대로 '널리(弘) 알린다(報)'는 뜻이다. 재미있는 표현이지만 피알(PR)에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린다'는 뜻은 하나도 없다. 영어 뜻 그대로 '공중관계(Public Relations)'다. 우리의 이해관계자인 공중들(Public)과 호의적 관계(Relations)를 맺는 일이다. 일방적으로 널리 알리는 일은 쉽다. 돈만 있으면 광고를 사서 하면 되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면 된다. 돈이 많을수록, 아이디어가 좋을수록 더 효율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우리를 노출시켜 대중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다. 하지만 호의적 관계를 맺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관계라는 낱말 안에는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5> 매체와 접점; 브랜딩이 다루는 것?

브랜드 경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매체 관리일까? 접점 관리일까? 매체란 중간에서 매개하는(mediate) 것(體)이다. 직접 겪거나 보고 듣지 않아도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포털 등의 매체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매체에서 다루는 말과 글(言論)인 언론기사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뉴스를 전해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언론사다. 매체사라고도 한다. 매체는 언론을 다루는 주체 관점의 용어이며, 언론은 매체가 다루는 내용 관점의 용어다. 매체사, 즉 언론사는 주로 광고 수입으로 먹고산다. 조선일보든 MBC든 네이버든 광고가 없으면 문닫아야 한다. 그러니 매체사와 광고주는 공생하는 관계다. 광고비에서 제작비보다 매체비가 훨씬 더 크므로 매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적은 비용..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6> 전문가와 전문가; 어떤 사람이 될까?

두 낱말은 정반대의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다. 둘 중에 하나가 되자. 전문가란 오로지(專) 하나의 문(門)으로만 다니는 부류의 사람(家)이다. 영어로 프로라 한다. 프로페셔널의 약자다. 프로페셔널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프로페시오(professio)는 선언하는 고백이다. I prosess! 나는 고백한다! 그래서 프로페셔널이란 전문가라기보다 고백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사람이다. 교수인 프로페서도 고백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먼저다. 고백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professional) 프로페서가 되려면 하나의 문으로만 열심히 드나들어서 될 수 있을까? 그런 전문가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엑스퍼트나 스페셜리스트다. 우리말로 쟁이 또는 꾼이다. ○○쟁이나 ××꾼은 오로지 하나만 안다. 자기가 다녔던 문 밖에 있..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7> 정말, 진짜, 완벽, 완전 ; 많이 쓰는 낱말은?

비슷하게 여겨지는 네 낱말 중 하나는 이 시대의 유행어다. 정말이란 단어는 한자인 정(正)과 순우리말인 말이 합쳐진 단어로 추정된다. 누군가가 '말'은 마알의 준말이며, 이를 마음의 알갱이라 풀이하니 재미있다. 속 마음에 가진 알갱이가 입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정말이란 바른(正) 마음의 알갱이다. 정말이야?란 그것이 속마음에 가진 알갱이냐? 아니면 그냥 겉으로 내뱉는 껍데기 말이냐는 뜻이다. 진짜라는 단어 역시 한자인 진(眞)과 순우리말인 짜가 합쳐진 단어로 추정된다. '짜'는 사람이나 것을 뜻하는 자(者)에서 유래한 것으로 짐작된다. 진짜야?란 허튼 가짜가 아니라 참된 것이냐는 뜻이다. 진짜(眞者)라면 참말로 말하는 것이다. 흠 없는(完) 구슬(璧)을 뜻하는 완벽은 사기(史記)의 완벽귀조(完璧歸趙)라..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8> 한과 한 ; 무슨 한을 쓸 것인가?

중국에서 온 한(漢)과 우리에게 있어왔던 한(韓)! 생각할 것이 많다. 중국을 영어로 차이나라 한다. 춘추전국시대를 끝낸 진시황이 세운 진(秦)에서 유래한 말이다. 진나라는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진나라보다 유방이 세운 한(漢)나라를 중국(中國)다운 중국으로 여긴다. 그들의 90% 이상은 한족(漢族)이다. 몽골족이 중국 본토에 원나라를 세우고 만주의 여진족 또한 청나라를 세웠지만 결국은 한문화에 동화되고 말았다. 문화 저력의 차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월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그들의 한자(漢字)를 받아들여 글을 쓰고 그들의 유학을 수용하고 그들을 통해 불교도 전수받았다. 하지만 삼국시대 이전부터 한반도에 삼한(馬韓, 辰韓, 弁韓)이 있었듯이 우리는 한족(韓族)이며, 나라는 한국..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99> 윈윈과 상생 ; 무엇이 문제인가?

서로 좋게 지내자며 윈윈을 상생이라고 한다. 과연 가당키나 한 낱말일까? 원래 윈윈(win-win)은 아버지 조지 부시가 대통령이던 1991년에 미국이 채택한 국방전략이었다. 1991년에 소비에트연방(USSR)이 해체되자 냉전 시대는 사라졌다. 미국의 적은 소련 만이 아니게 되었다. 이때 미국이 이라크와 북한 등 두 개의 적들과 전쟁을 벌일 경우 둘 다 이기기 위한 전쟁력 강화책이 윈윈이다. 그 뜻이 우리 한국인 입맛에 맞게 와전되었다. 만일 미국 사람에게 서로 잘 지내자며 윈윈이라는 낱말을 쓰면 어느 적들한테 윈윈하자는 것이냐며 의아해 할 것이다. 파이팅이라는 말도 마찬가지. 중국인들은 찌아유(加油), 일본인들은 간빠래(頑張れ), 미국인들은 고우훠잇(Go for it)이라 하는데 우리만 유독 파이팅이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100> 음과 성 ; 무슨 소리인가?

소리 音과 소리 聲, 두 글자를 합치면 음성(voice)이지만 나누면 복잡해진다. 어른이 말씀(聲)하시는데 못 알아 들어서 "무슨 소리세요?"라고 물으면 야단맞는다. 소리(音)란 상대방 말을 낮추는 표현이다. 일본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말에 대해 こえ(声)가 아니라 おと(音)라 한다면 욕먹는다. 언어생활에서 음과 성은 다르지만 음악과 성악에서 음은 성보다 크다. 여러 음악 중에서 목소리를 악기로 하여, 즉 성대(聲帶)를 써서 하는 음악은 성악이다. 반대로 화음과 화성에서 성은 음보다 큰 개념이다. 화음(和音)은 두 개 이상의 음들이 모여서 나는 하모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협화음도 있고 어울리지 않는 음을 쓰는 불협화음(tension chord)도 있다. 두 음들 사이의 높낮이를 재는 단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