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2> 불소와 염소 : 위험사회

할로윈과 할로젠은 뭔 연관이 있을 듯싶다. 그러나 발음만 비슷할 뿐 연관이 없는 듯하다. 어원이 서로 전혀 다른 것 같다. 할로윈(Halloween)은 11월 1일 전날 밤에 모든 성인(Hallow)들의 유령을 기리는 켈트족 축제다. 할로젠은 고대 그리스어로 염(Halos)을 만드는(gene) 화학물질이다. 불소(弗素)인 플로린(Fluorine), 염소(鹽素)인 클로린(Chlorine), 취소(臭素)인 브로민(Bromine), 옥소(沃素)인 아이오딘(Iodine)이다. 접미어가 모두 ‘ine’이다. 주기율표에서 17족에 속하는 이들 할로젠 원소들은 최외각 전자가 7개다. 전자 하나를 더 얻어 8전자가 되고파 반응하려는 녀석들이다. 원자상태에선 무색이지만 분자상태에선 고유의 색이 있다. 담황색 플로린, 황..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1> 성냥과 유황; 유황의 유행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란 노래가 있다. 실제로 인천에 성냥공장이 번창했었고 성냥공장이 있었던 동인천역 앞에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이 있다. 나 어릴 적에 성냥은 흔했다. 가령 다방 테이블 위에는 늘 성냥이 있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같은 다방에서 담배피던 시절이다. 처음 발명된 19세기 초에 성냥은 매우 신기한 혁신적 제품이었다. 부싯돌이 소용 없어지고 불씨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다. 인이 칠해져 있는 검붉은 마찰면에 성냥을 그으면 불꽃이 튄다. 그 불꽃이 황이 뭉쳐있는 성냥으로 옮겨 붙어 발화된다. 성냥의 주성분은 황이다. 유황으로도 불린다. 풀네임은 석유황(石硫黃)이다. 석유황을 빨리 발음하니 성냥이 되었다. 성냥하면 성냥불이듯이 유황하면 유황불이다. 구약성경에서 죄악의 도시였던 소돔과 고모라는 유..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0> 소디윰과 나트륨 ; 변화무쌍 소듐

국자에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고 저으면 부풀어 오른다. 청소용 베이킹 소다를 넣어도 부풀어 오를까? 실제로 해보았다. 역시나 되었다. 맛도 똑같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달고나 뽑기를 만들 때 넣는 식용 소다나 찌든 때를 닦을 때 쓰는 베이킹 소다나 똑같은 화학물질이기 때문이다. 베이킹 소다는 밀가루 반죽을 부풀리려고 제빵(Baking)때 넣는 소다다. 이 소다가 최근 청소에 대량 사용되면서 베이킹은 클리닝이라는 말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물론 청소용 베이킹 소다는 일반생활화학 제품이므로 식품 소다와 위생 정도가 다르게 생산돼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식용이나 청소용이나 모두 탄산수소나트륨(NaHCO3)이다. 알칼리성이라 제산제 등 약품으로 판매되는 소다도 마찬가지다. 나트륨-수소-탄소-산소로 이루어진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9> 핵산과 인산 ; 왜 하필 인?

다음 미네랄 중 핵산을 이루는데 반드시 필요한 원소는? ①마그네슘(Mg) ②아연(Zn) ③철(Fe) ④인(P) ⑤칼륨(K). 어렵지 않은 문제다. 정답은 ④번이다. 인(燐) 한자에 불 화(火)가 있다. 인은 그리스 어원으로 따질 때 불이 밝히는 빛(Phos)을 가져오는(phero) 것(os)이다. 영어로 포스포로스(Phosphorus)인 이유다. 연금술사들이 금을 만들려고 금과 색깔이 비슷한 누런 오줌을 끓여 졸이다 인을 발견했다는데… 인은 빛을 가져오는 원소만이 아니었다. 도대체 인이 어떻길래? 핵산이라 하면 왠지 건강에 좋은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핵산(核酸)이란 낱말 그대로 세포 핵에 들어 있는 산성물질이다. RNA와 DNA다. 요즘 일상어가 되다시피 했는데 어려운 학술용어다. RNA(Ribo..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8> 질소와 생소 ; 적절한 낱말

다음 중 인간이 살도록 만든 획기적 기술은? ①전자제품 기술 ②교통수단 기술 ③비료생산 기술 ④생명과학 기술 ⑤메타버스 기술. ①②④⑤번은 없어도 산다. 그러나 식량이 없으면 당장 죽는다. 정답은 ③번이다. 실제로 20세기초 하버·보슈 공법으로 만든 비료는 지구 가용(可容) 인구 30억 명을 넘어 너무 과할 정도로 70억 명 이상이나 먹고 살 수 있게 했다. 질소 가용(可用)을 통한 비료생산 기술은 인류역사상 가장 획기적 과학기술이었다. 도대체 질소가 뭐길래? 질소는 영어의 뜻과 한자의 뜻이 같지 않다. 영어로 니트로젠(Nitrogen)인 질소는 칠레에 많은 초석(Nitre)이 만드는(gen) 것이라는 뜻이다. 질소 원소기호가 N인 이유다. 한자로 질소(窒素)는 막히게 하는 원소라는 뜻이다. 우다가와(宇..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7> 연소와 산소 : 두 얼굴

연소(燃燒)는 무얼까? 정답은 화학혁명으로 이어졌다. 혁명 전엔 어느 물질에 있는 플로지스톤이란 성분이 타서 공기로 빠져 나가는 게 연소였다. 혁명 이후 견고했던 패러다임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어느 물질로 공기 중의 산소(酸素)가 들어오는 게 연소가 되었다. 급격한 산화(酸化) 작용이 연소다. 이 패러다임 전환의 장본인이 현대화학의 아버지인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다. 하지만 그는 산소(Oxygen)라는 단어를 잘못 지은 듯하다. 그리스어로 옥시스(oxys), 즉 신 맛 나는 산(酸)을 만드는 게 산소(Oxygen)다. 그런데 수소이온 농도인 pH(percentage of Hydrogen) 값이 7보다 낮으면 산이니 수소가 산을 만든다. 그렇다면 산소를 달리 뭐라..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6> 수소와 탄소 : 인류의 문명

인류는 수소문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수소차 수소전지 수소관련주 수소환원제철 수소경제시대 등 수소에 대한 말이 많이 들리는 중이다. 수소혁명 책도 있다. 인공태양도 수소를 융합하는 것이다. 수소는 우주 구성 원소의 90% 이상을 이룬다. 물은 수소로 되어 있으니 무궁무진한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면 화석연료가 고갈되더라도 에너지 걱정은 안해도 된다. 그러나 수소를 사용 가능 에너지로 만드는데 투입되는 비용이 산출되는 가치보다 높다면 수소문명은 요원하다. 당장 수소에너지를 사용해 수소차를 돌릴 수 있겠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다면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될 수 없다. 우주에 공짜는 없다. 그렇다면 수소에너지는 연금술이나 영구동력기관처럼 무모한 시도가 되기 쉽다. 결국 인류는 탄소 문명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5> 결합과 혼인 : 음양의 조화

세상만물은 음양의 조화다! 이런 말은 고루(固陋)하거나 고루(孤陋)한 동양철학자의 오래된 말처럼 들린다. 음양사상이 기원 전 고대 중국에서 황제내경과 주역과 같은 고전으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춘추전국 시대에 제자백가의 한 부류인 음양가는 음양설을 연구했다. 이들 음양사들은 자연현상을 음양의 원리로 설명하면서 인간사회의 길흉화복에 대해 과도하게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한 점들은 미신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음양의 조화라 하면 다분히 고루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세상만물은 음양의 조화다”는 말은 참이자 으뜸의 진리다. All things are made of atoms. 이보다 더 중요한 진리의 요체다. All things are harmony of +-! 절대로 고..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4> 수석과 암석; 가이아의 현현

기이하게 생긴 돌을 수석이라 부른다. 한자로는 어떻게 쓸까? ①물가에 있으니까 水石 ②유달리 빼어난 돌이니까 秀石 ③첫째가는 돌이니까 首石 ④닦인 돌이니까 修石 ⑤목숨있는 돌이니까 壽石. ②번이 가장 그럴 듯하지만 정답은 ⑤번이다. 누가 이름을 이리도 멋지게 지었을까? 매우 뜻깊은 훌륭한 작명이다. 그까짓 돌덩이 물질에다 생명에나 있을 목숨을 생각해서 지었다는 점에서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 대단한 철학적 성찰이 묵직하게 깔린 낱말이 수석(壽石)이다. 수석은 특별한 돌이다. 수석을 포함하는 일반적 돌은 암석(巖石)이다. 바위(rock) 암(巖)과 돌(stone) 석(石)인 암석은 어디에서 왔는가? 지구는 우주에서 왔으니 지구의 암석도 우주에서 왔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떨어져 나간 액체 불..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3> 궤도와 궤적 : 오빗 아닌 오비탈

子(자)로 불리는 남자는 성자(聖者)급 인간이다. 어린 자식을 뜻하는 자가 역설적으로 극존칭 위인을 뜻하다니! 중국사에서 관자 공자 맹자 고자 노자 장자 순자 한비자 손자 묵자 주자(朱子 周子)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한국사에선 노론 세력에 의해 송자로 추앙된 송시열 말고 또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영자 미자 옥자 춘자 명자 등 많은 ○자들도 子급 반열의 훌륭한 인간일 수 있다. 아들 자(子)를 쓰기에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이름 지어졌다고 하면 썰렁하다. 생명세계의 종자(種子) 포자(胞子)처럼 물질세계에도 탁자(卓子) 상자(箱子) 애자(礙子) 등 子가 들어간 물건들이 있다. 그런데 생명이건 물질이건 미시세계에서 자가 들어가는 건 근원적 존재들이다. 원자 양성자 중성자 전자 양자 광자 입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