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2> 원칙과 변칙 : 세상이치

어릴 적 음악시간에 배웠다. 도가 근음일 때 도-미-솔은 으뜸화음, 파-라-도는 버금딸림화음, 솔-시-레는 딸림화음이다. 세 가지 화음 모두 3화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3화음만으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다 네 개 음으로 이루어진 화음이 생겼다. 가령 도-미-솔 3화음 위에 시를 넣은 4화음이다. 도로부터 7번째 음인 시가 들어 가서 7th 코드라 부른다. 그러다 옥타브 위로 맨 아래 도로부터 9번째 음인 레, 11번째 음인 파, 13번째 음인 라를 넣었다. 긴장(tension)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니 변칙적 텐션 코드다. 음악적 색깔이 묘해졌다. 이렇듯 3화음으로부터 시작하여 근음으로부터 7번째 음을 넣은 4화음, 옥타브 위 9, 11, 13번째 음을 셋 다 넣으면 7화음 코드까..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1> 팔각정과 팔전자; 8의 법칙

왜 정자는 팔각정이 많을까? 사각정과 육각정도 있지만 팔각정이 가장 안정되어 보인다. 왜일까? ①중국인들이 8을 좋아했기에 ②예수께서 팔복을 말씀하셨기에 ③부처께서 팔정도를 세우셨기에 ④주역에 팔괘가 있기에 ⑤사각의 모퉁이를 자른 팔각이기에. 정답은 ⑤번이기 쉽다. 사각은 모난 마음이다. 가장 이상적인 원의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사각 모퉁이를 자르면 팔각이다. 그래서 정신수양 장소로서 굳이 팔각정을 지은 게 아닐까? 물론 8각 모퉁이를 깎으면 16각정이 되지만 그렇게까지 짓기는 힘들다. 그래서 여덟 개 각을 가진 팔각정이 가장 보편적으로 안정된 정자가 되었겠다. 인간세상에서 8이 안정된 숫자이듯이 원자세계에서도 그렇다.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은 후세에 남길 딱 한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30> 음소와 원소 : 태초의 둘

500만 년 전! 유인원류에서 선행인류가 분화되었을 때다. 20만 년 전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이전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났을 때다. 어떻게 소통했을까? 지역마다 소리는 달랐겠지만 Yes or No 딱 두 마디로 통했을 것같다. 음 높이로 이를 나타냈을 수 있다. 낮은 음 긍정, 높은 음 부정 식으로. 그러다 딱 두 음으로 원시 음악을 했겠다. 동물들 소리는 대개 높낮이가 다른 두 음이다. 그렇게 언어와 음악은 하나에서 갈라진 두 음으로부터 출발했다. 가장 근원적인 태초의 두 음소(音素)다. 태초의 두 음소처럼 태초에 두 원자가 생겼다. 태초점인 특이점이 대폭발한 이후다. 온도가 낮아져 날씨가 추워지면 동물들도 서로 뭉치는 법이다. 대폭발 후 1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온도가 급격히 낮아져..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9> 태초점과 특이점 ; 요상한 점

태초에 뭔 특이한 게 빵하고 크게(Big) 터졌다(Bang). 뭐가 터졌길래? 특이한 점이란다. 태초점이고 특이점이라 부르는 이유다. 도대체 무슨 점일까? 알 수 없다. 시간도 공간도 없고 밀도와 온도는 무한대이며 면적과 부피는 제로에 가까운 점이란다. 10억 분의 1인 나노(nano)보다 훨씬 더 작은 10의 마이너스 몇 승인지 인간의 수학적 머리로도 도무지 계산이 안 되는…. 아주 아주 아주 작은 뭔가라는데…. 인간이 만든 낱말로 점이라 호칭할 뿐이다. 도대체 도무지 도저히 뭐가 뭔지 모른다. 태초(The beginning)의 요 특이점(singularity)을 요상한 요상점(pecularity)이나 가장 근원적 태원자(prime atom)라 불러도 되겠다. 과학적 머리로는 세상천지 우주가 처음에 빵..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8> 태초와 최초 ; 위대한 발견

이 세상은 태초에 어떻게 생겨났을까? 바쁜 세상에 쓰잘 데 없는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그야말로 집요하게 파고 드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의 무늬를 연구하는 천문학자(astronomer)와 천체의 물적 이치를 연구하는 천체물리학자(astrophysicist)다. 물리우주론자(physicical cosmologist)로도 불린다. 나는 그들과 딱 한 달 정도 지내면서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무지막지한 걸 연구하는지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지구가 중심인 천동설이니 태양이 중심인 지동설이니 하는 논쟁은 기원 전부터 있었다. 이 분야에서도 고대 그리스의 지성력은 역시 놀랄 만하다. Incredible! 아리스타르코스(BC 310~240)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와 프톨..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7> 소수와 소수; 궁극의 수

소수(素數)는 소수(小數)보다 소수(少數)다. 2 3 5 7 11 13 17…로 이어지는 소수는 무한하겠지만 드러난 소수는 유한하다. 가장 큰 소수로 발견된 50번째 메르센 소수는 2를 77,232,917번 거듭제곱한 다음에 1을 뺀 수다. 물론 51번째 이후 소수도 찾겠지만 아직 알려진 소수는 유한하다. 하지만 0과 1 사이에는 무한한 소수들이 있다. 그래서 소수(prime number)는 0.1과 같은 소수보다 적은 소수다. 이 글의 주제는 소수다. 원소(元素) 소(素)를 쓰는 소수(素數)다. 원소수, 즉 수의 원소인 소수는 간단치 않다. 7대 수학 난제들 중 소수와 관련된 리만 가설은 가장 난해하기로 악명높다. 악마적 속성을 가졌지만 천재 악마에게도 난공불락이란다. 증명불가한 치명적 독배란다. 세상..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6> 허수와 암수 :만들어진 수

음양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은 서양보다 음수를 먼저 인식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00여년 전 밖에 안된다. 서양인들은 1000여년 전에서야 음수를 인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수는 늘 이상한 수였다. 음수가 정상적 수로 인정받은 건 약 400여년 전부터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도 음수는 아직까지 요상한 수다. 어떻게 음수×음수가 양수일까? 가령 빚인 부채를 음수로 본다고 하자. 한 사람한테 1만 원 빌리고 다른 사람에게 1만 원 빌릴 때 둘을 더하면 2만원의 부채가 되는데 둘을 곱하면 1만원의 재산이 되니 말이 되나? 이렇게나 말이 안되니 음수는 인식되긴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음수끼리 나누어도 양수, 음수끼리 곱해도 양수가 되는 걸 납득할 수 있는가? 필자 능력껏 최대한 쉽게 증명하련다. -1×-..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5> 초한과 초월 ; 초월적 무언가

다음 유형의 수들 중 가장 숫자가 많은 수는? ①자연수 ②정수 ③유리수 ④무리수 ⑤초월수. 1에서부터 무한대로 이어지는 자연수일까? 제로(0) 전 음수까지 포함한 정수일까? 정수 비율을 분수로 조밀하게 나타내는 유비(有比)수인 유리수일까? 무한 소수(小數) 1.414…인 √2나 1.618…인 황금비 φ 등 무리수일까? 원주율 파이(π) 3.141…이나 자연상수 e 2.718…과 같은 초월(超越)수일까? 무한집합론에 의한 수학적 증명에 따르면 정답은 ④다. 무리수가 포함된 실수는 2를 자연수 총갯수로 거듭제곱한 수 만큼 무지하게 많다. 두 번째 문제가 주어졌다. 무리수 중에서 초월수는 그냥 무리수보다 적다(○ ×). 초월수는 원주율이나 자연상수처럼 특수한 무리수이기에 맞다고 생각해서 ○를 찍었다면 틀렸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4> 무한과 초한 ; 한계를 넘어

1 2 3 4 5 6…으로 이어지는 자연수와 짝수, 또는 홀수 중 무엇이 더 많을까? 당연히 자연수가 짝수나 홀수보다 두 배 많다. 틀렸다. 자연수의 개수와 0을 비롯해 -1 -2 -3…. 음수까지 포함한 정수 중 무엇이 더 많을까? 정수가 자연수보다 두 배 더 많다. 또 틀렸다. 자연수와 1/2 2/3 3/4….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유리수 중 무엇이 더 많을까? 유리수가 더 많다. 또또 틀렸다. 1부터 무한대로 이어지는 자연수와 0과 1사이의 무리수 중 무엇이 더 많을까? 자연수가 더 많다. 또또또 틀렸다. 네 번 연속 틀렸으니 돌겠다. 실제로 이렇게 틀렸음을 증명하며 당시 수학자들마저 완전 꼭지돌게 만든 장본인이 칸토어(Georg Cantor 1845~1918)다. 그는 무한히 이어지는 수라 하더..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23> 최다수와 최대수 ; 그레이엄수

어느 수학자는 첫째 날에 쌀 한 톨, 둘째 날에 두 톨, 셋째 날에 네 톨, 넷째 날에 여덟 톨…. 이런 식으로 100일 동안 달라고 했다지. 쌀 한 톨이 많아 봐야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리 주겠다고 했다지. 100일째 되면 몇 톨을 주어야 할까? 2의 100승이다. 2를 100번 곱하면 126,7650,6002,2822,9401,4967,0320,5376이다. 126양7650자6002해2822경9401조4967억0320만5367톨이다. 쌀 한 톨을 대충 1원으로 칠 때 126양원은 얼마일까? 세계 인구 70억 명이 모두 70억 원 부자라도 총액은 4900경 원밖에 안된다. 그 두 배 정도인 1해, 1해의 만 배인 1자, 1자의 만 배인 1양, 그 126배인 126양원과 비교하면 티끌이다. 이렇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