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2> 오가네슘과 오가네손 ; 알 수 없는

액체 금속인 원자번호 80번 수은(Hg) 원자핵에서 양성자 하나를 떼어 내면 원자번호 79번인 금(Au)이다. 어떻게 양성자 한 개 차이로 수은이 되거나 금이 되는가? 필자의 짧은 지식으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양성자가 80여 개나 되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양성자 한 개 차이로 부분적 전자배치 만이 아니라 전반적 전자구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겠다. 원자의 세계에도 나비효과가 작용하는가? 그래서 아주 작은 차이로 은백색 액체금속인 수은이 되고, 황금빛 찬란한 금이 되는가? 양성자 80개 수준에서도 그러한데 100개 정도가 되면 도무지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그다지도 혼란한 원소를 기어코 만들어 냈다. 원소를 만들어 내다니! 호모 데우스로 불릴 만한 경이적인 호모 사피엔스다. 일..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1> 우라늄과 우라실 ; 신적 인간

자연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는? 우라늄이다. 원소가 무거우니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많다. 원자번호 92번 우라늄엔 92개의 양성자가 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같은 전하를 가지면 서로 밀어내는 법이다. 그런데 어찌 같은 양(+) 전하를 가진 핵자 92개가 원자핵 안에 똘똘 뭉쳐 있을 수 있는가? 전자기력보다 훨씬 큰 힘으로 묶여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양성자들끼리 중성자와 함께 뭉치게 하는 힘이 원자핵 안에서만 작용하는 강한 핵력인 강력이다. 원자핵 안에서만 작용하는 약한 핵력은 약력이다. 강력이 양성자와 중성자들끼리 결집하는 힘이라면 약력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붕괴하는 힘이다. 모든 원소들은 반감기(半減期)를 가지며 붕괴한다. 가장 큰 원소인 우라늄도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50> 흰금과 백금 ; 플래티늄

한 방에 몇 명의 학생이 있으면 차분한 강의를 할 수 있을까? 최대 몇 명까지가 적정선일까? 강의를 주업으로 하는 필자의 체험과 경험에 따르면 20명인 것 같다. 20명 이내의 스몰 클래스에선 수강생 한 명 한 명 모두의 눈을 맞추며 강의할 수 있다. 20명이 넘어가면 그리 하기 힘들어진다. 30명, 40명으로 갈수록 더욱 힘들다. 50명이 넘어가면 굉장히 힘들고 100명 가까이 되면 강연 아닌 강의는 불가능하다. 원자의 세계가 딱 그러하다. 원자핵 주변 전자가 20개 이내면 차분한 전형(典型)원소(Typical elements)다. 전자 갯수와 일치하는 원자번호 20번까지 원소들은 그야말로 전형적 원소들이다. 옥텟(Octet)이라는 8전자 원칙이 딱 들어 맞는다. 전자들이 s 오비탈, p 오비탈에 차곡..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9> 실리콘과 실리콘 : 음양조화

다음 원소들 공통점은? Hydrogen Boron Carbon Nitrogen Oxygen Fluorine Silicon Chlorine Arsenic Bromine Iodine. 우리말로 번역할 때 소(素)로 끝난다. 수소(H) 붕소(B) 탄소(C) 질소(N) 산소(O) 불소(F) 규소(Si) 염소(Cl) 비소(As) 취소(Br) 옥소(I). 수소를 빼면 1~12족에서 소로 끝나는 원소는 없다. 18족에도 없다. 13~17족 사이 비금속 원소들에 있다. 최외각 -전자가 3개 이상이며 원자 반지름이 짧아 +원자핵으로부터 받는 인력이 강한 2주기 원소에 5개나 있다. 3~5주기까지 밑으로 내려갈수록 소로 끝나는 원소는 적어지며 금속원소들이 많아진다. 6~7주기 원소들은 모두 금속이라 소로 끝나는 원소들이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8> 금 은 동 ; 전자배치

성씨 김으로도 불리는 金을 금으로 발음한다. 그 연유는 한자 윗부분에 있을 수 있다. 지금(now)을 뜻하는 금(今)의 글자 모양이 변한 부분이다. 이 한자의 의미가 금(gold)인 이유는 아랫부분에 있다. 토(土) 글자 안에 좌우로 점이 두 개 있다. 금 등의 광물이 흙 안에 점처럼 박혀 있어 그리 쓴 게 아닐까? 금속의 왕인 금은 다른 금속들을 거느리고 있다. 중국어 주기율표에선 액체금속인 수은(水銀)을 홍(汞)이라 쓰는 걸 제외하곤 94개 원소명 한자 왼쪽에 여지없이 금(金)이 있다. 초신성 대폭발 때 생겨 지구에 박힌 금은 인간이 가장 탐닉하는 탐스러운 물질이다. 전 세계 금을 하나로 모으면 올림픽 수영장 서너 개 채울 분량밖에 안 된다니 희귀한 존재다. 철처럼 산화 부식되지 않아 늘 영롱한 황금..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7> 철강과 철분 ; 아이러니

쇠를 철(鐵)이나 강(鋼)이라 부른다. 철(Iron)은 원소 상태의 철(Fe)이다. 강(Steel)은 철에 탄소가 들어간 합금이다. 인간은 철을 제조할 수 없다. 태양처럼 조그만 별에서도 제조되지 못한다. 태양보다 큰 초거성 중심부에서 이미 형성되었던 가벼운 원소들의 핵융합으로 생성된다. 인간은 산화된 철인 철광석 등을 녹인 후 탄소함량을 조절하여 단단한 강을 만들 수 있다. 무쇠로 불리는 선철(銑鐵)이나 주철(鑄鐵)은 탄소함량이 높다. 순철(純鐵)이나 연철(軟鐵)은 탄소함량이 낮다. 탄소가 0.035~1.7% 정도 함유된 탄소강이 강철이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제철(製鐵)보다 제강(製鋼)이 적합한 낱말이다. 철강이란 철과 강이 아니라 철을 주로 하는 강이다. 그러니 제철 회사는 아이언 컴퍼니가 아니라..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6>셀레늄과 센트륨 ; 적당의 철학

망간(Manganese) 철(Iron) 코발트(Cobalt) 니켈(Nickel) 구리(Copper) 아연(Zinc) 은(Silver) 텅스텐(Tungsten) 금(Gold) 수은(Mercury) 주석(Tin) 납(Lead) 안티몬(Antimony) 비스무트(Bismuth). 이 원소들의 공통점은? 금속이면서 영어 원소명이 금속을 뜻하는 um이나 ium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철은 라틴어로 페럼(Ferrum)이므로 원소기호는 Fe이지만 영어로 아이언(Iron)으로 불린다. 아연은 라틴어로 징쿰(Zincum)이지만 접미어 um을 생략해 영어화된 낱말인 징크(Zinc)라 불린다. 이렇듯 um이나 ium으로 끝나지 않는 이들 14개 금속 원소를 제외하고 주기율표상 118개 원소들의 3분의 2 이상인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5>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 먼 짝꿍

우리 몸에 마그네슘이 결핍되면 안면 떨림 증상이 온단다. 마그네슘은 인체 필수 무기질(Mineral)이다. 그런데 알루미늄 결핍이란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알루미늄 중독으로 뇌 인지장애 등 심각한 병을 일으킨다고 들었다. 결국 알루미늄은 인체 불필요 유해물이다. 왜 뭐가 어떻게 무기질과 유해물의 차이를 만드는 걸까? 마그네슘(Magnesium)과 알루미늄(Aluminium)은 이름 끝에 ‘ium’이 붙으니 모두 금속이다. 중국어로도 마그네슘을 鎂, 알루미늄을 鋁라고 쓴다. 한자 왼쪽에 붙은 金은 금속을 뜻하는 부수이므로 둘 다 금속임에 틀림없다. 색깔도 은백색으로 같다. 그러나 둘은 서로 다르다. 마그네슘은 우리 몸에 필요한 무기질이고, 알루미늄은 필요 없는 유해물이다. 그런데 마그네슘 원자와 알..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4> 리튬과 인듐 ; 희토류 금속

21세기는 10년 먼저 왔다. 팝 음악에서도 1991년에 나온 너바나의 ‘Never Mind’ 앨범은 주류에 저항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 앨범에 ‘리튬(Lithium)’이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에 리튬이란 말은 안 나온다. 정신질환자 넋두리 같은 외침만 나온다. 이 노래를 만든 코베인(Kurt Cobain·1967~1994)이 리튬 함유 약물을 복용해서 그런 제목이 나온 것 같다. 기분이 흥분되며 들뜨는 조현증과 위축되며 가라앉는 우울증이 번갈아 극과 극으로 왔다 갔다 하는 양극성 정신장애인 조울증(躁鬱症)에 왜 하필 리튬이 들어간 약물이 쓰일까? 그 정확한 약리작용은 미스터리하지만 리튬이라는 원소의 속성을 알면 얼추 짐작 가능하다. 수소와 헬륨 다음으로 원자번호 3번인 리튬은 가장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43> 칼륨과 칼슘 ; 경금속 미네랄

공상과학 영화에 가끔 생소한 이름의 금속이 등장한다. 아다만튬 비브라늄 언옵테늄이 그렇다. 가상의 금속들이다. 이 중 아바타라는 영화에 나오는 언옵테늄(Un-obtainium)이 가장 인상적이다. 얻지(obtain) 못할(Un) 금속(ium)이란 뜻이다. 아바타는 탐욕적 인간이 얻을 수 없는 금속을 억지로 얻으려고 전쟁을 일으켜 결국 박살난다는 내용의 생태주의 영화다. 인간은 그렇게나 얻을 수 없는 금속을 얻으려고 혈안이 될 정도로 금속을 추구한다. 이렇듯 인간이 좋아하는 금속일 것 같지 않은데 모두 금속인 원소들이 있다. 칼로 잘리는 무른 금속들이다. 원소주기율표에서 1족과 2족이다. 원자번호 1번으로 1족의 1st이자 우주 태초의 원소인 수소(Hydrogen)는 예외다. 1족에 리튬(Lithiu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