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동면 못하는 곰

[이규태 코너] 동면 못하는 곰 조선일보 입력 2002.01.07 19:42 인도 벵골 오지에서 늑대가 기른 아이 둘을 주워다 카미라와 아미라라 이름을 지어주고 사람으로 되돌리는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실패하고 만다. 이 야생아들은 네 발로 기고 먹이에 입을 대고 먹었으며, 비바람이 불면 뛰어나가 울부짖곤 했다. 중국문헌 '산해경 '에 보면 사람모양을 한 수인(獸人)이 많이 등장한다. 활리(猾裏)주압(朱壓)장우(長右)등은 생김새나 행동으로 미루어 사람이 짐승으로 된 것이 완연한데도, 인간세계로 되돌아오는 것을 거부했다. 18년 전 중국 후난성 산중에 수인이 나타났다하여 1만위안의 현상금을 걸기도 했는데, 짐승이 기른 사람 아이일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정조 때 백두산중에 온몸에 털이 난 모녀(毛女)가 살았는..

이규태 코너 2022.11.29

[이규태 코너] 돼지의 오장육부

[이규태 코너] 돼지의 오장육부 조선일보 입력 2002.01.08 20:12 남태평양에서 젖이 분 어머니가 방목하는 새끼돼지를 끌어안고 젖을 먹이는 광경이 보도된 적이 있다. 동물학자 슈테그만은 독일의 북부지방에서도 돼지에게 사람 젖을 먹여 기르는 사례를 보고했다. 중세 유럽의 귀족사회에는 인유만을 먹여 기른 돼지고기 요리가 있었다. 집안에서 기르는 짐승이 적지 않은데, 하필이면 돼지만 사람 젖을 먹고 또 먹인 것은 사람과 돼지의 내장 조직 구조에 유사성이나 친화력이 강한 때문일 것이다. 왜 돼지머리를 차려놓고 고사를 지내는가도 사람과 돼지 사이의 생체구조에 반발하는 거부구조가 극소화돼 있기 때문이라는 종교학자의 학설도 있다. 돼지 뒷다리에는 마치 북두칠성(北斗七星)처럼 흑점이 일곱 개 나있다고 우리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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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유길준 박물관

[이규태 코너] 유길준 박물관 조선일보 입력 2002.01.09 20:14 마녀재판으로 유명하고 「주홍글씨」의 작가 호손이 살았던 미국 보스턴 인근 세일럼에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 유길준(兪吉濬)이 입었던 한복이 전시돼 있다 해서 찾아간 것은 20여년 전 일이다. 피바디 박물관의 한쪽에 사모관대를 입힌 마네킹의 손가락 사이에 최경석이란 이름이 쓰인 조선 종이봉투가 끼여있었다. 최경석은 한·미조약 후 특명대사 민영익을 따라 유길준과 더불어 미국에 갔던 사절단원으로 주로 농사견문을 하고 돌아갈 때 개량 종자를 많이 얻어갔던 분이다. 이 박물관에서 유학했던 유길준이 그의 유물을 모조리 기증한 것으로 유물수집이 시작된 것은 사실이나 전시돼 있던 사모관대는 유길준의 것이 아니라 그후 박물관측에서 수집한 것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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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대졸주부의 방화

[이규태 코너] 대졸주부의 방화 조선일보 입력 2002.01.10 20:41 어릴적 동네 아이와 놀다가 싸우면 지나가던 어른이 뜯어말리고 길에 버려진 새끼토막이나 짚신 짝을 주어오라 시켰던 기억이 난다. 이 지푸라기를 쏘시개로 하여 불을 피우고 싸운 두 아이에게 그 불을 쬐도록 시켰던 것이다. 전래된 작은 화해의식인 것이다. 못마땅하거나 언짢거나 성이 나거나 샘이 나거나 몹시 그립거나하는 비정상적인 마음의 발동을 화라 한다. 화낸다, 화풀이 한다, 화가 치민다는 화가 마음의 불인 화(火)에서 비롯된 말이고 보면 이 작은 화해의식은 이화제화(以火制火)ㅡ 불로써 불을 끈다는 것이 된다. 톨스토이의 '크로이첼 소나타'에 질투에 불 타올라 아내를 죽인 주인공이 격정을 가눌 길이 없을 때마다 종이 나부랭이를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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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대졸주부의 방화

[이규태 코너] 대졸주부의 방화 조선일보 입력 2002.01.10 20:41 어릴적 동네 아이와 놀다가 싸우면 지나가던 어른이 뜯어말리고 길에 버려진 새끼토막이나 짚신 짝을 주어오라 시켰던 기억이 난다. 이 지푸라기를 쏘시개로 하여 불을 피우고 싸운 두 아이에게 그 불을 쬐도록 시켰던 것이다. 전래된 작은 화해의식인 것이다. 못마땅하거나 언짢거나 성이 나거나 샘이 나거나 몹시 그립거나하는 비정상적인 마음의 발동을 화라 한다. 화낸다, 화풀이 한다, 화가 치민다는 화가 마음의 불인 화(火)에서 비롯된 말이고 보면 이 작은 화해의식은 이화제화(以火制火)ㅡ 불로써 불을 끈다는 것이 된다. 톨스토이의 '크로이첼 소나타'에 질투에 불 타올라 아내를 죽인 주인공이 격정을 가눌 길이 없을 때마다 종이 나부랭이를 찢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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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어린이 反戰전람회

[이규태 코너] 어린이 反戰전람회 조선일보 입력 2002.01.11 20:06 주(周)나라 문왕(文王)은 변방 곳곳에 무력증강보다 평화촌을 만들어 이웃나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놀게 했다. 휴머니즘 완충지대를 만든 것이다. 「부드러움으로 억센 것을 막는다(以柔制剛)」는 스승 죽자(粥子)의 권고를 받아들여 평화를 유지시킨 것이다. 파죽지세로 이탈리아 반도를 남하하던 프랑스의 샤를르8세가 해어진 누더기옷을 입고 길바닥에 쓰러진 한 소녀의 애원을 듣고 총부리를 돌리게 했던 이야기는 유명하다. 「독재자 히틀러가 역사에 미치는 힘보다 소녀 안네 프랑크가 미치는 힘이 한결 크고, 보다 유구하다」고 말한 것은 알베르 카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의 주제가 되기도 했던 유고의 드리나강의 다리는 고대에는 로마와 게르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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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動大門」

[이규태 코너]「動大門」 조선일보 입력 2002.01.13 19:02 보물 1호인 서울 동대문(興仁之門)은 예부터 동대문(動大門)이란 별칭이 있었다. 아치형 석축 위에 세워진 다락이 본래부터 곧게 세워진 것이 아니라 동쪽으로 기울게 지어졌다는 것이다. 동쪽 하늘 위에 계시는 천제(天帝)에게 머리를 빳빳이 세울 수 없다는 경천(敬天)의 건축철학 때문이었다는 설이 있다. 다만 여름에는 다락 목재의 팽창으로 바로 서고, 겨울에는 수축으로 기운다 하여 동대문(動大門)인 것이다. 이처럼 움직이는 동대문은 1980년 장기간에 걸친 측정으로 확인되었다. 한말 미국인들이 발행했던 잡지 'The Korea Review' 1901년 1월호에 보면 동대문이 동쪽으로 기우는 것을 견제하고자 길이 1마일 반이나 되는 굵은 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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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일본의 장보고비(張保皐碑)

[이규태 코너] 일본의 장보고비(張保皐碑) 조선일보 입력 2002.01.14 20:46 신라 영웅 장보고(張保皐)의 기념비가 불교국가 일본의 3대 사찰 가운데 하나인 엔랴쿠지(延曆寺)산문 앞에 엊그제 제막되었다. 이 절은 일본의 고승 엔닝(圓仁)이 삭발 득도하고 중흥시킨 대찰로, 지난번 일본 아키히토왕(明仁王)이 일본 왕족에 백제의 피가 흘러 들었다고 언급한 바로 그 간무왕(桓武王)이 절을 중흥할 때 시주를 하고, 또 그 임금상(像)을 받들어 모신 절이기도 하다. 그 엔닝과 장보고와의 연분은 이렇다. 엔닝이 임금의 칙명을 받고 당나라 불사를 순력(巡歷)하러 바다를 건널 때 황해 앞바다에서 역풍을 만나 표류하기 시작했다. 엔닝이 부처님의 가호를 기도하는데 붉은 옷을 입고 하얀 날개를 단 신령이 나타나 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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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템플 스테이

[이규태 코너] 템플 스테이 조선일보 입력 2002.01.15 20:04 월드컵 기간 동안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불교체험을 시키기로 한 조계종에서 40일 동안 50개 사찰에서 10만명을 수용할 템플 스테이를 준비하고 있다 한다. 장경(藏經)찍어보기, 녹차 만들기도 있지만 좌선이 주가 될 것이요, 외국인도 그 무엇보다 선 체험에 매력을 느낄 것이다. 미국을 비롯, 유럽에 요가, 좌선, TM 같은 명상수도 풍조가 일고 있는 것에 부합이 되기 때문이다. 보스턴에서 동양회귀(東洋回歸)) 운동을 한다는 정신 의학자 알제르 박사를 소개받아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의 진료실에는 미륵보살 반가상 같은 불상이 놓여 있었다. 그 불상을 진료실에 놓아둔 이유를 물었다. 의학의 발달로 불치병이 없어져가는데, 그 반동으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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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채식 바람

[이규태 코너] 채식 바람 조선일보 입력 2002.01.16 20:11 중국에 「답파채원(踏破菜園)」이란 말이 있다. 채소밭을 짓밟아 부순다는 뜻인데 융숭한 음식대접을 받아 뱃속이 놀랐다는 치사말이다. 채식만하던 사람이 어느 날 양고기를 배불리 먹었더니 꿈에 오장(五臟)의 신이 나타나 양이 「채소밭을 짓밟고 있다(羊踏破菜園)」 해서 비롯된 말이다. 심청이 공양미 삼백석에 팔려 떠나가던 날 영문 모르는 찬이 건 밥상을 받은 심봉사가 「허 기름진 것 들어가면 배를 다치느라」고 한 말과 피장파장이다. 고기가 들어가면 배를 다친다는 발상은 바로 오장육부의 구조가 풀로 돼 있는 채식민족이라는 존재증명인 것이다. 한민족이 세상에서 가장 채식문화가 발달한 채식민족임은 소장(小腸)이 여느 다른 민족의 평균보다 두드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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