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회초리

[이규태 코너] 회초리 조선일보 입력 2002.05.14 18:48 사나운 짐승이나 새일수록 자랄 때 어미로부터 고된 아픔과 고난과 자조의 시련을 받는다. 어미 사자는 새끼 사자를 열길 벼랑 아래로 짐짓 밀어뜨리고 매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 깃에서 뛰어오르지 않으면 받아먹을 수 없게 하여 높은 나무 아래로 떨어지게 하여 상처를 입힌다. 이를 낙상매(落傷鷹)라 하여 여느 매보다 사나워 사냥매로써 값을 세 곱절 비싸게 쳤다. 곧 훌륭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한 어미의 새끼에 대한 매질이랄 수 있다. 고대 희랍 스파르타의 축제일로 「회초리 치는 날」이 있었다. 키케로가 써남긴 것을 보면 선택받은 소년들이 여신상의 발에 손을 얹고 회초리를 맞는데, 보다 오랫동안 보다 가혹한 회초리일수록 환호를 받는다 했다. 일..

이규태 코너 2022.11.25

[이규태 코너] 回婚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回婚 입력 2002.05.15 17:26:14 LG그룹 구본무 총수의 어버이 구자경씨 내외의 회혼례(回婚禮)가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요즈음은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선물을 하거나 외식으로 기념하지만 옛날에는 결혼 60년이 되고 양주가 모두 살아 있어야 경사라 하여 크게 잔치를 베풀었으니 이를 회혼(回婚)이라 했다. 유럽에서도 결혼 기념일은 생일 못지않은 잔칫날이 돼 왔는데 영국의 경우 5주년에 목혼식(木婚式), 15주에 동혼식(銅婚式), 25주에 은혼식(銀婚式), 50주에 금혼식(金婚式), 그리고 60년이 돼야 금강혼식(金剛婚式)으로 축하했다. 미국에서는 금강혼식을 결혼 75주로 연장하고 있다. 산업화하면서 실속을 챙기려는 상혼(商魂)이 끼어들어 12년 만에 피혼식(..

이규태 코너 2022.11.25

[이규태 코너] 여자의 성희롱

[이규태 코너] 여자의 성희롱 조선일보 입력 2002.05.16 18:55 원숭이들은 털을 만져주고 벼룩을 잡아주는 것이 성희롱이요, 구애행위라던데 야생 원숭이 관찰 보고에 의하면 수작부리는 것이 암컷이요, 도망치는 것이 수컷일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이론의 원주민은 남녀가 얼려놀면서 여자가 맘에 든 남자에게 접근, 엉덩이를 쳐 구애하는 풍습이 있었다던데 이 역시 여자의 남성에의 성희롱이었다 할 수 있다. 고대 일본에도 여자가 남자의 허리를 안고 허리띠 두르는 것으로 짝짓는 풍습이 「만요슈(萬葉集)」에 나온다 한다. 요즈음 관광상품으로 발 마사지가 유행인데 이는 희랍 로마시대부터 귀족여성들의 성감대 자극행위로 전통이 유구하다. 계집 종으로 하여금 발바닥을 간지럽히게 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러시아의 안나 여..

이규태 코너 2022.11.25

[이규태 코너] 사이버 文身

[이규태 코너] 사이버 文身 조선일보 입력 2002.05.17 20:04 개개인의 모든 신상이나 정보, 병력(病歷) 등을 담은 쌀알만한 컴퓨터 칩을 팔의 피부에 이식시켜 지구상 어디서든지 판독기로 읽을 수 있는 벨리칩이 개발돼 미국에서 시술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객지에서 병이 나더라도 당장에 병력을 알 수있어 치료에 효과를 얻는 등 좁아지고 바빠지는 지구촌에서 필요한 개인정보 탐지 기술로 장점도 없지 않으나 단점이 오히려 보다 많을 것 같은 판도라의 상자 같은 것이다. 유태인을 식별코자 노란 표지를 가슴에 달게 하고, 함부르크에서 창녀에게 노란 스카프를 씌운 것이며, 한국에서 백정 저고리 끝에 검은 천을 달게 하는 등 차별화의 역사는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았다. 기득권을 지키고 순수성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이규태 코너 2022.11.25

[이규태 코너] 美白 화장품

[이규태 코너] 美白 화장품 조선일보 입력 2002.05.19 19:12 밤에만 피는 분꽃은 뒤란 돌담밑이나 장독대가 가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렀다. 그 씨앗을 갈면 가루분이 되고 그 꽃분을 바르면 얼굴이 달빛같은 은은한 기운이 돈다는 전통 미백(美白) 화장품이다. 얼굴을 곱게 보이려는 행위는 양가에서 할 짓이 아니라는 체면 때문에 숨어서 기른다기도 하고, 중국사신이 오면 얼굴 희어진다는 조선 꽃분이 뇌물로써 선호되어 그 수탈을 피해 숨겨서 기른다고도 했다. 분꽃을 둔 이런 민요가 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월궁항아(月宮姮娥) 노던 달아 /밝게 밝게 비추어서 /분꽃속에 스며들어 /항아처럼 하얀 얼굴 /우리 님이 반기게끔.」 밤에만 피어 달의 몽환적인 기운을 흡인해 두었다가 그 기운을 여인의 얼굴에..

이규태 코너 2022.11.25

[이규태 코너] 새문안 대궐

[이규태 코너] 새문안 대궐 조선일보 입력 2002.05.20 19:11 경희궁(慶熙宮)의 중심부기 복원되어 오늘 공개된다. 새문 안에 있기에 새문안 대궐이라고도 하는데 그 새문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한양 사대문 가운데 하나인 서대문은 태종 때까지 서전문(西箭門)이라 하여 경희궁 안쪽 옛 서울고등학교 본관 서편에 있었던 것을 보다 남쪽으로 옮겨 돈의문(敦義門)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하여 이 돈의문을 새로 지었다 하여 새문(新門)이라 불렀고, 서전문도 틀어막았다 해서 새문(塞門)이라 불렀다. 그래서 서대문 안을 새문안이라 불러왔는데 한문표기를 하면서 신문로(新門路)라는 지명이 생겨나 지금도 그렇게 쓰이고 있지만 문헌에 보면 새문동(塞門洞)·경희궁도 새문동궁(塞門洞宮)으로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이규태 코너 2022.11.24

[이규태 코너] 참새

[이규태 코너] 참새 조선일보 입력 2002.05.21 19:22 참나무·참깨·참외ㅡ하듯이 참자가 붙은 것은 상대적으로 사람에게 보다 가깝고 유익할 때 붙이는 접두사다. 그렇다면 참새는 새 가운데 사람에게 친근하고 유익하다 해서 얻은 이름일 것이다. 야생의 새 가운데 집뜰이나 마루에까지 날아오는 새는 참새뿐이며 그래서 손님새란 뜻인 빈작(賓雀)이라고도 했고 방문 안으로 들어오면 잡아서 안 된다는 금기마저 있다. 제주도 무속신화에서 처녀가 애 배고 쫓겨나 받는 벌로 벼 두 동이를 손으로 까도록 시킨 대목이며 고전소설에 계모가 본처 딸 구박시키는 수단으로 벼 방아찧게 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이 때 참새떼가 날아와 모조리 까 주고 일제히 날아 껍질을 날려 주고 간다. 참새는 이렇게 약자를 돕고 서민 편에 ..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이규태 코너] 친인척 관리특별법 조선일보 입력 2002.05.22 19:16 대통령의 아들이 검거당하고 친인척 비리를 막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요즈음 임금님의 자제나 친인척의 권력형 비리를 조상들이 어떻게 대처해왔는가 알아보는 것도 무위하지 않을 것 같다. 첫째, 왕자나 친인척이 월권과 비리로 접근했을 때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경우다. 왕자 사부 민백형(閔伯亨)이 벼슬을 얻어 나갈 때 왕자가 그 스승이 기른 매화를 욕심내 「임금님에게 바치려 한다」고 했다. 이에 임금님 곁에 있으면 누가 바친 것인가가 소문나고 임금의 총애를 얻기 위한 농간으로 소문날 것이 뻔하다며 거절했다. 사육신인 하위지(河緯地)는 「역대병요」를 편찬한 공으로 수양대군이 벼슬을 올려주자 월권이요 저의가 있다 하여..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조선일보 입력 2002.05.23 20:23 고대 희랍의 반체제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정통 철학자 플라톤과는 앙숙이었다. 빈 통속에 살면서 굴러다니며 밥을 얻어먹고 다니는 디오게네스더러 플라톤이 개라고 말하자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발길질하고 욕질하는 사람에게 되돌아가곤 하니까ㅡ」 했다. 플라톤의 「인간은 털 없는 두발 짐승이다」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을 무렵 디오게네스는 플라톤이 가르치고 있는 교실에 불쑥 나타나 「이것이 플라톤의 인간이다」며 털 뽑은 벌거숭이 닭을 들어보였다. 플라톤의 논리를 비하하는 벌거숭이 닭이지만 중국에서 「벌거숭이 닭이 진짜 닭이다」는 논리를 편 것은 양주(楊朱)다. 닭에는 오덕(五德)이 겸비해 있는데 머리에 벼슬을 이고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규태 코너 2022.11.23

[이규태 코너] 코르셋 역사속으로

[이규태 코너] 코르셋 역사속으로 조선일보 입력 2002.05.24 20:10 야사에 보면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강화조건 가운데 하나로 유방이 큰 대유녀(大乳女) 3000명을 차출, 청 태조의 고향인 영고탑(寧古塔)에 이주시키라는 것이 있었다. 인구를 번창시키려는 방편일것이요 유방이 클수록 생산력이 강하다는 생각은 동서가 다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대 희랍 로마의 아가씨들은 유방을 크게 보이고자 끈을 유방 아래로 돌려 쳐받치게 해서 등뒤에서 맺었다. 이 끈은 첫날 밤 신랑이 끊게끔 돼 있었다. 이 유방 키우는 끈이 후에 유방을 추켜 올리는 「부스크」가 되고 이것이 코르셋의 뿌리가 된다. 로마가 망하고 그리스도 시대가 되면서 유방은 가급적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금욕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

이규태 코너 2022.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