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한국의 다리

[이규태 코너] 한국의 다리 조선일보 입력 2002.05.26 19:38 외세의 침입이 잦아서인지 한국의 유희(遊 )는 외적을 막는 민간의 자위수단과 맥락해서 발달했다. 강강술래가 이순신 장군의 세과시를 위한 위장 작전에서 비롯됐다듯이 놋다리 밟기는 도강(渡江)작전을 유희화 한 것이다. 차례로 등을 끼고 엎드려 등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 위를 피난하는 노인이나 존장 귀인으로 하여금 건너게 하는 인간다리 놀이인 것이다. 그러했을 만큼 크고 작은 냇물에 다리가 없었다. 고구려의 평양대교(413), 백제의 웅진교(498), 비형랑이 귀신들을 이끌고 놓았다는 귀교(鬼橋·596), 경주 문천(蚊川)의 일정교·월정교 등 다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영구성의 돌다리는 무지개 다리나 수표교처럼 장식이나 상징적 뜻을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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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마이너스 정신

[이규태 코너] 마이너스 정신 조선일보 입력 2002.05.27 19:07 힘을 겨룰 때나 힘든 일을 할 때 두손바닥에 침을 튀튀 뱉는다. 힘을 내는 데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 이 행위를 왜 하는걸까. 원시인 시절 야수에게 쫓기면 나무에 올라 피신하는 길밖에 없다. 그 위급상황 곧 마이너스 상황에서 탈출하고자 나무를 타는 데 미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손바닥에 땀을 나게 하는 조건반사의 흔적이라 한다. 곧 마이너스 상황을 탈출하고자 이전에 없던 힘을 얻게 마련이며 그 흔적이 침뱉는 습관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팀의 16강 진출에 파란불이 켜지고 8강까지의 기대가 일고 있다. 잉그랜드 팀과 비기고 FIFA랭킹 1위의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한 것이 기대를 과열시키고 있다. 그러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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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자유여신과 닭다리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자유여신과 닭다리 입력 2002.05.28 20:14:52 부시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중에 한 모스크바 시민이 미국의 싱징인 자유의 여신상처럼 분장하고 횃불 대신 닭다리를 들고 시위를 한 사진이 보도되었다. 이 닭다리를 둔 해석이 구구하다. 러시아에서는 미국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했고, 이를 둔 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있어왔으며, 그 마찰로 피해본 사람들의 항의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에서 부시 방문을 반대하는 거센 반미 운동이 일었던 것과 연관시켜 미국의 치부를 닭다리로 상징한 반미 시위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다리를 성감대라하여 치부로 여기고 20세기 초까지 치마 속에 가두고 살았다. 라틴말로 여자를 뜻하는 Fem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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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귄터 그라스

[이규태 코너] 귄터 그라스 조선일보 입력 2002.05.29 19:55 한국인을 이해하는 패러다임으로 미생원(未生怨)을 들수 있다. 태어나기 전에 부모나 조상이 저지른 원한이 살아있는 나에게 미친다는 숙명론이다. 그리하여 시집간 딸이 사위에게 얻어맞고 와서 통곡을 해도 어머니는 그것이 전생에 조상이 저지른 인과로 돌리고 손자놈 벌에 쏘여 얼굴이 부어 들어와도 전생 탓으로 돌려 마음을 편하게 가지곤 했던 것이다. 독일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양철 북」은 바로 이 독일 미생원을 주제로 했다해도 대과가 없다. 주인공 오스칼 소년의 미생원은 이미 외할머니로부터 시작된다. 경찰에 쫓긴 방화범을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가 치마속으로 숨겨준 것이 아이를 배게하여 어머니 애그네스의 출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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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木魚

[이규태 코너] 木魚 조선일보 입력 2002.05.30 18:26 어젯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진행된 월드컵 전야제에서 한국의 알려지지 않았던 상징물로 목어(木魚)가 눈길을 끌었다. 거대한 타악기로서 목어가 등장하게 된 연유가 뭣일까. 송광사에 가면 종고루(鐘鼓樓) 다락 아래를 거쳐 절마당에 든다. 통도사 사역에 들어 맨 먼저 맞는 것이 범종각(梵鐘閣)이듯이 산문 입구에는 종과 북을 걸어놓은 다락이 있게 마련이다. 종과 북과 더불어 구름무늬를 새긴 운판(雲板)과 나무에 고기를 새긴 목어(木魚)도 걸려 있다. 이 네 가지 소리 내는 기구들은 불전사물(佛前四物)이라 하여 범종은 저승에 가 있는 중생에게, 북은 축생의 무리에게, 운판은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목어는 물속을 헤엄치는 고기들에게 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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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축국(蹴鞠)

[이규태 코너] 축국(蹴鞠) 조선일보 입력 2002.05.31 19:52 세계적인 축구잔치인 월드컵을 주최하면서 우리 삼국시대의 축구인 축국(蹴鞠)을 재연하여 우리 스포츠 문화의 위상을 만방에 알렸으면 한다. 「신당서(新唐書)」 동이전(東夷傳)에 고구려 풍속으로 축국을 잘 하고 즐긴다 했고 한국문헌에 축국이 처음 나오는 것은 「삼국유사」다. 김유신과 김춘추가 정월 오일(午日)에 김유신의 집 앞마당에서 축국을 하고 놀았는데 유신이 춘추의 옷자락을 밟아 옷깃이 해어졌으며 이를 집에 들고 들어가 누이동생 문희(文姬)에게 꿰매라 시켰다. 이것이 연이 되어 오가더니 문희가 아이를 배게 되었고 김유신이 그 사실을 알고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분살(焚殺)시키려 들었다. 때마침 남산에 유람 나갔던 선덕왕이 무슨 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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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영산재(靈山齋)

[이규태 코너] 영산재(靈山齋) 조선일보 입력 2002.06.02 23:33 월드컵 기간 중 한국에 들른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준 높은 전통문화 이벤트로 종묘대제와 영산재를 들 수 있다. 석가모니가 살았을 때 자주 들렀던 왕사성(王舍城)을 나와 영취산(靈鷲山)에 오르면 그 정상에 부처님 시절에 쌓았다는 네모 반듯한 축대가 나오고 그 위에 벽돌 건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석가모니가 살았을 적에 가장 많은 설법을 했다는 현장이다. 영취산에는 부처님이 오래 머물렀다는 동굴도 찾아볼 수 있고 데바닷다가 바위를 굴려 부처님을 해치려 했다던 빈비사라도(道)도 걸을 수 있다. 법화경(法華經)에 부처님은 열반에만 계시지 않고 지금도 영취산에 나와 제도(濟度)를 하며 온 세상이 불바다가 되어도 이곳만은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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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頭球(두구)

[이규태 코너] 頭球(두구) 조선일보 입력 2002.06.03 18:59 월드컵 독일과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 독일팀 클로제 선수의 헤딩 해트트릭이 나왔다. 잉글랜드 베컴의 코너킥도 헤딩으로 연결되었고 아르헨티나의 첫 골도 노장 바티스투타의 헤딩이었다. 소문난 명선수들의 득점은 발이 아니라 머리로 얻은 득점이었다. 축구는 발로 찬다고 해서 축구(蹴球)요 풋볼이다. 개화기 한때에 척구(擲球)라고 했음도 그 때문이다. 한데 발보다 머리가 득점을 많이 낸다면 그 이름을 두구(頭球) 또는 헤드볼로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머리와 축구와의 연관은 태곳적으로 소급된다. 축구의 뿌리로 멕시코 마야문명의 신전(神殿) 경기를 드는데, 원시사회에서 성년(成年)이 되고자 고행하는 청년결사(靑年結社)끼리 편을 갈라 둥근 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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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왕관의 무게

[이규태 코너] 왕관의 무게 조선일보 입력 2002.06.04 20:09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대관식 때 썼던 왕관은 17세기에 찰스2세가 썼던 것으로 그 무게가 적잖이 2.5㎏이나 되었다. 그래서 국회 개원식에 나가는 등 왕관을 써야 할 때에는 그보다 조금 가벼운 빅토리아 여왕의 왕관을 썼다. 한데 이 왕관은 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를 비롯해 다이아몬드만 2783개로 수놓은 호화찬란한 것으로 이 역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전세계의 땅 4분의 1을 식민지로 거느렸던 빅토리아 시대와 그 모두를 잃고 있는 엘리자베스 시대를 비유하는 척도로 이 왕관의 무게가 곧잘 거론돼왔다. 지금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등극 50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검소하고 조촐함이 사치스럽고 호화스럽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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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폴란드

[이규태 코너] 폴란드 조선일보 입력 2002.06.05 19:43 30여년 전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연만한 이탈리아 여인 일행을 만난 적이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유엔 국제기관에 근무하는 여인들로 휴가를 얻어 트레킹에 나선 것이다.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물었을 때 서방측 자유국가들이 참전했던 한국전쟁은 모르고 있으면서 북한 축구가 이탈리아 축구를 이겼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축구와 국가인지도와의 함수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 된다. 이제 폴란드의 한국 인지도는 지고 이기고를 떠나 끈끈해질 것이 확실해졌다. 폴란드는 해양국가가 아니기에 한국과 역사적 연관이 없다. 굳이 한국과의 관계를 대라면 13세기 몽골 3대 군주인 정종(定宗)의 즉위식 때 당시 교황의 사절로 참석했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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