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누더기 인형 조선일보 입력 2002.02.08 20:20 대보름날 짚인형인 제웅의 뱃속에 동전을 담아 거리에 던져두면 아이들이 주워감으로써 그해에 닥칠 액(厄)을 파는 세시 민속이 있었다. 곧 없애고 싶은 악의 상징이 제웅이다. 1960년대 초 소록도의 환자지역과 미감아(未感兒) 수용지역 간의 완충지역에 팔다리 찢긴 누더기 인형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버려진 내력은 이렇다. 외국에서 온 구호물자 가운데 흑인인형이 있어 순영이라는 아이 차지가 됐다. 어머니가 그리운 순영이는 이 인형 앞치마에 「어머니」라 쓰고 소꿉놀이에서 어머니로 삼곤 했다. 한데 다른 아이들이 「네 어머니가 깜둥이야」하며 놀려댔다. 그래서 이 인형을, 더불어 수용된 흑인 소녀인 리자 자매에게 던져 주었다. 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