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북의 보트피플

[이규태 코너] 북의 보트피플 조선일보 입력 2002.08.19 19:29 | 수정 2002.08.21 01:25 중국 대사관·영사관 등에 북한 주민들의 집단 진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드디어 순룡범씨 등 3가족 21명의 북한 보트피플이 인천 앞바다에 들어왔다. 87년 김만철씨 가족 11명의 보트피플 이래로 여만철 김영진 안선국씨 등 가족 보트피플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보트피플이 이전과 같은 돌발적인 탈출인지 중국 외교관서로의 잇따른 탈출처럼 대거 밀려들 사건의 시발인지 궁금하게 하고 있다. 온 세계의 한국학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혹시 후자의 경우라면 민족 이동이 필지요, 남한에 예상 못한 사회변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보트피플의 역사는 유구하다. 신라 4대 임금인 탈해왕(脫解王) 석씨(昔氏)..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荀씨 姓考

[이규태 코너] 荀씨 姓考 조선일보 입력 2002.08.20 19:46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희성(稀姓)을 세 갈래로 갈라볼 수 있다. 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성이 그것이다. 한글 ㄱ 아래 ㄴ을 합쳐놓은 것 같은 「먀」씨가 안동 예안에 살고 있었는데 그 내력은 이렇다. 남한산성에서 수자리를 지키고 있던 한 성이 없는 병졸이 있었다. 힘이 남달랐던지 이괄(李适)의 난에 남한산성으로 피란하는 임금님을 등에 업고 달리는 영광을 입은 것이다. 이 영광을 대대로 후손에게 물리고자 사람을 업은 형상인 「ㄱ+ㄴ」으로 글자를 만들어 성을 삼고 '먀'로 읽었다. 하늘 천(天)자 아래 새 조(鳥)를 합친 궉씨라는 성도 있었다. 17세기 실학자 이덕무(李德懋)의 고증에 의하면 순창이 본관인 궉씨 자손들에 사대부가 ..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北大門

[이규태 코너] 北大門 조선일보 입력 2002.08.21 18:32 서울 도성 4대문 가운데 남대문·동대문이 원형을 지키고 있고, 경희궁 인근에 있었던 서대문은 흔적이 없으며, 삼청공원 뒤편에 있는 북대문은 버림받은 채 폐문돼 방치돼 있다. 그 북대문인 숙정문(肅靖門)이 보수되어 개방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엇다. 북한산과 통하는 성문으로 청와대 안보상의 이유로 페문 방치돼 왔는데, 이미 그 훨씬 이전부터 폐문의 불운을 타고 난 성문이다. 가뭄이 혹심하면 숭례문(남대문)을 닫고 숙정문(북대문)을 열었으며, 임금은 궁을 옮기고 수라상에 반찬을 줄이는 것이 관행이었다. 가뭄을 몰아오는 양기(陽氣)는 남으로부터 흘러들고, 비를 몰아오는 음기(陰氣)는 북에서 흘러든다는 음양오행설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19세기 초의..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張飛廟

[이규태 코너] 張飛廟 조선일보 입력 2002.08.22 19:04 장강(양쯔강) 상류 충칭(重慶)에서 강 따라 내려오면 56m 높이의 바위벼랑에 기대어 지은 12층 다락의 석보채(石 寨)가 나온다. 이곳에 이 고을 출신의 세 충신을 모시고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단두(斷頭)장군으로 알려진 여안(麗顔)이다. 이 고을 태수(太守)였던 여안이 장비(張飛)에게 잡힌 몸이 되어 항복을 강요받았다. 이때 여안은 "이 자리에 투항(投降)장군은 없다. 오로지 단두장군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버티었다. 이 기개에 감동한 장비는 포승을 풀고 윗자리에 모시고는 자신의 비례(非禮)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이번에는 장비의 행동에 감동한 여안이 '이만한 장수라면…' 하고 투항을 했다. 이 여안의 충성을 기려 그 고을 이름을 충현..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해치 정신

[이규태 코너] 해치 정신 조선일보 입력 2002.08.23 18:39 광화문전의 석수(石獸)요 한국을 상징하는 도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해치 흉배(胸背)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됐다. 임진왜란 때 수원 독산성과 행주산성 전투에서 권율 장군을 도와 대첩을 거두었고 한성판윤을 지낸 조경(趙儆)이 입었던 관복으로, 흉배에 해치가 수놓인 경우는 최고법관인 대사헌(大司憲) 아닌 경우로는 희귀한 일이다. 상상 속의 짐승이기에 그 뿌리에 대한 이설이 많으나 고대중국의 태평왕국인 요(堯)나라 때 법을 다스렸던 고도( 陶)가 조정에서 기르던 외뿔(一角) 짐승으로 바르고 그르고 선하고 악하고를 그 뿔을 갖다 대어 즉각 판정하기에 해치 앞에서 속일 수가 없었다. 공평무사한 명판관으로 역사에서 우러름 받아온 고도를 이 해치에 결부..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抗癌 할미꽃

[이규태 코너] 抗癌 할미꽃 조선일보 입력 2002.08.25 19:17 「보리밭 가에 찌그러진 무덤/ 그는 저 찌그러진 집에/ 살던 이의 무덤인가/ 할미꽃 한송이 고개숙였구나.」 춘원 이광수의 시다. 역사란 가해·피해의 대결구도로 꾸려져 내렸는데 할미꽃은 한국인에게 있어 피해편을 대변하고 상징하는 꽃이다. 손녀 둘을 데리고 살던 할머니는 곱상의 손녀는 부잣집으로, 밉상의 손녀는 가난한 집으로 예웠다. 가까히 사는 곱상의 손녀가 할머니를 모셨는데 구박이 심하고 굶기다시피하여 밉상의 손녀를 찾아가다 고개 마루에서 기진하여 숨진다. 맘씨 고운 밉상의 손녀가 찾아와 보리밭가에 묻어드렸고 이듬해 그 무덤에서 피어났다는것이 할미꽃의 기원 설화요, 춘원은 가난하고 무력한 이 피해 이미지를 보리밭가 찌그러진 무덤에 ..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고추가루 兵法

[이규태 코너] 고추가루 兵法 조선일보 입력 2002.08.27 19:25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보면 고추를 남만후추(南蠻胡椒)라 하고 왜국에서 건너왔기에 왜겨자(倭芥子)라고도 한다하고 초기에는 주막에서 조금씩 심어 소주에 타서 팔았으며 이를 마시고들 더러 죽었다고 했다. 한데 일본 문헌들은 두 갈래로 그 뿌리를 고증한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조선을 칠 때 그 씨앗을 조선에서 들여왔다는 설과 임진왜란 후기에 담파고(淡婆姑·담배)와 더불어 파이두와이(波爾杜瓦爾·포르투갈)사람들이 전래시켜 남만후추를 줄여서 만초(蠻椒)라고 한다했다. 고추의 원산이 남아메리카요 콜럼버스의 대륙 발견 후에 유럽으로 전래된 것으로 미루어 포르투갈 사람이 일본에 전래시키고 그것이 왜란 중에 한국에 전래됐다고 보는 것이 ..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讀心 검사

[이규태 코너] 讀心 검사 조선일보 입력 2002.08.28 18:33 여객기를 탈 때 흉기를 가졌는지 여부를 살피는 방사선 검사를 받듯이, 앞으로는 흉심을 품지 않았나 여부를 조사하는 독심(讀心) 검사를 받게 될 것 같다. 독심술은 예부터 도통한 도사만이 할 수 있는 방술(方術)이었다. 허균(許筠)이 지은 남궁두전(南宮斗傳)에 보면 남궁은 전라도 임피의 양반가문 자제로 대과(大科)에 급제, 벼슬길 찾아 첩을 고향에 남겨두고 상경을 했다. 추수를 위해 집에 돌아오니 그 사이에 첩은 집안 당숙과 배가 맞아 둘이 운우의 정을 즐기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그 자리에서 활을 쏘아 두 남녀를 죽이고 그 길로 머리를 깎았다. 지리산 산문을 헤매다가 의령의 한 절에 들렀는데 어떤 갓 쓴 젊은이와 하룻밤을 지내게..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도요촌(桃夭村) 이야기

[이규태 코너] 도요촌(桃夭村) 이야기 조선일보 입력 2002.08.29 19:12 중국에 도요촌(桃夭村)이라는 섬 마을이 있었다. 이 섬에서는 해마다 미녀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기고 수재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겨 1등은 1등끼리, 꼴찌는 꼴찌끼리 짝지어 우성(優性)인간을 번창시키고 열성(劣性)인간을 도태시키는 이상향을 지향했다. 이렇게 짝지어 사는 이 섬나라가 예상했던 대로 번성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잘난 소수는 유아독존으로 보다 예뻐지고자, 수재가 되고자 안하무인으로 굴어 도덕 인정이 짓밟히고 못난 다수를 차별·멸시하여 갈등 끝에 멸망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중국문헌 「자불어(子不語)」에 나온다. MBA경영이라 하여 경영대학원 출신들의 엘리트 경영자들이 움직여온 미국 경영은 우성(優性)지향의 도요촌 ..

이규태 코너 2022.11.20

[이규태 코너] 까마귀의 지능

[이규태 코너] 까마귀의 지능 조선일보 입력 2002.08.30 18:58 짐승이나 새·벌레에 이르기까지 지각(知覺)이 있고, 윤리 도덕을 지킨다고 알았던 조상들이다. 벌은 군신지의(君臣之義)가 있고, 늑대는 부자지친(父子之親)이 있으며, 원앙은 부부지별(夫婦之別)이 있다. 기러기는 장유지서(長幼之序)가, 쥐는 붕우지신(朋友之信)이, 조개에게는 더불어 죽는 추사지절(趨死之節)이, 승냥이에게는 제사를 지내는 조상지숭(祖上之崇)이 있다고 알았다. 중국 구이저우 쩡펑(甑峰)에 사는 잔나비들은 노친이 나무의 위쪽에 살고 자손이 아래쪽에 살며 먹이를 벌어다 바치는데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한다. 중국 불교 성지인 우타이산(五臺山)에 명승이 들어 독경을 하면 새들이 그 법당의 용마루에 모여드는데 꼼짝도, 지저귀지도..

이규태 코너 2022.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