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禁女 解制

[이규태 코너] 禁女 解制 조선일보 입력 2002.07.25 19:14 사내아이를 낳으면 바다에 띄워 없애버리고 계집아이만을 기르는 여인국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조류 타고 흘러든 궤짝 속의 아이였던 신라 임금 석탈해(昔脫解)도 여인국에서 버림받은 사내아이다. 하지만 남인국 이야기는 없다. 없는 대신 여인을 얼씬도 못하게 하는 금녀의 영역을 너무 많이 만들어놓고 살아온 데는 동서가 다르지 않다. 이를테면 희랍의 고대 올림픽에서 여자는 출전은커녕 구경도 못하게 했다. 이 금제를 깨면 높은 벼랑에서 떼밀어 죽이기로 관행이 돼있었다. 아들놈의 복싱경기가 보고 싶어 코치인 양 남장(男裝)하고 잠입했던 어머니가 승리에 격앙되어 함성을 지르는 바람에 발각되었으나 그의 가족에서 7명의 금메달리스트가 나온 것을..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冷房 백년

[이규태 코너] 冷房 백년 조선일보 입력 2002.07.26 19:15 미국인 캐리어가 에어컨을 발명한 지 올해로 100년을 맞는다. 여름의 무더위로 종이의 수축이 심해 인쇄가 제대로 되지 않자 업자로부터 무더위를 쫓는 장치를 의뢰받고 뜨거운 물을 돌려 난방하듯이 차가운 물을 돌려 냉방이 안될 리 없다는 단순사고로 발명해낸 것이 에어컨이다. 이 에어컨의 원리는 이미 기원전 중국에서 실용화하고 있었다. 한나라 영제(靈帝)는 여름을 나유관(裸遊館)이라는 에어컨 설비가 잘 된 이궁에서 지냈다. 물을 끌어 그 궁안에 돌리고 잎이 한길이나 되는 연꽃을 심어 그 연꽃잎 틈으로 작은 배를 돌려 물을 뿌리게 했다. 물줄기가 연잎에 닿으면 냉기를 뿜어 그 공간이 냉방되었고 그도 모자라 14세에서 18세 사이의 몸이 차가..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殺生 文化考

[이규태 코너] 殺生 文化考 조선일보 입력 2002.07.28 19:25 동물 실험으로 우리나라에서 한해에 300만 마리가 희생되는 동물생명 존중 측면에서 후진국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는데 그런 개념이 박약하기에 동물 실험을 둔 관련법도 없어 살상이 남용되고 있다. 한국 민중의 심성 가운데는 몇 세기를 지배했던 불교의 살생계(殺生戒)가 녹아 있어 동물 목숨을 사람 목숨과 동일시하는 문화가 저변에 깔려왔다. 이를 테면 우리 조상들 산길 갈 때 짚신을 갈아신고 떠나는 관행이 있었다. 짚신 삼으면서 삼는 지푸라기 올을 쫀쫀하게 하느냐 느슨하게 하느냐로 삼합혜(三合鞋) 오합혜 칠합혜가 있는데 느슨한 놈으로 갈아신고 떠나는 이유는 산길 가다 밟힐지 모르는 벌레를 죽이지..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샹그릴라

[이규태 코너] 샹그릴라 조선일보 입력 2002.07.29 18:38 불로장수하고 황금이 널려있으며 본능대로 살 수 있는 이상향을 상정하는 데 동서가 다르지 않다. 「장아함경(長阿含經)」에 나오는 이상향 우타가꾸르에서는 남녀가 욕정을 일으켜 바라보기만 하면 사랑이 이뤄지고 일하지 않아도 먹고 1000년을 산다. 도연명(陶淵明)의 도원경(桃源境)에는 진나라 때 피란해 온 사람이 500년을 살고 있었다. 미주의 엘도라도는 황금이 돌멩이처럼 널려있다 해서 찾아나선 탐험가가 하나 둘이 아니었고ㅡ. 우리나라에도 병화(兵火)가 미치지 않는 청학동(靑鶴洞)이라는 이상향이 있었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캄파넬라의 「태양의 나라」, 새뮤얼 버틀러의 「에레혼」, 콜르릿지의 「팬티소클라시」등 이상향은 끊임없이 탄생돼..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三世同業

[이규태 코너] 三世同業 조선일보 입력 2002.07.30 18:35 함우치(咸禹治)가 전라감사로 있었을 때 돈 많은 양반집 형제가 유산을 가르는데 가마솥 크고 작은 것을 다투어 관청에 소송했다.함 감사가 노하여 형제로 하여금 크고 작은 솥을 가져오게 하여 「이 두 솥을 때려부수어 근으로 달아서 나누어 주겠다」고 판결하니 솥을 둘러쓰고들 도망쳐 나갔다. 옛날 자녀에게 우애를 가르칠 때 이 쟁부대소송(爭釜大小訟)고사와 황금대소투(黃金大小投)고사를 맞춤으로 가르치는 것이 관례였다. 고려 공민왕 때 형제가 길을 가는데 아우가 황금 두덩이를 주웠다. 그중 작은 한덩이를 형에게 주고는 마음의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양천강을 건너면서 가졌던 금덩이를 물에 던져버렸다. '황금이 생기면서 돈독했던 우애의 틈에 사특한 마..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長者論

[이규태 코너] 長者論 조선일보 입력 2002.07.31 19:27 보통 사람보다 키가 크거나 나이가 많거나 재산이 많을 때 장자라고 하지만, 덕이 많고 도량이 넓어도 장자라고 했다. 군자(君子)가 인격척도에서 도덕과 학식으로 뛰어난 우위인간이라면, 장자는 인간척도에서 좀 남다른 사람이랄 수 있다. ‘사기(史記)’열전에서 재상이 되는 조건으로 공통분모를 들라면 이 장자를 들 수 있다. 한나라 때 재상 직불의(直不疑)가 천거됐을 때 항간에‘얼굴이 반반하더니 형수하고도 밀통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한데도 그는 변명하려 들지 않았으며 얼마 후에 그에게 형이 없다는 진실이 그 소문을 깨끗이 지웠고 오히려 장자라는 인식이 그의 출세를 가속시켰다. 중국의 장자가 직불의라면 한국의 장자는 김신국(金藎國)이다. 인조..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러시아 대사관

[이규태 코너] 러시아 대사관 조선일보 입력 2002.08.01 19:00 주한 러시아 대사관이 도합 6동의 매머드 건물로 신축개관했다. 한국 최초의 근대교육 요람인 배재학당 자리요, 한말에 있었던러시아 공사관 자리에서 지척인거리다. 청국과 일본의 간섭이 가 중되자 고종 황제는 미·영·독·로美英獨露) 열강의 공관을 덕수궁 둘레에 불러들이고 궁과 통하 는 비밀통로를 만들어 변이 생기면 외국공관으로 피란할 셈이었다. 그로써도 마음을 놓지 못하여당시 외부고문인 그레이트하우스를 상해에 보내 미·독·이·오(美獨伊墺)의 외인 위병 3 0명을 모 집해 오기까지 했다.고종 황제를 감싸주는 위성 외세로 정동 외교가가 형성됐던 것이며, 러시아가 근 100년 만에 다시 그 외교권에 진입한 셈이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일은..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편향 교과서

조선일보 | 오피니언 [이규태 코너] 편향 교과서 입력 2002.08.02 17:44:44 전통 잡가(雜歌)의 「비석(碑石)타령」에 「아문앞에 서있는건 개꼬리 목비(木碑)요 동구밖에 서있는건 수렁밭 목비―」라는 대목이 나온다. 개가 주인을 보면 꼬리부터 흔들듯 원님이 부임하면 아부하고자 세우는 선정비(善政碑)가 개꼬리 목비요, 감사나 어사가 오면 수렁 속에 나무토막을 넣어두어 오래된 것처럼 위장하여 급조하는 즉석 송덕비(頌德碑)를 수렁밭 목비라고 한다. 또 감사나 유수 같은 보다 높은 벼슬아치들은 재임 동안 송덕을 기려 초상화를 모신 생사당(生祠堂)까지 지어 민원(民怨)을 샀다. 다산(茶山)은 벼슬아치들이 교활한 향리를 시켜 송덕비나 생사당을 세우게 하거나 이방으로 하여금 돈을 거둬 선정비를 세우게 한다..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파랑새

[이규태 코너] 파랑새 조선일보 입력 2002.08.04 19:28 터널을 뚫는 것을 반대하여 농성하고 있는 스님들을 집단폭행하는 법난(法難)이 벌어졌던 북한산 계곡에 다리 다친 파랑새가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다. 파랑새는 우리 조상들에게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알려져 있어 행여 법난을 걱정하여 다리를 다친 채 나타났는지 모를 일이다. 원효대사는 관음성지인 낙산을 찾아가는 길에 세 번에 걸친 믿음의 시련을 받는다. 한 소나무에 파랑새 한 마리가 앉아 지나가는 대사를 보고 「파계승(破戒僧)」이라는 욕말을 지저귀며 날아갔다. 그 소나무 아래 여자 신발 한 짝이 놓여있었는데 낙산(洛山)의 관음굴에 이르러 그 신발의 다른 한 짝이 놓여있음을 보고 원효를 욕한 파랑새는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믿음을 시련받았음을 안다..

이규태 코너 2022.11.21

[이규태 코너] 指紋 소송

[이규태 코너] 指紋 소송 조선일보 입력 2002.08.05 18:31 지문 날인은 국민을 예비 범죄인 취급하는 기본권침해라는 시민단체의 거부운동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가지고 있는 지문의 폐기를 요구하는 한 시민의 소송이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테러 방지에 고심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중동의 이슬람국가들을 비롯,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나라 사람들의 미국 출입에 지문을 찍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다. 범죄 가능성 국가가 35개국에 이르며 반미 운동이 심해지는 나라는 추가될 것이 예상된다. 지금은 범죄 예방과 수사에 주로 쓰이고 있지만 지문의 뿌리는 신성한 것이었다. 우리 옛 조상들이 신불에게 빌 때 조선종이에 그 염원을 적고 손바닥 도장(掌印)을 찍었다. 빌고 난 다음에는 불을 붙여 소지( ..

이규태 코너 2022.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