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三才圖會

[이규태 코너] 三才圖會 조선일보 입력 2003.01.14 19:57 동남아며 중남미 등 고추 나는 곳은 많다. 이 외산 고추로 김치를 담그면 그것은 맵디매운 맵치지 김치가 아니다. 한국고추만큼 감칠맛이며 감미가 없다. 평양냉면 본고장에서는 면에 고춧가루 타 먹는 것이 상식인데 맵게 먹으려 해서가 아니라 한결 맛이 더하기 때문이다. 그 은근한 감미가 고달픈 석회질 많은 땅에서 자란 고추일수록 더하다는 것은 우리 고추 명품들의 생산토양 분석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물 없는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 소금땅에서 시달리며 자란 네게브 복숭아가 세상에서 제일 달다는 섭리도 그것이다. 세상의 은행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 살며 단풍이 고울 뿐 아니라 환경 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에도 강하며 잎의 약효도 큰 것이 한국 은행..

이규태 코너 2022.11.15

[이규태 코너] 林相沃

[이규태 코너] 林相沃 조선일보 입력 2003.01.15 18:04 농경사회인 우리 나라에서 역사적으로 거부가 되는 데는 몇 가지 유형이 있었다. 그 하나가 허생형(許生型)으로 특정상품을 매점매석, 큰 돈을 벌었다. 허생은 1만냥을 빌려 안성에 내려가 제수(祭需)인 밤 대추 곶감을 모조리 매점했다. 값이 10배 올랐을 때 되팔아 제주도에 가서 그 돈으로 갓 만드는 말총을 매석했다. 다시 10배가 올랐을 때 팔아 거부가 된 것이다. 둘째가 근검으로 축재하는 고비형(高斐型)이다. 광해군 때 거부인 고비는 절인 굴비를 천장에 매어달아놓고 밥을 먹고 밥 한 숟가락 떠먹고 곁에 있는 식솔에게 '게장!'을 외치라 하여 밥을 먹었다는 장본인이다. 축재 목표량에 달성하기 전에는 밥장사를 하더라도 형님한테도 밥값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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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大食罪

[이규태 코너] 大食罪 조선일보 입력 2003.01.16 19:23 프랑스의 루이14세는 태어날 때 이미 앞니 두 개가 나 있었다 한다. 젖꼭지에 상처를 내는 바람에 유모가 석 달 만에 한 사람꼴로 바뀌었을 정도다. 그 이빨 때문인지 대식(大食)― 하면 루이14세다. 새고기를 좋아하여 닭·오리·비둘기·칠면조·공작·산비둘기·꿩 등 한 끼에 81마리가 오르고 324명이 시중을 들었다. 서양의 대식왕이 루이14세라면 동양의 대식왕은 서태후(西太后)다. 심양(瀋陽)의 선조묘에 성묘갈 때 16량의 어용열차를 타고 갔는데 맨 끝의 4량이 황금칠을 한 식당차였다. 요리인은 120명으로 한 끼에 99첩의 요리가 올랐다. 전설 속의 대식가로 라틴 아메리카의 카미라를 들 수 있다. 마르케스의 소설 소재가 되기도했던 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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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동물 민주주의

[이규태 코너] 동물 민주주의 조선일보 입력 2003.01.17 19:02 무리 군(群)자를 풀어보면 '君+羊'이다. 일사불란하게 임금을 따르는 양떼처럼 무리진다는 뜻모음 글씨 같다. 하지만 군(君)은 임금뿐 아니라 하늘의 뜻을 땅에 중개하는 섭리(攝理)를 뜻하기도 하며 양은 순하기에 타율적으로 맹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적 섭리에 의해 무리진다는 뜻모음 글씨다. "목동이 아무리 몰아도 움직이지 않는 방향의 산 너머에는 목초가 없다"는 히말라야의 속담도 양떼가 맹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영국의 한 동물 연구팀은 사슴이나 물소 백조 쥐 등 무리져 사는 짐승들은 그 무리의 늙은 것이거나 어미들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동작이나 신호를 보였을 때 집단이동을 하거나 공동행위에 들어가는 민주주의 다수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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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날씨 경영학

[이규태 코너] 날씨 경영학 조선일보 입력 2003.01.19 19:26 옥외 놀이 업체인 롯데월드는 작년 한해 동안 기상자료를 미리 분석, 시설운영과 식음료 출하를 조절함으로써 40억원의 이득을 보았다고 한다. 현대산업개발도 날씨를 미리 감안, 물량투입을 조정하는 것으로 5억원의 비용절감을 했다. 대한상공 회의소는 날씨에 둔감한 탓으로 1년에 3조~5조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전제하고 날씨의 경영응용 사례를 모아 날씨경영을 권장하는 보고서를 냈다. 옛 선비들은 풍류로 명소를 옮겨다니며 시회(詩會)를 가졌는데 정약용(丁若鏞)의 문우인 한치응(韓致應)이 파주에 사는 친지에게 그곳 화석정(花石亭)에서 보름날 밤 시회를 갖기로 했는데 날씨를 미리 예측해 알려 달라는 편지를 띄우고 있다. 답장도 멋있다. 「보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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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인터넷 살생부

[이규태 코너] 인터넷 살생부 조선일보 입력 2003.01.20 19:23 허실을 알 수 없는 유언(流言)에는 세 가지가 있다. 히틀러가 살아있을 때 세 번 이상 히틀러가 죽었다는 유언이 나돌았다. 이것은 그러했으면―하는 원망(願望) 유언이다.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공격 때 미국 태평양함대가 전멸했다는 유언이 전국을 휩쓸었는데 이는 두려움과 불안을 반영하는 공포(恐怖) 유언이며, 2차대전 중 미국에 특정 종교 신자들이 병역을 기피하고 있다는 유언이 나돌았는데 집단이나 공동체의 이간을 노리거나 해치려는 분열(分裂) 유언이다. 미국에서 수집한 이상과 같은 2차대전 중의 유언 1089건 중 다수(66%)를 차지하는 것이 분열유언이었다. 언로가 틔어 있을수록 유언은 반비례해서 사라진다던데 세상에서 가장 언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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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할머니 파워

[이규태 코너] 할머니 파워 조선일보 입력 2003.01.21 20:14 세계적 할머니 운동인 '회색 표범'의 창시자 트루데 운루 할머니는 거꾸로 매달린 모노레일로 유명한 독일의 우퍼타르 교외에 살고 있었다. 노인 권익에 불리한 시책이나 법안이 나오면 운루 할머니는 발의한 의원이나 장관 집에 몰려가 출입문을 X자로 틀어막고, 저(底)연금 노인들의 돈을 모아 주무 장관집의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행동파 맹렬 할머니다. 할머니는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관리당하며 살아야 하는 노인 홈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었으며 갈 곳 없는 할머니 5명을 수발하며 가족적 환경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었으며 이 할머니 운동을 돕는 변호사만도 300여명이 된다. 노부모와 더불어 살며 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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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사내아이 난산설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사내아이 난산설 조선일보 입력 2003.01.22 19:37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67세에 남녀 쌍둥이를 낳았는데 여아는 순산하고 남아는 난산 끝에 죽었다 한다. 때마침 아일랜드 국립병원에서 8000명의 신생아 출산 기록을 분석한 결과가 보도되었는데 제왕절개수술도 남아의 경우가 50% 이상 많고, 분만 보조도구 이용도 20% 많으며, 순산을 유도하는 호르몬 투여도 한결 많았다 한다. 출산 전에도 남아 사망률은 여아보다 25% 많으며 임신 4개월째는 100%까지 증가한다고 한다. 출산할 때도 여아보다 남아가 54%나 많이 사망한다는 것은 상식이 돼 있다. 출생 후에도 1년 안에 사내아이가 27% 많이 죽고ㅡ. 사내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며느리로서 존재가치를 누릴 수 있었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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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이대 금혼 解禁

[이규태 코너] 이대 금혼 解禁 조선일보 입력 2003.01.23 20:15 스크랜턴 부인이 이화학당을 차린 지 1년 만에 처음으로 찾아든 학생은 기혼녀였다. 가마 타고 하인을 거느린 김 부인은 당시 고관의 소실로 영어를 배워 명성황후의 통역이 되어 권부에 접근하고 싶은 야심만만한 맹렬 여성이었다. 그 반년 후 한 가난한 어머니가 먹고 입힐 수 없어 버릴 곳 찾아 학당의 문을 찾아들어 맡긴 아이가 둘째 학생이요, 당시 호열자가 만연해 수구문 밖에 버려 죽어가고 있던 아이 중 스크랜턴 부인이 주워 기른 아이가 세 번째 학생이다. 이름도 없어 부인은 들어온 순서대로 퍼스트, 세컨드, 서드로 불렀다. 스크랜턴 부인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화 최초의 학생은 기혼녀였다. 초기 학당에서는 결혼하지 못하게 하지도 또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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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한 하늘 세 태양

[이규태 코너] 한 하늘 세 태양 조선일보 입력 2003.01.24 19:14 베이징 특파원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 신장(新疆)성에 동시에 3개의 태양이 나타나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공중의 얼음 결정체가 태양의 빛 무리를 받아 일어나는 반사현상이라는 과학적 설명을 했지만 동서를 잇는 고대 신화를 해석하는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주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고대 중국의 성군(聖君)인 요(堯)임금 때 10개의 해가 동시에 나타나는 이변이 있었다. 계속되는 한발에 지상의 수목이 타고 사람이며 짐승들이 새까맣게 타 죽어갔다. 이에 천제(天帝)가 활 잘쏘는 예( )를 내려보내어 열 개의 해 가운데 아홉 개를 차례로 쏘았다. 해 속에 산다는 세 발 까마귀가 차례로 화살을 맞고 죽어 떨어지며 아홉 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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