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不動明王 조선일보 입력 2003.02.20 20:28 시골집 부엌 흙벽에는 부동명왕(不動明王)의 부적이 붙어있게 마련이었다. 타오르는 화염 속에 칼을 든 부동명왕은 화마(火魔)로부터 집을 수호하는 가신(家神)이다. 불 속에서 불을 이겨낸다는 자체가 모순인 것 같지만 대형 화재 속에서 그 피해를 극소화하는 지혜가 내포되어 새삼스럽다. 불이나 공황(恐慌)에 휩쓸려 동분서주하면 자신이나 남에게 기하급수의 인신피해를 가중시킨다는 것은 상식이다. 부동명왕의 부동(不動)은 육신이 아니라 마음의 부동 곧 냉정을 어느만큼 유지하느냐로 피해는 정비례한다. 로스앤젤레스 대지진 때 공황에 말린 피재자(被災者)와 이성을 잃지 않은 부동성 피재자의 사상(死傷)비율은 8대1이었다. 수소와 산소는 그 자체가 가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