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天機

[이규태 코너] 天機 조선일보 입력 2002.12.18 18:27 초자연적인 하늘의 비밀을 천기(天機)라 하며 그것을 감지하는 것을 천기누설(天機漏泄)이라 한다. 오늘 선거날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날씨를 가늠해봄으로써 작디작은 천기를 누설해 볼까 한다. 하늘이 맑고 화창한 날씨를 미국에서는 리퍼블리컨 블루라 한다. 공화당 표가 많이 나오는 오랜 체험에서 생겨난 말이다. 근년의 미국 선거에서 케네디와 카터 그리고 클린턴 등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던 해의 선거일 날씨는 맑은 지역보다 흐리고 을씨년스런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다. 그 이유를 인체 생리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날씨가 춥고 을씨년스러우면 인체에서 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그것이 혈액순환을 자극, 부동(浮動)유권자로 하여금 보수성향보다..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遷都論 古今

[이규태 코너] 遷都論 古今 조선일보 입력 2002.12.20 20:27 이번 대선의 뜨거운 감자는 천도론(遷都論)이었고 당락에 영향을 미친 것도 천도론이었다. 한국사상 수도를 옮기려는 시도가 많지는 않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옮기려는 통시대적 공통된 동기를 찾아볼 수 있다. 그 하나가 보수정치에 대한 반동으로 천도론이 대두되었다는 것과 민심을 결집하는 초자연적 수단인 풍수도참설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그 전형적인 사례로 고려 인종(仁宗) 때 대두되어 천도를 위해 평양에 대화궁(大花宮)이라는 궁까지 지었던 묘청(妙淸)의 서경(西京) 천도론을 들 수 있다. 밖으로는 금(金)나라가 위압을 가하고 안으로는 이자겸(李資謙)의 난으로 궁궐이 소실당해 민심이 흉흉하자 사대주의의 기존 세력에 반기를 든 묘청 ..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반지찾기 소동

[이규태 코너] 반지찾기 소동 조선일보 입력 2002.12.22 20:47 톨스토이는 하룻밤 자고 오는 기마(騎馬)여행을 즐겼었다. 애독서와 세면도구를 담은 백합꽃 수놓인 작은 가방을 허리에 차고 다녔는데 어느 개울가에 쉬고 있을 때 어머니 손잡고 지나가던 예닐곱 살 난 소녀가 그 가방을 보고 갖고 싶다고 칭얼댔다. 톨스토이는 이 다음 올 때 반드시 갖다주겠다고 약속하고 주소를 적어들고 돌아왔다. 1주일 후 가방을 들고 찾아갔더니 이 소녀는 급병이 들어 죽어 마침 장례를 치른 후였다. 필요 없게 된 가방을 도로 가져가시라는 어머니에게 톨스토이는 말했다. "따님은 죽었지만 약속한 내 마음은 죽지 않았습니다. 나는 내 마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습니다"하고 가방을 영전에 놓고 왔다. 연전 톨스토이의 고향을 찾았..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영상세대

[이규태 코너] 영상세대 조선일보 입력 2002.12.23 20:11 지금 우리 한국인은 이상한 기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 같은 궤도를 달리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활자세대는 동(東)을 향해 가고 있고 영상세대는 서(西)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맥루한이 말했듯이 지금 세상은 500년 지속돼 내린 활자시대가 저물고 영상시대가 떠오르는 대단절을 맞고 있으며, 그 단절이 너무 크게 가시화된 이번 대선이었다. 흔히들 3개의 복합된 단절과 대결이 노출된 대선으로들 평가되고 있는데, 늙고 젊고의 노소대결이 그 하나요, 보수 혁신세력의 대결이 그 둘째이며, 지역의 동서 대결이 그 세 번째다. 한데 그 3중단절에서 오는 어느 대결보다 컸던 것이 활자화된 글로 지식을 흡수하고 사고의 틀이 구성된 활자세대와, 태어나서..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산타옹과 조왕신

[이규태 코너] 산타옹과 조왕신 조선일보 입력 2002.12.24 19:51 도교의 최고신이요, 만인의 운명을 관장하는 옥황상제(玉皇上帝)는 동짓날이면 부엌에서 그 집 식구 운명을 다스리는 조왕신( 王神)들을 천상으로 불러드린다. 1년 내내 그 집안 사람들의 선악을 낱낱이 상제에게 고하고 그에 걸맞은 새해의 길흉(吉凶)을 배정받고 섣달 그믐날 밤 하강한다. 굴뚝을 통해 드나드는 조왕신을 맞는 날, 굴뚝 밑과 부엌은 물론이고 대청·외양간·샘가·곳간·장독대·측간 할 것 없이 환하게 불을 켜놓고 이 운명의 사자를 겸허하게 기다린다. 물론 이날 밤 잠을 자서는 안 된다. 중국에서 전파된 이 조왕신 풍습은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등 아시아에 널리 번져 있다. 크리스마스 때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탄생지역이 독일·..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성난 할머니들

[이규태 코너] 성난 할머니들 조선일보 입력 2002.12.25 18:25 희랍신화에 여자가 됐다가 다시 남자가 된 디레시어스 이야기가 나온다.어느날 제우스신 부부가 세상 사는데 남자가 보다 소중하느니 여자가 보다 소중하느니 싸우고있었다.결말이 나지않자 남자 여자가 다 돼 본 디레시어스를 불러 단판짓기로 했다.이에 여자편이 10배나 더 소중하다고 대꾸하자 화가 치민 제우스가 디레시어스를 장님으로 만들어버렸다.양성을 경험한 그에게 어느 편이 성적 환희가 더 크냐고 묻자 여자편이 10배나 더 크다고 대답했다는 설도있다. 1900년에 있었던 중국의 의화단(義和團)의 난때 부대 단위당 홍등조(紅燈照)라는 붉은 옷을 입은 미녀 하나씩이 배치되어 부대의 단합과 독전(督戰)과 용기를 불러이르키는 역할을 했다.중국에는..

이규태 코너 2022.11.16

[이규태 코너] 휘파람 분 여인들

[이규태 코너] 휘파람 분 여인들 조선일보 입력 2002.12.26 19:30 팔짱을 낀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거부나 항의의 몸짓말인데 동서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어른 앞에서 팔짱 낀다는 것을 버릇없다 여긴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송년호 표지에 세 명의 여인이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데 해마다 뽑는 올해의 인물로 이 세 여인이 뽑혔기 때문이다. 뭣에 대한 항의를 했기로 팔짱들을 끼고 있는 것일까. 휘슬블로워즈ㅡ 곧 휘파람 부는 사람들이라 했는데 경고를 발한 사람이란 뜻도 있고 고발을 한 사람이란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곧 자신들이 속해 있는 회사나 기관의 회계부정이나 부당한 처사를 폭로하는 내부고발자 3인방이다. 부정이나 부당은 악이요, 악을 제거하는, 장려돼야 할..

이규태 코너 2022.11.15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이규태 코너] 벌거숭이 닭 조선일보 입력 2002.12.27 19:08 연말을 맞아 뉴욕타임스는 올해의 기발한 발명품 97가지를 선정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이스라엘 히브루대학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으로 개발한 털없는 닭이 끼었다. 털벗기는 따위의 번거로운 절차없이 닭을 요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기야 예전에도 털없는 닭이 없지 않았다. 고대 희랍의 철학자 플라톤과 디오게네스는 사사건건 대립하는 앙숙이었다. 언젠가 플라톤이 귀족들을 집에 불러 잔치를 베푸는데 불청객인 디오게네스가 나타나 흙 발로 고급 카펫을 짓밟고 다니며 「플라톤의 허식(虛飾)을 짓밟고 있다」고 하자 플라톤은 「디오게네스여 너는 허세를 부리지 않은 척하면서 얼마나 많은 허세를 부리고 있음인가」 했다. 플라톤이 「인간이란 털없는 두 ..

이규태 코너 2022.11.15

[이규태 코너] 원로 사랑방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원로 사랑방 조선일보 입력 2002.12.29 17:50 70이 넘은 학계 문화계 원로들로 하여금 자유롭게 교유하고 도서관도 이용하며 문필· 문화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경로공간이 문을 열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심화하는 노인비하 풍토에 찔끔이나마 내리는 감우(甘雨)가 아닐 수 없다. 사랑방은 한국 가옥의 내외구조에서 내실과 격리시킨 외실이지만 그 말 뿌리를 소급하면 마을마다 있었던 집회소라는 설도 있다. 기원전12세기 주(周)나라에는 마을마다 사(社)라는 공간이 있었다.한문에서 땅귀신 기(示)변이 든 한자는 예(禮)-기(祈)-축(祝)-사(祀)처럼 제사와 연관돼 있듯이 사(社)도 터주 신을 모셔 마을의 안태와 오곡의 풍요를 비는 신성한 제사공간이었다. 사람들이 모이기에 당집이..

이규태 코너 2022.11.15

[이규태 코너] 복제인간과 저주

[이규태 코너] 복제인간과 저주 조선일보 입력 2002.12.30 20:12 인류가 생겨난 이래의 대사건이 연말에 돌출했다. 로보트가 아닌 생명이 있는 똑같은 인간을 남녀의 성관계 아닌 유전자 조작으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처음 만들어진 신화는 나라나 문화권 종교에 따라 다르나 탄생과 더불어 신의 노여움을 사 저주받았다는 데는 공통되고 있다. 탄생 유형(類型)을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하나는 짐승이 사람이 됐다는 유형이다. 중국 문헌인「산해경(山海經)」에 기(夔)라는 원숭이처럼 생긴 짐승이 나오는데 아담과 이브처럼 천국에서 불사의 약을 훔친 바람에 족쇄를 낀 채 추방당해 지상에 와서 인류의 조상이 됐다했다. 이 원숭이의 모티프는 그 후「수호전(水滸 )」의 손대성(孫大聖)으로,「서유..

이규태 코너 202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