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 코너] 정동 교회

[이규태 코너] 정동 교회 조선일보 입력 2002.02.22 18:49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은 1879년에 준공된 부산의 일본관리청 건물이다. 조선시대의 일본 영사관이랄 왜관(倭館)의 우두머리 관수(館守)집을 헐어 지은 것으로 양식과 일본식의 절충건물이었다. 머리 없는 산발귀신이 출몰한다 하여 접근하지 않았던, 터가 센 집이었다. 아마도 왜관에 잠입, 왜인과 은밀히 통간(通姦)하는 여인이 잡히면 목을 베어 이 관수 집 문전에 효수(梟首)하는 것이 관례였던 데서 생긴 말일 것이다. 1880년대에 지은 양옥으로 인사동에 있던 철종의 부마 박영효(朴泳孝)의 집터에 지었던 일본공사관을 들 수 있는데, 갑신정변이 일어나자 성난 군중이 몰려가 불태워 버렸다. 80년대 양옥으로 1980년까지 장수한 것이 인..

이규태 코너 2022.11.28

[이규태 코너] 동전 재판

조선일보 | 오피니언 입력 2002.02.23 17:19:05 지금 미국에서 흥미있는 재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혼으로 자녀들을 할아버지에게 맡겨 기르고 있는 아버지가 지난해 크리스마스 날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었던 판사는 동전 던지기로 결정, 아이들을 아버지와 함께 지낼 수 있게 했다. 이에 동전 던지기에 패한 할아버지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동전 던지기로 가정의 중대사를 판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여 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그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신약성서 ‘마가가 전한 복음서’ 15장에 보면 로마 병사들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 서로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가지고자 제비를 뽑았다 했다. 여기에서 제비를 뽑았다 함은 우연에 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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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

[이규태 코너] 주체성 찾은 화투 조선일보 입력 2002.02.24 18:43 왜색이 짙은 종래의 화투 그림을 우리 전통 민화나 사군자의 젊은이들 취향에 맞는 캐릭터로 바꾼 주체화 화투가 유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일본 훈장의 일종인 어깨띠에서 발상된 청단 홍단을 창과 깃발로 바꾸고, 일본 국화인 벚꽃을 동백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이 화투의 뿌리를 소급해 오르면 16세기에 일본과 교류가 있었던 포르투갈 상인들이 서양 카드를 일본에 들여온 것이 「가루다」이고, 이를 일본화한 것이 화투다. 카드의 포르투갈 말인 카르타에서 가루다란 말이 생겼음으로 미루어 화투의 뿌리는 서양 카드인 트럼프임을 알 수 있다. 일본학자들은 화투를 두고 일본의 외래문화 수용의 표본으로 무척 자랑해온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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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미국 애국주의

[이규태 코너] 미국 애국주의 조선일보 입력 2002.02.25 19:21 「빛이 나되 빛나지 말게 하라(光而不燿)」는 노자의 가르침이 있다. 과거의 대과(大科)에 급제 합격증명서랄 홍패(紅牌)를 받고 나면 머리에 어사화(御賜花)를 꽂고 친지 선배를 찾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영광스러운 날인데도 비단으로 성장하지 않고 일부러 허름한 베옷을 입혀 돌리는 것이 뼈대있는 집안의 관행이었다. 노자의 가르침이 한국인의 덕목으로 저변화돼 있었음은 그 밖의 사례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상하없이 조정의 모든 벼슬아치가 참여하는 정시(庭試)를 열어 장원을 특진시키는 제도가 있었다. 선조 때 이덕형(李德馨)이 숙직하는데 「이번 정시에도 이덕형이 장원할 것은 뻔한 일이지ㅡ」 하는 말을 우연히 엿들었다. 정시가 베풀어지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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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슬로 푸드

[이규태 코너] 슬로 푸드 조선일보 입력 2002.02.26 19:34 햄버거나 프라이드 치킨 같은 패스트 푸드가 마치 현대인의 조건처럼 세상의 젊은이들 간에 정착하고있는 요즈음 그 반대문화인 슬로 푸드가 각국에서 번져나가고 있다 한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에 반감을 가졌거나 전통문화에 자존심을 가진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서 일고 있는 이 문화운동은 이웃 일본에까지 번져 슬로푸드협회가 발족, 향토요리로의 회귀가 청소년 틈에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패스트 푸드는 미국에서 자동차 문화의 정착과 더불어 차 속에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수단으로 시작하여 기승을 부려왔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패스트 푸드의 유행을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사람들은 외식할 때마다 바가지를 쓴다는 강박관념에서..

이규태 코너 2022.11.28

[이규태 코너] 삼족오(三足烏)

[이규태 코너] 삼족오(三足烏) 조선일보 입력 2002.02.27 19:16 고대 임금이나 귀족들은 죽어서 가는 저승에서도 이승과 똑같이 재현해놓고 영생하려 들었다. 그래서 같이 살 처첩이나 타고 다닐 말을 순장(殉葬)시키고 식량이나 세간살이도 무덤에 갖춘다. 그로써도 부족하여 일월성신(日月星辰)과 동서남북 방위를 무덤 속에 재현시켰다. 이 같은 무덤 속 이승의 재생은 고구려 고분들 벽화에서 완연하다. 동서남북 방위는 청룡(靑龍)·백호(白虎)·주작(朱雀)·현무(玄武) 사신도(四神圖) 벽화로 표시하고, 성신은 별자리인 이십팔수(二十八宿) 벽화로 표시했다. 해는 그 속에서 산다는 세 다리 까마귀(三足烏)로 나타냈고ㅡ. 삼국시대의 한국문화 영향을 많이 받은 일본 옛 도읍 나라(奈良) 아스카의 기토라 고분에서 ..

이규태 코너 2022.11.27

[이규태 코너] 손바닥 벤처

[이규태 코너] 손바닥 벤처 조선일보 입력 2002.02.28 20:34 지문(指紋)을 감식하는 손가락 벤처가 나라 안을 시끄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장문(掌紋) 감식의 손바닥 벤처가 술렁대기 시작하고 있다. 이 세상에 아무리 사람이 많다고 해도 지문이나 장문이 같은 사람이 없다는 데 착안, 이를 범죄수사에 이용한 것은 1880년부터로 역사가 길지 않다. 이때 작가 마크 트웨인은 「신이 그사람의 동일인임을 증명한 유일한 신성한 흔적」을 범죄수사에 이용한다는 것은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했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기원전부터 세상 사람들의 지문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고 신분 증명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 영향으로 낙랑(樂浪) 시대의 유적에서 지문이 찍힌 봉니(封泥) 곧 진흙 도장이 출토되고 있는데, 자신의 소유임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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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圓覺寺 터

[이규태 코너] 圓覺寺 터 조선일보 입력 2002.03.01 19:54 서울 도심 탑골공원이 성역화되어 어제 독립선언문을 읽는 3·1절 기념식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조선조 초 그 터에 있었던 원각사를 복원하려던 계획에 걸었던 기대는 다시 꿈속에 잠기고 만 셈이다. 불심이 남달랐던 세조는 유반으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고려 때부터 있었던 흥복사 터에 이 원각사를 짓고 법회를 열었다. 본당인 대광명전, 수도하는 선당, 종루인 법뢰각, 경판을 보존하는 해장전, 적광문·해탈문·운집문·반야문 등 대소문들, 그리고 현존하는 13층 불탑 등 둘레 1.4㎞에 이르는 대찰이었다. 그 무렵 일본에서 온 사신 가운데에는 승려가 많았는데 원각사에 들르는 것이 관행처럼 돼있었다. 어느 한 사신이 배불하고 나더니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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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이규태 코너] 魚群 대이동 조선일보 입력 2002.03.03 18:36 한(漢)나라 때는 우리나라를 첩역( 域)이라 불렀고 한반도의 근해를 첩해( 海)라 불렀다. 첩이란 생선 가자미를 뜻한다. 중국 옛 사전인 「설문(說文)」을 보면 낙랑(樂浪) 근해에 사는 고기 이름이라 한다. 얼마나 가자미가 많이 잡혔기로 나라 이름으로까지 삼았을까 싶다. 이처럼 역사가 흐르는 동안 바다의 수온과 먹이의 질에 따라 어군이 대이동을 거듭해 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어류학자 정문기(鄭文基) 박사는 일제 때 한국 어류의 전통 이름을 찾아 맞추는 일을 해왔는데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다는 행어(行魚)의 정체를 찾아 무척 고심했다. 어촌을 돌아다니며 마을사람 모아놓고 약장사가 떠벌리듯 행어가 무슨 고기인지 묻고 다니다가 모슬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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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코너] 오노이즘

[이규태코너] 오노이즘 조선일보 입력 2002.03.04 18:34 열차 파업 중 차례 기다리기에 지쳐들 있는데 누군가 새치기를 하자 「오노 같은 놈!」하는 욕이 터져나왔고, 그 말에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군중의 흥분으로 당사자는 쥐구멍 찾듯 자취를 감추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욕설 진하기로 추종을 불허하는 우리나라인데도 그보다 고단위·고농도의 욕설로 「오노」가 등장했다는 것이 된다. 우리 한국선수가 1등으로 골인한 것을 후발자인 오노가 가로챘다 해서 얌체족을 비하하는 욕설로 정착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낙하산 인사 등 적격이 아닌 사람을 두고도 오노란 말을 쓰기도 하고, 또 그 사람에게 과분한 대우를 하거나 그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했을 때도 오노의 목에 건 금메달에 비유한다고 한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이규태 코너 2022.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