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994

[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이규태코너] 5백년만에 핀 연꽃 조선일보 입력 2002.03.05 18:40 석가모니가 돌아가신 쿠시나갈의 열반탑(涅槃塔)에서 시오리쯤 남으로 내려가면 불신(佛身)을 화장한 다비처(茶毘處)가 나온다. 벽돌의 대탑이었던 것이 지금은 헐리어 붉은 흙이 노출된 야산이 돼 있었다. 열반 1000여년 후인 혜초 시절만해도 그 회탄(灰炭)이 섞인 거무스레한 다비토가 섞여있어 사리를 찾는 도굴꾼이 끊이질 않았다 한다. 지금도 순례자들이 성스러운 흙이라 하여 파가는 바람에 장옷을 걸친 노인 한 분이 장대를 들고 순찰하고 있었다. 불교 성지에서 성적(聖蹟)으로 순례자들이 갖고자 하는 것은 다비토뿐 아니다. 부다가야의 성도(成道) 성지 그 아래에서 득도했다는 보리수 잎을 줍고자 이른 새벽에 줄지어 서있는 것도 보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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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황금 수의

[이규태 코너] 황금 수의 조선일보 입력 2002.03.06 20:26 금은 영원 불변하다. 그 불변한 옷을 입고 영생하고 싶은 생각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 기원전 1350년 이집트의 지배자 투탕카멘의 무덤을 발굴했던 워드 카터는 마지막 재실을 발견했을 때를 이렇게 적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부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공기가 등불의 불꽃을 흔들었다. 눈이 내부의 어둠에 길들면서부터 으스름 안개 속에 묘실 안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한쪽이 환하게 떠올랐는데 분명히 황금에서 반사되는 빛이었다.」 관은 금으로 되어 있었고 가슴팍에서 머리 위까지는 황금 마스크로 덮여있었다. 역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투탕카멘의 황금상은 바로 이 무덤에서 발굴된 임금님의 상반신 수의였다 할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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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링 린포체 스님

[이규태 코너] 링 린포체 스님 조선일보 입력 2002.03.07 19:08 어느 나라건 수구파와 혁신파와의 종교전쟁이 있었는데 티베트도 예외는 아니다. 14세기 전통 불교의 수구파인 홍모파(紅帽派)와 계율의 혁신을 주장하고 나온 개혁파인 황모파(黃帽派)가 싸우고 있었으며 그 중간파로 흑모파(黑帽派) 세 세력이 대립하고 있었다. 15세기 들어 혁신파인 노랑모자 달라이 라마 1세가 즉위하자 수구파인 붉은 모자 카르마파가 도전, 100년간 전쟁이 지속되었다. 17세기에 몽골의 원조를 얻어 달라이 라마 5세가 승왕(僧王)으로 자리를 굳히자 카르마파는 노랑모자 달라이 라마, 검은 모자 판첸 라마에 뒤이은 제3의 정신지도자로 만족해야 했다. 이들 티베트 각파의 정신 지도자들은 전 지도자가 죽으면 대대로 환생(幻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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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

[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 조선일보 입력 2002.03.08 18:59 북극 동물인 펭귄은 알을 낳을 때 얼음바닥 아닌 곳이 없기에 아빠 펭귄의 두 발 위에 낳아놓는다. 아빠는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덮어 움직이지 못하고 몇 주일을 꼬박 굶주린다. 새끼가 부화하면 양식을 마련하러 먼 바다에 나갔던 엄마 펭귄이 돌아온다. 아빠 펭귄에게 양식을 나눠줌직한데도 도외시당한 아빠는 비틀비틀 먹이 찾아 나가다가 쓰러져 죽게 마련이다. 동물에 있어 아빠와 육아와의 원초적 형태를 펭귄이 대변해주고 있다. 태어나는 아기를 둔 인간 아빠의 고행(苦行)은 쿠바드라는 습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록영화 「몬도가네」에서 보듯 아프리카에서 아내가 진통하는 동안 남편은 물속에 들어가 익사시늉을 거듭해야 했고, 중국 장족의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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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걸레 스님

[이규태 코너] 걸레 스님 조선일보 입력 2002.03.11 18:38 우리나라에 스스로를 미친 척 소외시켜 정상인이 아닌 아웃사이더로 자처하고 살았던 자회(自晦) 인맥이 있다. 매월당 김시습(金時習)이 그러했고 정희량(鄭希良) 남효온(南孝溫) 이토정(李土亭) 김삿갓으로 불리는 김병연(金炳淵) 등이 그러했다. 세조의 쿠데타에 저항하여 반 미치광이로 여생을 살았던 매월당이 궁중에서 법회를 연다는 소문을 듣고 걸승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세조가 베푼 것임을 알자 궁을 빠져나왔는데 이를 안 세조가 뛰쫓게하자 시궁창 속에 들어가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세조의 흑심을 풍자하는 퍼포먼스였다. 조우(祖雨)라는 고승이 세조의 쿠데타에 동조한 한 정승으로부터 「장자(莊子)」를 배웠다 하자 매월당은 발바닥으로 먼지를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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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호화 유모차

[이규태 코너] 호화 유모차 조선일보 입력 2002.03.10 19:14 연암 박지원(朴趾源)은 「열하일기」에서 청나라에 간 한국사람의 다섯 가지 망동(妄動)을 지탄하고 있다. 그 오망(五妄) 가운데 하나가 오랑캐 나라라 하여 모든 문화 풍습을 얕보고 천하게 여기어 이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자랑삼는 일이라 했다. 그러고서 취할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나라를 이롭게 하고 백성을 편하게 하는 일이라 하고, 그 가운데 하나로 부녀자의 손을 편하게 해주는 요차(搖車)를 들었다. 실학자 이규경(李圭景)도 중국의 요차를 받아들여 업고 안고서 일하는 부녀자들을 해방시켜주어야 한다고 했다. 수차(睡車)라고도 하는 요차는 아기를 태우고 흔들어 재우는 수레로 유모차의 원형이랄 수 있다. 핼리슨의 「역사 속의 어린이」에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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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벼슬 客主

[이규태 코너] 벼슬 客主 조선일보 입력 2002.03.12 20:25 조선 팔도의 물화(物貨)는 배에 실려 한강을 거슬러 한양의 마포 서강 동막 뚝섬 송파 등 오강(五江)나루에 몰려든다. 이 나루에는 그 물화를 맡아 보관하고 거간하며 화주를 먹여주고 재워주는 객주(客主)가 있었다. 객주들은 소금객주 과물객주 시탄(柴炭)객주 등 물화별로 전문화돼 있었으며 그 중 이색적인 것으로 벼슬객주라는 것이 있었다. 은밀히 매매되던 벼슬을 거간하는 객주로 대체로 궁가(宮家)와 북촌(北村) 세도가들과 끈을 대고 그 가문이 필요로 하는 물화를 대주며 그 가문의 재물을 맡아 돈놀이를 해서 늘려주고 그 대가로 벼슬 거간을 해서 이득을 노렸던 무리다. 그러했기로 은밀히 「대비 친정댁 객주」 「육상궁네 객주」 「북촌 김대감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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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牛頭 人身

[이규태 코너] 牛頭 人身 조선일보 입력 2002.03.13 19:21 신화 시대에는 소 머리에 사람 몸 사람 머리에 소 몸의 반인반우(半人半牛) 형태의 신인이 많았다. 농사신인 신농씨(神農氏) 황제(黃帝)에게 반란을 일으킨 치우(蚩尤), 그리고 희랍 신화의 미노타우로스, 희생의 영웅 길가메시가 그러했고, 죽어서 염라대왕에게 인도하는 우두나찰(牛頭羅刹)도 반우반인이다. 난자 속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심어 아기가 될 수 있는 배아(胚芽)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사람과 소와의 교잡으로 반인반우라는 제3의 생명을 창출하는 것이 되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죽으면 이승에서의 인과(因果)에 따라 사람이나 짐승으로 환생한다는 불교의 논리에 따라 반인반우는 설화 속에 많이 탄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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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해인사 師僧’

[이규태 코너] ‘해인사 師僧’ 조선일보 입력 2002.03.14 18:27 초등학교의 수업 중에 탑브레이드 팽이를 돌리고 노는 아이가 있어 선생이 이를 압수해 두었다. 한데 자모 사이에 소문이 돌기를 선생이 탐을 내어 제 자식 주고자 그 팽이를 빼앗았다는 것이었다. 이 교육 부총리가 일선 학교를 돌면서 살펴본 사례 가운데 하나로 우리 일선교육의 썩어 있는 뿌리를 이에서 본 것이다. 군신(君臣) 간이나 부자(父子) 간 사제(師弟) 간의 버팀목은 신뢰와 권위다. 신뢰를 잃은 후에는 아무리 훌륭한 정치도 무의미하다. 갑오개혁 후 전혀 실천성 없는 개화 입법이 쏟아져나와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자 당황한 정부는 「동목이서(東木移西)」라 하여 동대문에 나무장대를 쌓아놓고 서대문까지 옮기면 어김없이 약속한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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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대처의 남편지키기

[이규태 코너] 대처의 남편지키기 조선일보 입력 2002.03.15 19:23 철의 여인 대처가 수상직을 그만 둘 때 영국의 여론은 세 개의 훈장을 달아주었었다. 그 하나는 고질이던 영국병을 낫게 한 훈장, 다른 하나는 추락한 대영제국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시킨 훈장,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훈장이다. 이 포클랜드 승전 20주년을 맞아 현지에서 벌어지는 기념식장에 상객으로 초빙받은 대처는 이를 정중히 사절했는데, 이유는 남편을 보살피는 일이 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 하여 감동을 주고 있다. 자신의 건강으로는 갈 수 있지만 노쇠한 남편 데니스경(卿)에게는 과중하며 또 혼자만 가는 것을 남편이 원하지 않기에 그 영예스러운 자리를 사양한 것이다. 16년 전이던가, 수상직에 있을 때 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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