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의 한시한수 198

연모의 노래[이준식의 한시 한 수]〈138〉

長相思 / 李白 長相思 在長安 장상사 재장안 絡緯秋啼金井闌 낙위추제금정란 微霜凄凄簟色寒 미상처처점색한 孤燈不明思欲絶 고등불명사욕절 卷帷望月空長歎 권유망월공장탄 美人如花隔雲端 미인여화격운단 上有靑冥之高天 상유청명지고천 下有淥水之波瀾 하유녹수지파란 天長路遠魂飛苦 천장노원혼비고 夢魂不到關山難 몽혼부도관산난 長相思 摧心肝 장상사 최심간 하염없이 그리다(長相思)(李白·701∼762) 하염없이 그리나니, 장안에 계신 님 가을 귀뚜라미 우물가에서 울고 차디찬 무서리에 대자리마저 싸늘하다 등잔불은 저 홀로 가물거리고 그리움에 이 몸은 넋이 나갈 지경 휘장 걷고 달 보며 괜스레 한숨짓는다 꽃 같은 미인은 아득히 구름 저 끝에 있건만 위로는 높다라니 푸른 하늘아래는 출렁이는 맑은 물결 하늘 높고 길 멀어 혼백으로도 날지 ..

시인의 일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7〉

遣興 / 辛棄疾 醉裏且貪歡笑 要愁那得工夫 近來始覺古人書 信著全無是處 昨夜松邊醉倒 問松我醉何如 只疑松動要來扶 以手推松曰去 취리차탐환소 요수나득공부 근래시각고인서 신저전무시처 작야송변취도 문송아취하여 지의송동요래부 이수추송왈거 ― ‘마음을 달래며(견흥·遣興)’·‘서강월(西江月)’ 신기질(辛棄疾·1140~1207) 술 취해 잠시 환락을 탐하노니 어찌 시름에 잠길 여유가 있으랴 요즘에야 비로소 깨달았네 옛사람의 책 전적으로 믿을 순 없다는 걸 어젯밤 소나무 곁에 취해 넘어졌을 때 내 취한 꼴이 어떠냐고 소나무에게 물었지 소나무 움찔대며 나를 부축하려나 싶어 손으로 밀치며 말했지 “비켜!” ``````````````````````````````````````````````````````` 아무 근심 없이 술과 쾌..

시름겨운 밤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6〉

楓橋夜泊 / 張繼 月落烏啼霜滿天 江楓漁火對愁眠 姑蘇城外寒山寺 夜半鐘聲到客船 월락오제상만천 강풍어화대수면 고소성외한산사 야반종성도객선 풍교에서의 하룻밤(풍교야박·楓橋夜泊)’장계(張繼·당 중엽) 달 지자 까마귀 울고 찬 서리 천지에 가득 강변 단풍과 고깃배 불빛을 마주한 시름겨운 잠자리 고소성 너머 한산사 한밤중 종소리가 나그네의 뱃전에 들려오네 ```````````````````````````````````````````````````` 성 밖 다리께 정박한 배 안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객수(客愁)에 젖는 시인. 달빛마저 사라진 어둠 뒤로 까마귀 울음이 퍼진다. 서리 기운이 자욱하게 온 천지를 뒤덮었고, 고깃배가 밝힌 어화(漁火)의 명멸 속에 설핏설핏 단풍 잎사귀가 어른거린다. 이때 문득 뱃전에 퍼지는 산사..

갈대의 운명[이준식의 한시 한 수]〈135〉

蒹葭(겸가:갈대) - 杜甫 摧折不自守 최절부자수 秋風吹若何 추풍취약하 暫時花戴雪 잠시화대설 幾處葉沉波 기처엽침파 體弱春苗早 체약춘묘조 叢長夜露多 총장야로다 江湖後搖落 강호후요락 亦恐歲蹉跎 역공세차타 꺾이고 부러지며 제 몸도 못 가누는데 가을바람 불어대니 어찌할거나 하얀 눈꽃 머리에 이는 것도 잠시뿐 여기저기 잎사귀가 강물에 잠기네 연약한 채 이른 봄부터 싹을 틔웠고 무성한 줄기엔 밤이슬이 그득했지 강호에선 그나마 뒤늦게 시든다지만 세월 헛되이 가버릴까 두렵기는 마찬가지지 `````````````````````````````````````````````````````````````````````````` 가을바람에 휘둘리며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무기력하고 나약한 존재, 갈대. 그 허약함은 애당초 예견되었..

국화 이야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4>

颯颯西風滿院栽 삽삽서풍만원재 蕊寒香冷蝶難來 예한향냉접난래 他年我若爲靑帝 타년아약위청제 報與桃花一處開 보여도화일처개 쏴- 쏴- 갈바람 속에 정원 가득 피었건만 차디찬 꽃술과 향, 나비조차 찾지 않네 언젠가 내가 만약 봄의 신이 된다면 복사꽃과 한자리에 피어나게 하리라. -국화를 읊다(제국화·題菊花) 황소(黃巢·820?~884) 노오란 꽃잎을 피우려 안간힘을 다하는 국화를 지켜보면서, 미당(未堂)은 소쩍새의 처연한 울음과 먹구름 속 천둥, 차디찬 무서리를 견딘 인고의 순간들을 기억해냈다. 흐르고 흐르는 개화까지의 시간을 하나씩 되짚으면서 시인은 그 인고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었으리라. 뿐이랴. 예부터 국화는 지조의 선비, 고결한 은자의 형상에 비유되곤 했다. 옛시조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 동풍 다 지내고/..

고양이 모시기[이준식의 한시 한 수]<133>

乞猫 / 黃庭堅 秋來鼠輩欺猫死 窺甕飜盤攪夜眠 聞道狸奴將數子 買魚穿柳聘銜蟬 추래서배기묘사 규옹번반교야면 문도이노장수자 매어천류빙함선 가을 되자 쥐떼들 고양이 죽은 틈을 노리고 항아리 뒤지고 그릇 뒤엎으며 밤잠을 어지럽힌다 듣자 하니 고양이가 새끼 몇 마리 데리고 있다는데 생선 사다 버들가지에 꿰어 그 고양이 모시고 와야겠네 고양이 얻기(걸묘·乞猫)’ 황정견(黃庭堅·1045~1105) ```````````````````````````````````````````````````````` 가을걷이 철이라 쥐떼가 창궐하지만 고양이가 죽고 없으니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다. 뉘 집인지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는 얘길 듣자 시인의 마음이 급해졌다. 고양이 먹이를 사 들고 금방이라도 데리러 나설 태세다. ‘모셔온다’는..

단풍, 색다른 봄꽃[이준식의 한시 한 수]<132>

가을 산·秋山 / 楊萬里 休道秋山索莫人 휴도추산삭막인 四時各自一番新 사시각자일번신 西風사有東風手 서풍진유동풍수 枾葉楓林別樣春 시엽풍림별양춘 가을 산이 사람을 삭막하게 한다 마시라 사계절은 저마다 한번씩 새로워지는 법 갈바람도 사실은 봄바람 같은 손길 가졌으니 감나무 잎 단풍 숲으로 색다른 봄을 가꾸지 ```````````````````````````````````````````````` 소슬한 갈바람이 우수수 낙엽이라도 흩뿌리면 괜히 으스스하고 뒤숭숭해지는 게 사람 마음. 하지만 봄바람의 세례 속에 꽃들이 흐드러지듯 갈바람 또한 단풍을 짙붉게 물들이는 마력의 손길을 가졌으니, 그야말로 자연은 인간에게 계절마다 하나씩 색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하여 시인은 가을 산이 마냥 사람을 스산하고 황량하게 할 것이라..

가을 상념[이준식의 한시 한 수]<131>

秋思 / 馬致遠 枯藤老樹昏鴉 小橋流水人家 古道西風瘦馬 夕陽西下 斷腸人在天涯 마른 덩굴, 늙은 나무,황혼의 까마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인가(人家) 옛길, 서풍, 여윈 말 저녁 해 서쪽으로 지는데 애끓는 이, 하늘 끝에 있네 ―‘가을 상념(추사·秋思)’‘천정사(天淨沙)’ 마치원(馬致遠·1250?∼1323?) 절제된 언어에 감정조차 절제되어 있다. 형용사와 명사만으로 건조한 듯 그러나 물씬 스산함이 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토막토막의 명사들을 적절히 배열하고 형용사가 풍기는 분위기를 챙겨보면 어렴풋한 대로 화자의 동선(動線)과 심경이 잡힐 듯싶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의 극적 묘미는 마지막 구절에 담긴다. ‘애끓는 이, 하늘 끝에 있네.’ 이 한마디는 절제의 고비를 한사코 헤집고 나온 애틋한 속내이리라...

느긋한 마음새[이준식의 한시 한 수]<130>

歸園田居 種豆南山下 종두남산하 草盛豆渺稀 초성두묘희 侵晨理荒穢 침신이황예 帶月荷鋤歸 대월하서귀 道狹草木長 도협초목장 夕露霑我衣 석로점아의 衣霑不足惜 의점부족석 但使願無違 단사원무위 전원으로 돌아오다(귀원전거·歸園田居)’ 제3수·도잠(陶潛·365∼427) 남산 자락에 콩 심었더니 잡초만 무성하고 콩 싹은 듬성듬성 새벽같이 일어나 김매러 나갔다 달빛 속에 호미 메고 돌아온다 풀이 길게 자란 좁다란 길 내 옷자락이 저녁 이슬에 젖는다 옷이야 젖어도 아까울 거 없지만 내 소원만은 어그러지지 않았으면 `````````````````````````````````````````````````` 달빛 받으며 호미를 멘 채 좁다란 풀숲 길을 헤치고 귀가하는 시인. 황무지를 개간한 탓에 온종일 밭매기하는 고된 일과지만 왠..

애절한 하소연[이준식의 한시 한 수]<129>

黃臺瓜辭 / 李賢 種瓜黃臺下 종과황대하 瓜熟子離離 과숙자이리 一摘使瓜好 일적사과호 再摘令瓜稀 재적령과희 三摘尙自可 삼적상자가 摘絶抱蔓歸 적절포만귀 - 황대 언덕의 오이 黃臺瓜辭 / 李賢 황대 언덕 아래 오이를 심었더니 오이 잘 익어 주렁주렁 하나 따면 남은 오이 더 잘 자라고 둘 따니 오이는 듬성듬성 셋 따면 그나마 괜찮을지 몰라도 다 따내면 덩굴만 안고 돌아가야 하리 ````````````````````````````````````````````````````` 황제를 꿈꾸었던 武則天은 당 高宗이 중병을 이유로 조정 대사를 일임하자 태자 李忠을 모반죄로 처결하고, 자신이 낳은 장남 李弘을 태자로 책봉했다. 후일 이홍마저 의문 속에 사망하자 차남 李賢을 태자로 삼았다. 이현은 야심만만한 모후(母后) 측천..